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패킹후기

가을 그 쓸쓸함과 함께 한 민둥산의 달빛...

산 찾 사 2014. 10. 10. 13:46

산행지 : 민둥산

산행일 : 2014년 10월06(월)~07(화)

누구랑 : 나홀로.

어떻게 : 민둥산역~증산초교~민둥산(박)~929.8봉~화암약수.

 

 

가을....

그 쓸쓸함을 즐기려 나홀로 길을 떠났다.

멀고도 먼길....

대전에서 열차를 타고 제천에서 다시 환승하여 도착한

민둥산역의 예전 이름은 증산 였는데 억새로 유명세를 타자 역의 이름도 민둥산으로 바꼈다.

 

 

 

 

서너명을 떨궈 놓고 달아난

열차 꽁무니가 역사를 빠저 나간 뒤에야

미적대며 역사를 나와 바라보니 한눈에도 민둥산임을 알 수 있는

산이 바로 증산 시가지를 넘어 우뚝 서 있는게 보인다.

지도를 꺼내어 볼 필요도 없이 그저 그곳을 향해 뚜벅 뚜벅 걸음을 옮겨 놓자

하산후 증산으로 되돌아오는 등반객들과 반대로 걸어주면 될 뿐. 

 

 

 

 

증산 초교를 우측에 두고

작은 개천에 놓인 다리를 건너자 민둥산을 향한 등로가 열린다.

 

 

 

 

얼마 후 길이 갈린다.

순탄한길과 가파른길.

지까짓게 가팔러야 얼마나 가파를까 ?

질러가는 가파른길을 택해 다시 오름질을 시작한 얼마 후....

문득 뒤를 돌아 보니 발 아래로 증산 시가지가 펼쳐진다.

 

 

 

 

다시 시작된 오름질....

짙은 솔숲의 향이 너무나 좋다.

걷는 동안 내내 박베낭의 압박감에 자꾸만 처지는

어깨와 발걸음도 쉴 겸 자주 다리쉼을 하며 숲속의 싱그러운 공기를 실컨 들입따 마신다.

 

 

 

 

그렇게 오르다가 만난 임도...

이정표엔 이곳이 정상에서 딱 반절임을 알려준다.

그럼~?

아직 해가 중천이니 여유롭다.

 

 

 

 

솔숲의 오솔길이 가파르다.

그러나...

하늘을 가린 원시림의 숲속은 부드러운 육산이라 부담이 없고

한껏 게으름을 피우는 보폭이라 그닥 어려움 또한 없다.

그렇게 걷다보니 문득 하늘이 열리며 전망대가 반긴다.

그곳에 등짐을 내려 놓고 가을 바람을 맞는다.

옷깃을 파고 드는 건들바람에 땀이 마르자 선뜩한 느낌이 신선하다.

 

 

 

 

전망대에서 내려보이는 증산 시가지가 평화롭고

그 넘어엔 봄철이면 막바지 철쭉으로 불타 오르던 두위봉 능선이 장엄하다.

 

 

 

 

한발 두발....

게으른 발걸음에도 민둥산은

그 자리를 힘없이 내어 줄 만큼 정상은 가깝다.

 

 

 

 

솔숲의 원시림을 벗어나자 시작된 억새의 향연...

아직 해가 지려면 시간은 많이 남았다.

장쾌한 능선은 보는것 만도 가슴이 뻥 뚫릴만큼

시원한데 역광에 은빛으로 일렁이는 억새의 흐느낌이 가슴 한켠으로

싸아~ 하니 밀려 들더니 어느순간 허전한 가슴에 하나 가득 외로움을 채워 놓는다.

 

 

 

 

민둥산 정상이 지척이다.

아름다운 가을의 정취에 흠뻑 빠진 산찾사의 해찰이 시작됐다.

가기 싫다.

그냥 이대로 영원히 머물고 싶다.

 

 

 

 

뒤를 돌아보면...

해찰을 부릴만큼 햇쌀의 역광에

소금을 뿌려 놓은 듯 하이얗게 피어오른 억새꽃이 아름다워

자꾸만 자꾸만 발목을 부여 잡던 능선자락이 어느덧 정상에 이른다.

 

 

 

 

요즘엔 어딜가나 박꾼들이 많아져

이름난 산들엔 주택난(?)으로 심한 몸살을 앓는다 하는데....

다행이다.

민둥산 정상에 서니 그야말로 적막강산.

