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神 안나를 향한 히말라야의 여정 6편
산행지 : 네팔. 푼힐전망대~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M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산행일 : 2014년 12월14일(일)~25일(목) 11박12일
주관사 : AM트래킹(주) AD투어
누구랑 : AM트래킹 산행대장 산찾사. AM트래킹 르포작가 만보님. AM트래킹 대구 지사장 박중규님.
AM회원 (노랑별님.이범찬님.도이미님.안데스님)
제7일차 : 2014년 12월20일 토요일
- 데우랄리 : 06:10
-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 (MBC) : 08:50~09:20
-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ABC) : 12:10~14:20 (중식)
-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 (MBC) : 15:45
전 일정에서 오늘이 하일 라이트이며 제일 힘든 고비가 될 것이다.
그래 그런가 ?
다들 전날 저녁은 일찍들 잠자리에 든 것 같다.
하긴...
5.6.7의 법칙에 변수를 주어 4.5.6을 적용 하기로 한 영향도 크다.
오늘도 어김없이 정확한 약속 시간대인
4시에 홍차를 들고 문앞에 대령한 서브 가이드의 아침 문안인사가
데우랄리 롯지의 아침을 연다.
전날 저녁....
베니어 합판 하나로 된 칸막이의 옆방 쥔장인
빵여사는 눕자마자 코를 골며 방귀를 사정없이 꾸어 대더니
오늘 아침에 보니 빵빵하게 부어 올랐던 얼굴도 이젠 그만그만 해진것 같아
다들 고소엔 어느정도 적응이 된것 같아 일단은 안심이다.
머리에 이맛불을 밝히며 시작된 산행...
아주 조심스런 발걸음이 협곡에 쌓인 눈길을 밟으며 시작됐다.
이 높은 산까지 햇살이 스며 들기엔 이른 시각.
싸늘함이 온몸을 엄습하여 몸은 옴추러 드는데 호흡은 가파르다.
오늘도 역시...
전날 우리 문앞을 지키던 개가 우리팀을 따라 붙었다.
그런데...
이놈도 호흡이 가픈가 보다.
배가 들쑥 날쑥하도록 여러차레 심호흡을 해댄다.
우리만 힘든게 아니고 이놈도 힘든것 같다며 만보님이 아주 신기해 한다.
햇님은 볼 수 없어도
이 고산준령의 깊은 계곡에 날이 밝았슴을 알리는건 하늘이다.
주위는 어두운데 하늘을 보면 쥐어짜면 주루룩 흐를것 같은 잉크빛 하늘이 밝게 빛을 낸다.
그 모습이 얼마나 이쁘던지 ~!!!!!
오늘은 데우랄리에서 MBC를 거처
ABC까지의 거리가 대략 7.8Km로 아주 짧다면 짧은 거리다.
그럼에도 이렇게 일찍 길을 나선 이유가 안전으로
햇살이 내리쬐는 오전이면 혹 있을 수 있는 눈사태가 걱정이라
1시간 일찍 나서자고 한 메인 가이드 명수의 결정은 현명 했다.
사실 눈 사태 보다는 나중에 걷다 보니 내리쬐는 햇살에 등로의 눈이 녹기
시작하면 내딛는 눈속에 발이 빠지게 되여 여간 성가신게 아니고
방수가 안되는 등산화 같으면 양말까지 젖는다.
이번 우리의 메인 가이드 명수는
대학원의 석사과정까지 밟은 인텔리라 그런지
통솔력에 유모 감각까지 갖춘 인재다.
그런 그가 지난번 히말라야 라운드 코스의 가이드로
한국인을 인솔하여 토롱패쓰 구간을 지날땐 위험을 감지하여 거의
맞아 죽을 지경의 험한 분위기 속에서 모든 일정을 중지시켜 위험을 막아 냈다고 한다.
그 결과 그는 팀원 전체의 목숨을 지켰고 그당시 개난리를 쳣던 한국의 트래커들은
눈사태로 40명이나 죽고 200명이 부상 당한걸 보고 나서야 비로소 고마워 하며
팁으로 1000불을 주고 갔다고 하는데 명수는 그것이 생애 최초로 받아본 거액의 팁였단다.
사실 목숨을 살려준 댓가로 받은 액수치곤 별건 아니지만...
날이 밝아오자 풍광이 선경이다.
바로 눈앞엔 하이얀 눈을 이고 있는 안나푸르나 3봉과
강가푸르나의 모습이 반겨주자 그 모습을 담느랴 다들 시린손 호호 불며
연신 디카의 셧터를 눌러 대기 시작했다.
어느덧....
저멀리 마차푸차레 캠프가 보인다.
아직은 이른시간.
이젠 천천히 걸어야 된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어진 시점이다.
