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봉~백화산~구수천 팔탄길
산행지 : 백화산
산행일 : 2014년 5월07일 수요일
누구랑 : 나홀로
어떻게 : 반야교~주행봉~포성봉~방통재~봉수대~백옥정~임천석대~문수전~반야사~반야교.
(산행지도)
5월의 길고 긴~ 연휴...
그러나 남들만 연휴고 난 연일 근무를 했다.
남들 연휴 끝 첫날에 찾아든 나의 휴일.
홀로 길을 나선다.
오늘은 좀 길게 걸어 볼 참이다.
주차장을 그냥 지나처 반야교를 넘어 투산이를 주차후 주행봉을 향한다.
오랫만에 찾아든 주행봉 들머리...
많이 달라져 있다.
예전 예비군 훈련장의 모습이 사라진 대신 백화산 둘레길이 생겼다.
여기저기엔 쉼터와 계단으로 정비된 등로의 모습도 그렇고...
숲 또한 예전과 달리 풍성해 진 것 같다.
역시 오름질은 힘들다.
주행봉은 초반부터 빡신 오름길이라 금새 등줄기는 후줄근해 지고
이마에 질끈 동여맨 수건이 감당 못한 땀방울이 줄줄 새어 얼굴을 적신다.
딘장~!
이건 벌써 한여름 날씨다.
세상이 정상이 아니다 보니 날씨마저 이 지랄인지 ?
예전...
정의롭지 못한놈이 느닷없이 정의 사회구현을 외치더만
요즘엔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비정상화가 뻔뻔하게 요구 하는 시대를 만났다.
이제나 저제나 참으로 민초들은 그래서 살기 힘든 나라다.
드디어...
능선에 올라 붙었다.
내려본 산하가 푸르름의 신록으로 찬란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화려한 단풍도 좋지만 사실 난 이때가 제일 이쁜것 같다.
길옆엔 여린 새순의 사초들이 마중 나왔다.
바람에 일렁이는 저 사초들의 물결 또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풍광이라 내심 반갑다.
능선 날등을 걷게 되면서 불어주는 바람이 시원하다.
발아래 평화로운 들녁과 끝없이 펼쳐진 산너울에 넉을 놓고 처다 보는 사이
어느틈에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에 부글부글 끓던 어지럽던 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만남.
서울에서 오셨다는 두 남정네가 반가워 웬만하면 같이 걷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걸어야 할 거리와 가늠해 본 그분들의 발걸음은 너무 늦다.
주행봉 정상까지 그럭저럭 함께 동행후 자연스레 또다시 나홀로 걸음이 된다.
주행봉...
여기까지 오면서 물을 제법 마신것 같다.
그만큼 덥다.
충분히 준비한 식수이나 이후부턴 좀 아껴야 할 듯...
진행방향 좌측...
언제 저리 골프장이 들어 섰는지 ?
예전 이곳을 걷다 그곳을 보며 나는 올망졸망한 구릉들을 그대로 살린
농장이나 가꾸며 살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었고 그때 함께 걷던 감리단장 너른숲님은
멋드러진 전원주택을 짓고 싶어하던 장소가 바로 저곳였다.
용아릉 같은 주행봉의 능선을 걷다보면....
등로옆 넓직한 조망터 암반을 만난다.
이곳에서...
오랫만에 베낭까지 풀어 헤쳐
달콤한 과육으로 갈증을 삭힌 후엔 다리까지 쭈욱 뻗고 한동안 멍을 때린다.
무상무념...
그저 마냥 좋다.
이왕이면 한숨 때리고 갈까 ?
그러나 짙은 유혹을 뿌리친다.
오늘은 갈길이 바뻐 이만큼 쉰것만도 호사다.
날등의 암릉들을 조심스레 밟고 내려선 갈림길 부들재...
잠시 마음이 흔들린다.
날도 덥고 힘든데 그냥 여기서 내려~?
허술하게 때운 아침식사라 그런지 배도 무쟈게 고프다.
토마토 3개중 한개는 이미 드셨고...
한개를 꺼내어 허기만 속이고 내처 백화산 정상을 향한다.
한차레 내리백힌 만큼보다 더 올라야 하는 백화산...
예전 기억은 참 수월하게도 올랐는데 오늘따라 너무 힘겹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이젠 저질체력 다 된것 같다.
올라서다 힘들어 바위에 걸터앉아 되돌아본 주행봉 능선이 아름답다.
정상에 붙기전...
소음이 많이 들리더니 역시나...
백화산 정상엔 원목테크 공사가 한창이다.
한때...
이곳 백화산 정상의 이름이 포성봉였다.
일제의 잔재를 청산한다며 한성봉으로 바뀌기기 전...
난 한직장 한솥밥을 먹던 사랑하던 나의 산우를 잃고 여기서
산우를 떠나 보내는 제를 지낸 이후 그님이 생각나 한동안 이곳은 찾지 않았었다.
그러고 보니 세월 참 빠르다.