 

 

 

 

 

 

그래도 우리나라 억새 군락지로

명성이 자자한 민둥산인 만큼 박꾼은 있었다.

부부 한팀과 남정네 두분의 텐트 두동이  석양을 바라보는 원목테크에

세워져 있어 난 그 반대편의 넓은 원목테크에 자리잡아 나홀로 독차지를 했다.

 

 

 

 

세상 부러울것 없는

천상 하늘에 칠성급 호텔을 뚝딱 지어놓고 나자...

 

 

 

 

성급한 달님이 햇님을 마중하러 나왔고...

 

 

 

 

무슨 미련이 남았던가 ?

미적대던 햇님도 이젠 어쩔 수 없었던지

마지막 힘을 다해 아름다운 잔영을 뿌려 놓고 서산을 넘긴다.

아름답다.

이미 해는 졌어도 그 잔영이 오랫토록 지속된다.

내 인생도 석양을 넘기던 저 햇님처럼 숙연하며 처연하리 만큼 아름다워야 할텐데...

 

 

 

 

해가 넘어가자....

순식간에 기온은 곤두박질을 하며 내려 간다.

 

 

 

 

땅거미가 내려앉고...

 

 

 

 

달빛이 은은하게 내리 비추는 밤이 되자

 

 

 

 

억새가 꺽어질 만큼 바람이 세차다.

 

 

 

 

노을의 잔영에 흔들리는 억새의 흐느낌을 뒤로 하며

난 그만 나만의 보금자리에 든다.

 

 

 

 

그런후...

느닷없이 길 떠날테니 먹거리 내놔라 떼를 쓴 나에게

초록잎새가 급하게 이것 저것 챙겨준 먹거리를 풀어 저녁 성찬을 준비한다.

먼저 날씨가 추워 몸이 얼었으니 뜨끈한 어묵탕으로 몸을 덥힌다.

 

 

 

 

이후....

반주로 마시던 와인 한병이 쓰러진 시각이

어느새 밤 열시를 넘길 쯤...

산중엔 뭐니 뭐니 해도 라면이 최고다.

이렇게 추운 밤이면 더욱 더 얼큰하고 시원한 라면국물이 생각나게 마련...

그래서...

보글 보글 맛나게 라면을 끓여 드셔주고 나자 몸덩이가 후끈해 진다.

 

 

 

 

한밤....

불린 배를 꺼추러 산책을 나갔다.

그렇게 그악스럽게 불어대던 바람도 어느새 잠이 든 한밤.

하늘엔 은은한 달빛이 정상에 내려 앉아 하이얀 억새군락을 내려 비춘다.

바로 가까이엔 산골짝 아담한 증산 시가지가 대낮의 풍광과 달리 사뭇 그 요염한 자태를 드러 내고 있다.

 

 

 

 

 

 

 

 

 

 

그렇게 정상을 배회하다 

살 폿 잠이 들었다가 문득 잠에서 깨어난 한밤...

텐트 사이로 내려 보이는 시가지의 아름다운 불빛은 선명하고

 

 

 

 

천정에 메달린 조명등이 무색하리 만큼...

 

 

 

 

하늘엔 달빛이 수은주 가로등 마냥 빛을 뿌려댄다.

 

 

 

 

깊고 푸른 밤....

달빛이 은은하여 잠 못 이루는 한밤이다.

차마 그 정경이 아까워 잠을 잘 수 없을 지경이다.

하늘엔 별들이 총총하고 내려보이는 강원도 시골의 읍내 불빛들이 정겨워

언제까지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멍을 때리는 기나긴 한밤의 시간들이 흘러간다.

 

 

 

 

 

 

정상의 한밤 기온은 한겨울....

볼때기가 얼고 발이 시려 들어선 텐트에 설핏 잠이 들었다가

새벽을 깨우는 새소리에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보니...

 

하아~!!!!

 

운해 바다가 펼쳐 졌다.

그래~

바로 이맛이다.

이게 얼마 만인지 ?

 

 

 

 

 

 

 

 

 

 

 

 

동쪽엔 태동을 위한 진통이 시작된다.

 

 

 

 

서쪽에 비해

구름한점 없는 동쪽의 일출은 순식간에 이뤄 졌다.

 

 

 

 

불쑥 떠오른 아기햇살에 드리운 정상의 풍경이 신선하다.

