진안 구봉산 산정에 휘날리는 태극기와 한밤을....
산행지 : 진안 구봉산.
산행일 : 2015년 8월15일(토)~16일(일)
누구랑 : 피아노랑 단둘이
토요일 퇴근하여 산행을 준비한다.
꼭 가봐야 할 예식장에 내 대신 보낸 초록잎새가 미리 서방님을 위해
이것 저것 챙겨 놓은 먹거리를 베낭에 쑤셔 넣으면 준비 끝...
그런후...
피아노를 픽업.
바람처럼 달려 윗양명 마을의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덥다.
끝없이 솟아나는 땀방울.
힘겹다.
그럼에도 왜 그리 이짓을 못함 쏘가지가 나는지
나도 내 자신을 모른다.
1봉과 2봉이 갈리는 안부에 올라서기 직전의 조망터.
오늘 내가 머물 장소가 한눈에 잡힌다.
저 구름다리가 이달에 개통이 되었단 소식에 오늘 걸음을 하긴 했는데
과연 어떨지 ?
1봉은 그냥 패쓰~
2봉에 올라 조망을 감상하는 사이
1봉에 들렸다 뒤 쫓아온 한무리의 박꾼들이 몰려든다.
사실...
호젓한 우리 둘만의 밤을 보내고 싶었는데
역시나 저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으리라.
곧이어 도착한 구름정...
전에 동서부부와 한밤을 보낸 추억의 장소다.
그땐 공사 자재로 어수선 하던 이곳이 이젠 아주 말끔하게 새단장을 했다.
8월 03일 개통이면 우리가 첫 손님 ?
피아노의 마음이 급하다.
얼른 가서 좋은자리를 선점해야 한다나 뭐라나....
이곳 저곳 자리는 널널하니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라 햇건만 왜 저러는지 ?
우리뒤를 뒤 따르던 박꾼일행들이
4봉에서 5봉을 건너와 행 한 첫 일정이
자리 잡기엔 관심없고 일단 국기 계양대를 먼저 설치한다.
?
모야~ 재네들...
그런후....
국기에 대한 엄숙한 국민의례가 시작된다.
그러고 보니...
일제에서 해방된지 70주년이 되는 날이 바로 오늘이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해방 70주년 기념행사는 대한민국 만세 삼창으로 끝은 냈다.
해방 70주년...
많은 생각들이 교차한다.
과연 지금 우리의 현실이 해방된 나라가 맞는지는 의문이다.
저렇게 애국심 가득한 민초들 처럼 집권층과 지도층도 과연 그럴까 ?
친일의 후손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근대사의 역사마저 왜곡된 채 독립 후손들은 빈민으로 전락된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면 아직 진정한 해방은 멀고 먼 길이다.
이 회영 선생님을 알고 있는 학생이 몇명이나 될까 ?
그분과 똑같은 길을 걸었던 연해주의 최 재형 선생님은 또 어떻고..
아마도 다들 처음 듣는 이름일게 뻔하다.
중국 하이난의 천인갱을 혹 아시는지 ?
아직도 이승만을 국부로 떠받드는 친일정부가 계속 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선 어쩜 당연한 일이다.
그런 사실들이 그들에겐 감춰지고 은폐되어 역사에서 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새...
황혼이 물들기 시작하며 산정엔 어둠이 밀려든다.
오늘은 화려하지도 또한 처연한 느낌도 없이
그저 밋밋하여 그다지 큰 감동을 주지 못 한 황혼였다.
내가 감정이 무딘건가 ?
어느덧 자리가 잡히기 시작한 저녁만찬...
이쪽이나 저쪽이나 흥겹다.
저녁 만찬을 하다 말고
일몰을 감상하러 자리를 비운 우리의 보금자리가 바로 이곳이다.
노랭이는 내것이고 빨갱이는 피아노 것...
애국심 투철한 산악인들...
조용 조용하니 사람들이 한결같이 다들 얌전 하시다.
서로간 먹거리가 오가며 인사가 건네진다.
그들은 비박의 아침이란 카페 동호회로 전국구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덴다.
흐미~!!!
부러워라...
보아하니 다들 부부 같아 더 정겨워 보이는 일행들이다.
그들은 내 닉네임을 알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내 지인인 노금정님과 절친하다 하시니
세상은 참 좁고도 좁다.
항상 그렇듯 이번에도 통 성명후 몇마디 오가다 보니 다들 건너 건너 아시는 분들이다.
다시 또 느낀 생각이지만 그래서 정말 죄는 짖지 말고 살아야 한다.
기분 좋은 밤이다.
피아노가 이번엔 먹거리를 다 준비 했다.
일단 오리 로스로 배를 채우고..
부추전까지 해서 먹고 나자.
함께 마신 맥주에 난 취해 버렸다.
그리고 깊이 잠든 한밤은 어느새 흘러 흘러 가고 있었는데...
부지런한 피아노가 나를 깨운다.
형~!
그만 일어나...
텐트를 젖힐 필요도 없다.
그냥 누워서 고개만 돌리면 선경이 한눈에 잡힌다.
햐~!!!
그 모습은 본 피아노가 그런다.
형은 누워서도 해 보고 앉아서도 해 보고 좋겠다.
이런~!