이젠 아픈 추억의 흔적들은 다 사라지고 아무런 감정도 일지 않으니
무정하건 세월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다.
그나저나...
일제가 개칭한 城을 사로잡다란 뜻의 포성봉을
한성봉이라 개칭한건 좋은데 아직도 철옹성 친일파의 잔재가 판을 치는
우리나라는 언제쯤 그 뿌리가 뽑힐지가 걱정스럽다.
소음을 피해 정상을 얼른 내려선 후...
첫 갈림길에서 좌측의 봉화터로 발걸음을 옮긴다.
내려 백히던 거칠은 초반 암릉길이 진정된 숲속...
늦은 점심은 꿀맛이다.
아무도 없는 숲속이라 훌러덩 겉옷을 벗어 나뭇가지에 걸어 놓고
허겁지겁 주린 순대를 채우고 나자 갈길은 아직도 멀기만 한데 떠나길 주저한다.
겨우 몸을 일으켜 시작된 산행길...
울울창창 숲속에 울려 퍼진 청아한 새소리와 산들바람에 힘이 난다.
아울러...
내내 이어진 육산의 오솔길은 걷기에 그만이다.
그렇게 걸어가 만난 망루...
망루란 지명이 부끄럽게 조망이 꽝이다.
예전 망루가 있을법한 장소엔 소나무가 차지하고 주위엔 잡목이 시야를 가렸다.
내림길이 참 길다.
작년인가 ?
한겨울 마눌 초록잎새랑 눈길을 걸어 내릴때만 해도
지루하다 생각 못 했는데 오늘따라 그런 생각이 든건 왠일인지 ?
그래도 발걸음은 어느새 봉화터를 지나고...
수복리 마을의
백화산 들머리 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지금부턴 구수천을 따라
1탄부터 8탄까지 이어진 비경을 따라 걷는 둘레길을 걸어주시면 된다.
일단 먼저 징검다리를 건너
백옥정에 올라
구수천이 흐르며 갈라놓은 풍광들을 살펴 본 후...
구수천 팔탄길을 들어섰다.
이길은 이미 지난 겨울에
눈 덮힌 등로를 나홀로 왕복으로 걸어 본 터라 익숙한 길이다.
역시나 아름답다.
그냥 들어선 순간부터 사색의 길이 되는 구수천 팔탄길...
평탄한 오솔길이
구수천을 따라 길게 길게 이어지다
구름다리를 건너
이젠 반대편의 산 기슭을 걷게 된다.
그러다 임천석대를 지나고...
임천석대를 지난 얼마후엔
징검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이번엔 그냥 직진길로 들어선 바람에
사서 고생을 좀 했다.
이정표에 직진길 0.86키로라 돼 있어 들어서긴 했는데 등로 없슴이 정답.
그렇게 힘들게 찾아든 반야사 옛터는 옛터의 흔적을 볼 수 없고...
반야사 옛터를 뒤로 얼마후...
숲속길을 벗어나면 누구든 바로 단애절벽의 암자에 시선이 꽂히게 된다.
문수전이다.
저곳을 가려면 돌아가 반야사를 거처 오던가 아님 신발을 벗어들고 구수천을 건너야 된다.
문수전으로 올라가는 초입의 강변 암반...
그곳을 맨발로 건넜다.
그런후...
예전에 세조놈이 이곳에서 목욕을 했다던 그 암반에 앉아 발을 씻었다.
순간...
그간의 피로가 싸~악 가신다.
물에 한번 담갔을 뿐인데...
그래서 피곤이 어느정도 가신 발걸음이 수월하게 문수전을 오른다.
문수전에서 내려본 풍광은 역시나 좋다.
그냥 하염없이 내려만 보고 있어도 깨닭음을 얻을것 같은 그곳을 두고
콱 처 닫힌 골방에 앉아 수행하는 스님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살금 살금 되돌아 나와....
왔던길 되돌아 내려 이번엔 반야사로 향했다.
숱하게 와 본 백화산...
그러나 정작 반야사에 들린건 오늘이 처음이다.
반야사 뒷편으로 보이는 산기슭의 너덜지대...
그 모양을 가만 보면 꼬리를 치켜든 영락없는 호랑이다.
그 호랑이의 기세에 눌려 그런가 ?
넓은 반야사 뜰안에 개시끼 한마리가 기가 죽어 누워 있다.
그런데 이놈...
짖지도 않네 그랴~!
반야사를 나오다 내 눈에 띈 글귀...
읽어보니 노년뿐만 아니라 전 세대가 세겨 들어야 할 지혜다.
난 저런 지혜를 얻기위해 시간이 날때마다 산에 든다.
산에 들면...
세상사 모든게 다 부질없단 생각이 들어
살면서 불쑥 불쑥 찾아든 욕망과 욕심이 내려지게 된다.
반야사를 끝으로...
백화산 둘레길의 이정표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 발걸음은 반야교에 이르게 되고 오랫만에 7시간 남짓 걸린 장거리 산행을 끝낸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
(동영상으로 따라가 보는 주행봉~백화산~구수천 팔탄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