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초록잎새 여고 동창생의 수다로 깔아 놓은 구수천 팔탄길

산 찾 사 2014. 10. 20. 23:04

산행지 : 구수천 팔탄길

산행일 : 2014.10.19.일요일

누구랑 : 초록잎새 여고 동창생...그리고 산찾사.

 

마눌님의 요청.

"이번 일요일에 정미,영미랑 산에 가고 싶은데 델코 가요~"

정미.영미라 고라~?

그녀들은 울 마눌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절친들이다.

나와는 마눌님과 연애할때 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 허물없는 관계.

그런데....

산행수준이 어느정도인 줄 알아야 산행코스를 잡지 ?

마눌님은 그저 호젓하고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슴 된다고 하니

아주 가까운 황간의 백화산 아래 구수천을 끼고 걷는 둘레길을 찾아 가기로 했다.

 

가까운 곳이니 늦은 아침 출발이다.

우리집 아파트로 오라한 시간에 칼같이 도착한 그녀들을 태워

쌩~하니 달려 도착한 백화산 들머리...

일단 먼저 들머리에서 이쁜 그녀들의 용모파기를 디카에 담은 뒤...

 

 

 

반야사를 향하는 길목의 백화정사에 먼저 들린 후...

 

 

 

이정표가 가르키는 반야사를 향한다.

 

 

 

넓직한 임도 수준의 백화산 둘레길....

등로의 우거진 숲에서 뿜어저 나오는 숲향에 기분이 좋아진다.

들머리부터 뭔 말들이 그래 많은지 ?

연신 지지배배 지지배배....

역시 지지배들이라 그런지 수다가 장난이 아니다.

조용한 숲속을 흔드는 그녀들의 수다에 질려 버렸나 ?

청아하게 울려 퍼지던 숲속의 새들이 어느순간 숨을 죽였고

살랑살랑 불어주던 가을 바람도 잠이 들었다.

 

 

 

숲속을 빠저 나온 우린 구수천을 건넌다.

수다를 떨며 가기 바쁜 그녀들을 세워 포성봉 끝자락을 가르킨다.

저기 산기슭에 호랑이 한마리 내려 오는거 보여~?

잘 모르것다 고라~!!!!

 

 

 

그래서...

반야사 대웅전 앞뜰에서 다시 그녀들을 세웠다.

뒤로 돌앗~!

이래도 호랑이가 안 보이남~?

 

 

 

반야사의 호랑이를 보여 줬으니

이번엔 이곳에서 제일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문수전를 향한다.

문수전 향한 오름질에 잠시 헉헉대던 여인들...

 

 

 

그 힘든 수고로움에 대한 보답이

황송할 지경의 비경을 품고 있는 문수전의 뜰에 선다.

 

 

 

내려 보이는 풍광이 참 시원시원하고 아름답다.

문수전...

이곳은 스님들의 수도처라 정숙은 기본예의...

세 여인은 내가 입단속을 시켜 발소리 마저 조심스러운데

지랄~!!!!

발음도 참으로 억센 갱상도 여인 둘이서 교양없이 시끄럽게 지껄여 댄다.

그저 승질 같음 뒷통수 한대 갈겨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으나 그럴 순 없꼬.

절간이 싫음 중이 떠나야 한다.

그 꼴 보기 싫고 또 함께 있으니 무례한 한통속으로 취급 받을까 겁나

구수천을 향한 가파른 내림길로 급히 발길을 돌렸다. 

 

 

 

세조가 이곳에서 발을 씻었다던가 ?

맑은 구수천이 흐르는 강물을 건너야 할지 아님 반야사로 먼길을 돌아와야 할지는

일단 내가 먼저 건너 보고 결정 하기로 했다.

예전 이길을 건널때 물 이끼가 미끄럽던 기억에 살그머니 밟아보니...

다행이다.

그닥 미끄러운건 없고 다만 물이 아주 차다.

 

머슴이 따라 왔슴 업어 건너 줘야 한다는

그녀들의 억지를 묵살하고 올테면 오고 싫음 돌아서 오라니

할 수 없이 다들 물에 발을 담그고 건너 오는데 그래도 마눌님은 나를 믿었었나 보다...

세상엔 믿은놈 하나도 없다란 원망의 푸념을 날린다.

 

 

 

구수천 팔탄길이 시작된다.

팔탄에서 시작된 둘레길은 구수천을 끼고 이어지는 산책로...

예전엔 이곳을 찾은이가 별로 없었는데 이젠 좀 알려졌는지 가벼운 차림새의 

단체 행락객이 간간이 눈에 띈다.

 

 

 

세여인의 나들이길.

흥겹나 보다.

하긴...

시내에서 만나 수다를 떨던것에 비하랴~!!!

 

 

 

그녀들의 뒤를 따라가며 듣는 이야기엔

우리네의 살아가는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

사랑스런 자식들 키우며 겪어야 했던 이런 저런 사연에서 부터 

시댁식구와 콩닥콩닥 어우렁 더우렁 미운정 고운정 짙게 풍겨난 살이에 겯들여

가끔씩 남편들이 안주거리로 씹히기도 하지만 그 속내엔 끝을 알 수 없는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담았던 마음들이 폴폴 풍겨난다.

  

 

 

서로들 사는게 그만그만 하니

살면서 겪게 되는 세상살이엔 공감대가  많을 수 밖에...

 

그래 그래 맞어~!

어쩜~ 니나 내나 똑같니~?

 

 

 

 

이 아줌씨들...

가을 정취를 느끼고 싶다하여 나들이를 왔더니

죄다 쌩~ 구라....

내 눈엔 가을이 내려 앉은 강가의 단풍이 너무 고아 한동안 발목이 잡혔고....