다들 그말이 없어도 몇걸음만 옮기면 호흡이 가파지고 몸은 천근만근이다.
이제부턴 본인 의지와의 싸움.
각자 본인 페이스대로 걸어가면 될 뿐이다.
맨 후미엔 메인 가이드가 두여인과 함께 후미로 처지기 시작한
박사장님을 추슬리며 따라오고 맨 앞엔 햇살이 비칠때면 붉게 변하는
설산의 모습을 디카에 담으려는 욕심에 앞서 나가기 시작한 이교수님이 선등을 한다.
그 중간에 만보님과 내가 걸었다.
물론....
고산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는 만보님의
성급한 발걸음은 혹시 모를 고산에 대한 우려를 의식해 내가 꽁꽁 잡아 두었다.
드디어 도착한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MBC)....
서브 가이드와 이교수님이 안보인다.
?
롯지를 살짝 돌아 나가자
MBC 롯지가 저만큼 떨어져 있는 윗동에도 있다.
아마도 저곳이 오늘 우리가 머물 숙소인가 보다.
사실...
우리의 일정표 대로 하면 ABC가 오늘의 숙소여야 하나
전날 조심스럽게 일행중 고소증이 있는분도 그렇고 그곳보다 고도가 낮은
MBC의 롯지가 더 따스하니 숙소를 옮기는게 어떠냐는 메인 가이드의 요청을
허락 하긴 했는데 개인적으로 내가 MBC로 숙소를 옮긴 이유가 더 있다.
포터들...
요리사들의 짐들도 만만한건 아니나
건장한 남성들인 그들 보다는 여성 포터가 많이 안쓰러웠다.
젊은부부와 35살에 홀로 9살된 아들을 키운다는 여성이 우리들의 카고백을 날랐는데
옷차림도 허술하고 걷다보면 우리보다 일찍 출발은 했어도 매번 우리에게 추월 당 할 정도로
힘겨워 하는게 마음 아팟다.
그들에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게 그것이라면 설령
ABC의 조망이 훨~ 좋다 하더라도 그들을 쉬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었다.
우리 숙소의 롯지 아래서
만보님과 함께 뒤따라 오는 일행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드디어...
박사장님을 선두로
나란히 나란히 씩씩하게들 올라서는 모습들이 반갑다.
다들 올라선 MBC 롯지의 식당....
미리 도착한 요리사가 내어주는 따스한 차 한잔이 어느때 보다 반갑다.
이곳에서 우린 간식을 들며 다함께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이젠 마지막 한고비만을 남겨 뒀다.
누가 해줄 수 도 할 수 도 없는 마지막 ABC로 향한 발걸음에
비 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의 자랑스런 박영석님의 업적을 기린 기념타올이
MBC의 벽면을 장식한 걸 바라보며 다들 용기를 얻어 ABC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짜피 오늘 점심은 ABC에서 하기로 했으니
어서 밥 먹으러 가자는 나의 말에 다들 가볍게 일어서긴 햇는데...
역시나 발걸음은 무겁다.
그러나...
정말 아름다운 풍광이 그 힘듬을 위로 한다.
체력이 좋은 산우나 저질 체력이나 이젠 다들 주위의 아름다운 풍광에
한걸음 한걸음이 아까운 건지 걷는게 힘든건지 아리송한 걸음인데...
이번엔 찍사들도 서로들을 찍어주며 원없이 개인사진을 담아 보았다.
사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본인 사진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
이번만은 욕심이 난 건 사실이라 서로들 이심전심으로 많이들 박아 주셧다.
그러다 보니...
만보님과 이교수님 그리고 내가 맨 후미에 서게 된다.
하긴...
서로들 사진 한장 담고 나면 일행들은 십리는 달아나고
그걸 쫓아 가기엔 이곳의 산소용량은 평지의 50% 미만이라 힘겨움에 일찌감치 포기...
햇살이 강렬하다.
설맹이 걸릴 수 있슴을 와서 걸어보니 알겠다.
살갖을 스치는 바람 또한 면도날에 베인 듯 따가운데
느껴지는 따사로움은 뜨거울 지경으로 복사열이 장난이 아니다.
마침내...
그 복사열에 굴복당한 만보님과 난 반팔차림으로 무장 해제를 당했다.
힘겨움 보다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우린 모든걸 잊을 수 있었다.
무뚝뚝하던 이교수님이 연신 비명을 지른다.
아옷~!!
아옷~!!
그러며 하는말...
나 못가~
이교수님은 그럼 오지마~!
만보님이 먼저 달아나고
그 뒤를 내가 따라서 ABC의 더 좋은 풍광을 만나러 힘겨운 오름질을 하자...
이젠 마라톤 풀코스의 30키로를 넘겨 제일 힘든 마지막 구간을 달리는
마라토너의 심정이라 생각되는 범찬님과 도이미님을 제키고
선등을 하기 시작 했는데...