여린 햇살에 반응 하며 작은 바람에도 억새들의 일렁임은 붉은빛 잔치로 잔잔한 감동을 준다.

 

 

 

 

 

 

아침은 간단하게 전복죽으로 해결한다.

그런후...

혹시 모를 이른아침 산객들이 오기전 먼저 자리를 정리했다.

 

오늘 귀가를  생각하면 좀 서둘러야 한다.

내가 타려던 열차를 놓치게 되면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에....

아무리 그렇타 한들...

산정에서의 또다른 즐거움을 빼 먹을 순 없다.

베낭을 갈무리 하기전 마지막으로 물을 끓여 커피의 향을 즐긴다.

 

연극배우 신구 선생님이 일갈하던

"니들이 게 맛을 알아~?"

그 게 맛은  몰라도 산 정상에서의 이맛은 잘 알기에 포기는 못 한다.

 

 

 

 

 

아니 온 듯 깔끔하게 자리를 정리후....

 

 

 

 

운해 바다속을  풍덩 뛰어 들기 위해 저곳을 향한 내림길에 든다.

 

 

 

 

지억산을 향한 능선길은 완만하여 걷기 그만.

아침 햇살에 눈부시게 피어 오른 으악새의 물결이 내 발걸음을 흥겹게 만든다.

 

 

 

 

 

 

 

 

화암약수까지의

길고 긴 능선길은 정말로 걷기 좋은 유순한 길였다.

하늘을 가린 소나무와 전나무의 향에 취하고 부드럽게 밟히는

양탄자처럼 깔린 솔잎과 가랑잎에 무릅은 편안했으며

 

 

 

 

 

 

걸어 내리는 내내

혼탁한 세상사에 시달려 흐려진 내 안구를 정화 시켜주던

그림처럼 아름다운 운해바다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자연이 빚은 예술품 였기에

그길이 나에겐 꿈속의 길였고 천상의 길였다.

 

 

 

 

 

 

 

 

 

 

산행의 종점 화암약수터...

젖은 몸을 씻으려 개울가에 내려가 세수를 하던 나를

나물과 약초를 내다 팔던 아낙네가 왜 거기서 닦는냐고 불려 세운다.

나는 더러운놈이 깨끗한 하천을 오염 시킨다 혼쭐을 내는 줄 알고 순간 쫄았었다.

그런데...

저기 화장실에 가면 샤워장이 있으니 거기 가서 씻으시랜다.

ㅋㅋㅋ

괜히 쫄았넹~!!!

역시 죄 짖고는 못 산다.

이정도에 나의 새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으니....

 

화장실 한켠의 샤워장.

끝내 준다.

더운물이 펑펑 쏟아진다.

 

 

 

 

개운한 몸으로 화암약수를 들이킨다.

첫맛은 몰라도 뒷맛은 쇳내가 진하게 나와 비위 약한 사람은 좀....

 

 

 

 

 

 

약수터를 나와 증산의 콜밴을 불렀다.

긴 거리임에도 아주 착한 가격 25,000원.

가는 내내 소금강의 아름다운 풍광에 눈이 즐겁다.

시간이 허락하면 이곳 소금강을 끼고 돌아가는 몰운대 코스까지 밟았을 텐데...

많이 아쉽다.

다음엔 여유롭게 몰운대는 물론 정선의 시골장터까지 들리러 한번 더 걸음을 해야 될 것 같다.

 

 

 

 

12:51의 청량리행 열차를 타기엔 시간이 참 많다.

좀 이른 시간이나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증산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곤드레 정식집을 물어 물어 찾았다.

민둥산 역사에서 아주 가까운 시장골목의 식당.

차림은 소박하나 맛은 담백하고 정갈하다.

곤드레 나물밥도 기대 이상....

 

 

 

 

제천에서 내려 대전으로 환승....

1시간의 기다림이 지루해 역전앞을 서성댄다.

기관사의 직업상 허구헌날 오는 제천역.

그런데 막상 제천역사 밖은 나가 본 기억이 없다.

ㅋㅋㅋ

제천 역사앞에 저런 조형물이 있었던가 ?

 

 

 

1박2일 여유롭게 걸음한 민둥산.

달빛과 야경....

그리고 바람에 일렁이던 은빛물결의 으악새는 물론

새벽 이른아침 나를 맞아주던 운해의 감동이 영원히 기억될 민둥산 박산행을 끝낸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

 

 

    (동영상으로 따라가 보는 민둥산 산행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