 

 

 

어디선가 불어 온 한줌의 바람에 흔들리던

갈대가 내마음을 온통 흔들어 놓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싸아~ 하니 밀려 든 가을정취에 한동안 가슴이 먹먹하여 움직일 수 없었슴에도

저 무심한 여인들은 갈대의 아름다운 풍광들이 눈에 들어 오지도 않는가 보다.

그저...

재잘재잘 쫑알쫑알 지지배배....

으이구~!!

그러니 지지배 ?

 

 

 

어느덧 발길이

고려의 악공 임석천의 불사이군의 충절을 전하는 임천석대에 이른다.

풍광이 제일 빼어난 이곳의 강변에서 우린 점심식사를 하려고 마음 먹었었는데...

이런~!!!

정자 와 원목테크의 쉼터 공간 주위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비닐 봉투엔 3조11명 5조12명 등등...

싸인펜의 글씨로 보아 단체 행락객들의 짓이다.

 

 

 

그곳엔 잠시 둘러 볼 생각도 하기 싫다.

벌써 상하고 부페한 음식들이 썩어서 풍기는 악취가 진동을 한다.

언제 저런 짓거리가 없어질지 ?

저 쓰레기는 큰 홍수의 물난리가 나면 모를까 언제 누가 치워줄지 의문이다.

딘장간장 우라질~!!!

 

 

 

임천석대를 지나친 우리가 자리를 잡은곳이 난가벽.

이곳도 풍광이 좋다.

맑은 구수천이 흘러가는 강변에서

라면 두개에 만두를 넣어 맛깔스럽게 끓여낸 만두라면에 김밥으로 식사를 했다.

다들...

어찌나 만나게 드셔 주던지 ?

국물 한방울 남기지 않고 싸악 비워내자 포만감이 밀려든다.

 

 

 

한잔의 술과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커피의 향까지 즐긴 탓에

한층 더 게으러진 발걸음이 어느덧 구름다리를 넘는다.

그런데....

의외로 정미씨가 이런 다리를 무서워 한다.

ㅋㅋㅋ

그 모습이 재미있는 친구들 구름다리를 흔들고...

 

 

 

다시 이어진 발걸음....

시간이 흐를 수 록 추색 짙어가는 풍광에 흥겨운 걸음이 되고

 

 

 

 

우리들의 발걸음은 강변길 옴폭 들어간

암굴에 모셔진 부처님께 우리들의 소박한 소원을 한차레 빌고 나면

 

 

 

저기 보이는

능선자락 끝봉에 세워진 정자가 가까워 진다.

 

 

 

 

 

각 탄(여울)마다 구수천을 끼고 이어진 등로가 다 아름답지만

3탄에서 1탄에 이르는 구간엔 산기슭에 바짝 붙어 그런지 가을색이 곱게 내려 앉았다.

이렇게 고운 풍광에 이르자....

여인들이 차마 발길을 떨치지 못한다.

 

아무렴 어떠리...

갖은게 시간이니 니들 맘대로 내키는 대로 걸으시라...

 

 

 

 

 

 

 

 

 

 

 

백옥정을 코앞에 두고 또 쉬었다 가잖다.

초록잎새한테 디카를 넘겨 두여인을 감쌓안은 사진을 찍으며

오늘 같이 가자는데 불응했던 남편들 열받을 정도로 최대한 다정하게 찍으라 했다.

항상 동호회 활동으로 바쁜 영미씨 신랑은 행사로

일벌레 정미씨 신랑은 영미씨 신랑 못 간다니 그럼 나도란 핑계로 또 빠지고...

덕분에 내가 세여인을 독차지한 오늘...

난 상 머슴이라도 행복하다.

ㅋㅋㅋ

 

 

드디어 올라선 백옥정.

정자야 항상 전망좋은 곳에 세웠으니 조망이야 말 안해도 알 수 있다.

 

 

 

백옥정에서 내려보는 풍광을 보며

초록잎새가 단둘이 걸었던 추억을 기억해 낸다.

강을 건넌 저 곳에서 금돌산성으로 올라 한성봉에서 반야사로 내리다

방향을 틀어 길게 능선을 타고 내려 원점휘귀 산행을 했던게 여러번일 정도로

이곳은 곳곳이 다 익숙한 지형이다.

 

 

 

왔으니

처음으로 다함께 단체사진 한장 박고...

 

 

 

 

백옥정을 내려 옥동서원을 들리려 했는데

여인들이 싫어한다.

걷기 싫다는 말씀 ?

 

 

 

그래서 옥동서원은 그냥 패쑤~!!!

그리곤 곧장 구수천을 넘는 징검다리를 건너

 

 

 

강변의 억새군락지에서

이쁘게 피어올린 으악새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우린 다시 이번엔 역으로 

1탄에서 8탄까지  되돌아 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왔던길 되돌아 가는건 맞는데

길은 반대편의 구수천을 끼고 걷는 등로라 같은길이 아니다.

그래 그런지...

지루함이 없고 색다른 맛이 난다.

 

 

 

되돌아 가던길...

올때는 보지 못했던 강태공들이 낙시를 즐기고 있다.

한가로운 오후의 풍경이 나른하다.

 

 

 

 

 

 

 

 

 

강변길을 걸어 걸어 드디어 도착한 종착지...

참 입심들 좋다.

아직도 할 야그들은 왜 그리 많은지 ?

그래서...

다음에 아주 3박4일 원 없이 수다를 떨게 해주마 라고 산찾사가 약속을 했다.

 

처음 걱정했던 것 보다 오늘 참 잘 걸어 줬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번엔 빡센 산행으로 한번 이끌어 줄 참이다.

그때는 무뚝뚝하고 멋 없는 신랑들도 함께 하길 빌어 본다.

 

 

 

(동영상으로 따라가 보는 그날의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