아주 불량하고 음큼한 녀석...
듣기에 따라 그말이 아주 이상 야릇(?)하다.
잠시후..
텐트를 벗아난 우린 이른 새벽의 신선한 공기를 맞으며
반대편 구름정까지 산책을 하며 운무가 희롱하는 세상을 내려보며
행복한 아침을 맞이했다.
일출을 감상후...
초록잎새가 정성들여 준비해 준 흑염소 전골을 끓여
아침 식사를 든든하게 한 뒤엔 휴일이라 일찍 올라 올 등산객을 위해 주위를 정리했다.
물론...
뒷끝은 아주 깨끗하게.
부지런한 비박의 아침팀은 벌써 저만치 8봉을 향하는게 보인다.
그 뒤를 우리도 부지런히 쫒아 가는데
꾸무럭 대는 피아노를
6봉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이 등산객 3분중 한분이
내옆을 지나치다 내 베낭을 처다보더니 한소리를 한다.
야영하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 산이 다 오염 된다나 뭐라나 ?
그러며 하는말이 야영을 못하게 구름다리만 놓아야지
저런 원목테크는 절대 만들지 말아야 한덴다.
순간...
울컥 하는 마음에 한마디 하고 싶은걸 억지로 참았다.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에게 뭔 말을 하랴~
사실...
일부의 몰지각한 박꾼들도 있을테고.
그래도 속으론 한마디 했다.
이 보세요~
남들 욕하지 말고 니나 잘 하세유~
6봉에서 8봉까지
오르락 내리락 하는 동안에 험로엔 원목 계단이 생겨나
예전에 비해 한결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어 박베낭의 부담을 줄여주니 고맙다.
이구간은 참으로 아름답다.
하여~
피아노는 풍광에 발목이 잡혀 따라 오지 못 한다.
갈림길...
마지막 고난의 길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힘들면 내려가도 좋다고 은근 피아노를 압박하자
죽어도 형은 따라 갈거라는 피아노를 떼어놓고...
기운차게 빡신 오름길을 올라채기 시작하자
온몸이 열탕에 든 듯 열기가 치솟는다.
천황봉을 향한 오름질에 지친 몸을 잠시 쉬어 가는곳...
비박의 아침팀과 다시 만났다.
그분들...
아침 식사가 부실햇나 ?
여성분이 배고픔을 호소한다.
이런~!!!
그때까지 남겨놓은 포도 두송이와 쑥개떡을 나눈다.
아주 달게 드셔주는 그분들이 고마워 하는데
사실 아침에 우린 나눠 줄게 없는데 쇠고기 한그릇을
나눠준 그분들의 은혜를 갚아줄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난 더 고마웠다.
드디어 올라선 구봉산 정상...
이젠 내려설 일만 남았으나 언제 이곳을 찾아 왔었는지
그 기억이 까마득하여 금방 일어서기 서운한 참에
땀이 다 마르도록 맘껏 쉬었다 길을 떠났다.
내림길...
비박의 아침팀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내려서다
바랑재를 지난 암릉의 조망터에서 마지막으로 그 모습을 온전히
다 들어낸 구봉산의 눈부신 나신에 홀려버린 우린 한동안 또 그 미색을 탐한다.
멋지다.
다만 좀 서운하다 싶은건 흐린 시야...
다음엔 왔던 방향의 역으로 한번 더 오자는 피아노의 말에
니나 그러세요란 말을 해 줬지만 이른 아침 운무가 깔린 저곳의 풍광을
상상하면 이곳은 분명 진안 구봉산의 최대 하일 라이트 포토 존인건 인정 해야 될 것 같다.
천황사로 향한 능선길을 걸어 내린다.
그길엔 이런 멋진 소나무가 반기고 내림길 내내 우측으론
예전 산우들과 함께 길게 걸어 내렸던 명덕봉의 능선이 걷는 내내 내 시선을 잡았다.
순간 내 기억 저편에 꽁꽁 숨어있던
명덕봉 능선의 그 끝을 알 수 없던 조릿대 숲에 진저리가 처진다.
ㅋㅋㅋ
산행의 기억은 힘겨움이 심할 수 록 아름다운 풍광보다 더 선명한 추억으로 남는것 같다.
그때 순수한 마음으로 정을 주고 받던 나의 산우들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에 사무쳐 순간 마음이 짠~ 해진다.
천황사 갈림길...
비박의 아침팀과 인사라도 나누고
헤여 지려고 아무리 기다려도 그님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우린 원점휘귀를 해야 하기에 이곳에서 면치골로 내려야 한다.
고도를 낮춘 곳이라 그런지 이곳엔
땀냄새를 맡은 모기들이 사정없이 달려든다.
더이상 기다릴 수 없어 내림길로 향했다.
조릿대숲이 길게 이어진 내림길이 끝나고.
낙엽송 숲길이 맞아주면
거의 다 내려선거나 다름 없다.
드디어 날머리...
이후...
주차장 까지 대략 800미터의 길이 나는 왠지 싫다.
숲속길은 아무리 걸어도 싫증이 없는데.
ㅋㅋㅋ
1박2을 함께 한 피아노님께 감사 드리며.......산찾사.이용호
(그날의 흔적을 여기에 모아 모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