역시.
우리도 힘듬 보다는 주위의 풍광에 또 발목이 잡힌다.
어쩜 저리도 하늘이 이쁠꼬~!!!
사방팔방 우리를 둘러 싼 설산의 아름다움은
그 배경이 되는 하늘이 너무 맑고 투명하여 싱그러운데
가끔식 운무가 피어 오르면 그 모습은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 되어 가슴을 뛰게 한다.
드디어...
ABC의 관문을 통과 후...
우린 ABC 롯지의 뜰에서
세상을 다 갖은것 처럼 행복에 겨워 어쩔줄 몰랐고....
그동안...
주인 잘 못 만난 죄로 고생 고생한
나의 발에겐 ABC 고원의 맑고 시원한 바람과
따사로운 햇살을 푸짐하게 내리쬐는 선물을 주며 아무 생각조차
하지 않는 무상 무념의 시간을 보내는 멍~ 때리기에 들어갔다.
이윽고...
하나 둘 올라서기 시작하는 우리 산우들.
다들 희열에 찬 얼굴이다.
잠시후...
햇살이 따사로운 롯지의 뜰에서 우린 점심을 대접 받았다.
메뉴는 라면밥.
역시 곱배로 받아 놓은 밥상에 행복한 만보님.
천상의 라면맛을 니들이 알아란 저 표정.
매일같이 해서 받치던 전업주부에서 일시 해방된 안데스님.
누가 해 주는건 설사 맛이 없어도 맛 있다는 저 여인조차 진심어린 말을 했다.
지금껏 내가 해 온 음식이 이 보다 맛날 수 는 없을거다 라고...
이젠 고생 끝 행복 시작....
무식해서 용감한 여인 둘이 아마도 제일 감회가 새롭지 않았을까 ?
세상에나~!!!
처음 산에 입문하는 사람이 한국의 지리산이나 설악산도 무모 할 진데
그곳이 히말라야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라니 이건 정말 해도 너무 햇다.
그런데...
평생을 새벽 출근하여 밤 늦게 퇴근하며 연구실에서만 보냈다는
도이미님은 다녀와서 한다는 말이 또 기가 막히고 코가 다 막힌다.
다음 목표는 EBC라나 뭐라나~?
나원 참~!!!
박사장님 역시 갱사도 사나이의
무뚝뚝을 내세워 감정 표현은 은근슬쩍 감추고
있지만 저 속 마음엔 온갖 감정들이 소용돌이 치고 있을거다.
이분....
세계 여행 안다녀 본 곳이 없을 정도이나
내가 다리심이 떨어질때나 가려던 관광이나 골프 여행만
다녀본 터라 이런 고산의 설산 트래킹은 처음...
이런 트래킹을 계획하면
일단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몸을 열심히 가꾸게 되더라며
그래서 일년에 서너번은 꼭 트래킹으로 가야 겠다니 앞으로 나를 자주 보게 될것 같다.
그동안....
흰수염이 반이나 되는 나이를 먹도록
살아오며 꿈꿔 오던 내꿈의 한자락을 밝고 올라선 지금....
행복하다.
지금 이순간이 영원하길 바랄 뿐...
식사후 게으름의 한낮 햇살을 듬뿍 받으며 취햇던 휴식을 끝내고
우리는 네팔의 럼주 한병을 들고 이곳 안나푸르나에 영원히 잠든 사나이들을 만났다.
잔을 부어 주고
그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묵념의 시간을 보낸 후
도저히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 발걸음을 돌렸다.
이젠....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시시각각 그모습이 달라지는 구름들이
연출해 내는 환상의 풍경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 모습들을 뒤로 하고 내려 서려니 가슴 한켠이 도려 내 듯 안타까움이 인다.
그냥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을걸이란 후회가 일었다.
아무리 춥고.
아무리 고산에 해골이 두쪽이 나는 아픔이 있더라도.
포터들의 애처러운 눈빛마저 그냥 질끈 눈 감아 버림 되는데란 뒤늦은 후회....
솔직히 내 마음이 그랬다.
지나고 보니 그곳의 밤하늘은 또 얼마나 아름다웠을까란 생각도....
ㅋㅋㅋ
올라서기 보다는
내려 서는게 더 어려운 줄은
그저 높은 벼슬자리에 앉은이나 그런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힘든게 이거 였던가 ?
내 마음을 온통 그자리 그곳에 남겨놓고
난 허망한 마음으로 터덜 터널 ABC를 내려와야 했다.
아마도 그 후유증은 좀 길게 이어지지 않을까 ?
그만큼....
나에겐 영원히 잊지 못 할 추억으로 남을 ABC 였다.
(그날의 그모습을 동영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