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나리던 진악산 야영
산행지 : 금산 진악산
산행일 : 2014년 2월01일~02일
누구랑 : 거브기님. 산이랑님. 호준님. 문필봉님...그리고 산찾사.
어떻게 : 수리넘어재~사거리~정상(1박)~737봉~도구통 바위~보석사~주차장
설날 근무 다음날 하루가 휴일로 잡혔다.
처가는 코앞이니 전날밤에 다녀왔고 걸릴게 없는 몸이다.
그런거 따질 나도 아니지만 베낭을 꾸려 나서는 나를 배웅하는 마눌한텐 좀 미안하다.
같이 가자니 애들 둘이 모처럼 내려 온 명절날이라 같이 있어 주고 싶덴다.
하긴...
오늘은 비도 온다고 하니 그냥 홀몸이 더 편하긴 하다.
공주의 거브기님 차로 이동하기로 했다.
오후 2시20분에 모이기로 했다니 옆동의 산이랑님과 함께
정말 오랫만에 지하철을 타고 만남의 장소 현충원 사거리로 향한다.
반가운 만남....
10년도 훨씬 지난 고물 자동차라 개비를 해야 겠다는 승용차...
씽씽 잘 달린다.
그런데 왜 바꿔~?
몸은 거브기 맞는데 그 거브기가 운전하는 자동차는 빛의 속도를 자랑한다.
덕분에 어느틈에 순간 이동 완료....
오늘 산행 들머리 수리재의 주차장에서 산행을 준비한다.
그런데...
酒님들은 넘치게 준비를 했어도 정작 중요한 식수를 소홀히 했다.
수리재의 주차장 이곳 저곳을 둘러봐도 식수 보충을 할 방법이 없어 그냥 가기로 한다.
준비한 식수는 그만함 됐고 허드랫물은 정상아래의 샘물을 이용하기로 했다.
늦은 오후 출발이라
내려서는 사람만 있지 올라서는 사람은 우리일행 뿐...
홀로 산행을 온 듯한 한분이 내려서다 우릴 보곤 지금 대전엔 비가 많이 내린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지금 이곳의 하늘은 쾌청인데...
초반의 가파른 계단이후
완만한 솔숲 오솔길이 박베낭의 압박감을 덜어준다.
그래 그런가 ?
다들 쏜살같이 달아나고 느림보 거브기 형님만 남았다.
거브기님과는 얼마만의 산행인지 ?
도란 도란 정담이 힘듬을 잊게 해준다.
올해로 공무원 연금 만땅 33년을 넘겼다는 거브기님은
그래서 확~ 때려치워뿔고 인도나 티벳의 고원으로 떠나고 싶어하나
마눌님인 자라님이 극구 말리는 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단다.
햐~!!!
부럽다.
나도 그냥 공무원 신분으로 남았다면 올해가 33년 만땅이다.
그런데...
딱 10년을 앞두고 공사로 신분이 바뀐 탓에 연금은 반토막으로 줄었다.
올해 막내가 대학을 졸업하니 만약에 공무원 신분으로 그대로 남았다면 나도 부담없는 몸이건만
그러나 노후가 불안한 나는 한참을 더 다녀도 역시나 보장이 안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갈림길...
사거리에서 우린 정상을 향해 방향을 튼다.
금산의 진산이라 그런지
등로 정비가 아주 잘 돼 있다.
등로 곳곳엔 이렇게 주옥같은 시를 걸어놓아 잠시 가던길을 멈추게도 하고...
능선에 붙어 걷게 되면서 조망이 터진다.
잿빛의 우울한 하늘아래 펼처진 산하는 그러나 아름답다.
진행방향 좌측으론
걷는 내내 금산시내가 발 아래 드리웠다.
금산이라 그런지 거뭇 거뭇한 색깔의 밭은 다 인삼밭이 분명해 보인다.
짙은 솔향이 참으로 그리웠다.
맨 뒤 꽁무니의 거브기님을 따라가며 온갖 해찰을 부린다.
그간 찾아들지 못한 숲속에 들고 보니 몸과 마음이 푸근해지며 온갖 시름들이 씻겨 나간다.
낑낑대는 거브기님.
저 보따리엔 뭔 짐들이 저래 많은지 ?
거브기님과 함께 하면 칙칙대는 압력밭솥과
프라이팬까지 갖춘 취사도구는 항상 들어 있으니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고
코 고는 산우들과의 한밤도 개의치 않다면 오늘은 새롭게 구입을 했다는
미스테리월 핵사곤베타를 가저 왔다니 까이거 텐트도 필요 없다.
뿐만인가 ?
가끔 추워 디진다고 엄살 좀 떨으면 우모복도 내준다.
안주면 두꺼운 거브기 껍데기를 벳겨서 덮어야 겠다는 공갈협박만 하면 금방 먹힌다.
ㅋㅋㅋ
그리고....
제일 중요한 먹거리가 끝없이 나오는 요~물단지가 바로 저 베낭인데
오늘밤은 과연 뭐가 나올지 기대만땅이다.
먼저 선등을 했던 준족의 호준이 기다리고 있다.
쉬었다 가잖다.
베낭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거브기님 베낭에선 뚱땡이 맥주가 나오고
산이랑님은 아들이 먹으려고 사온 비스켓을 살짝 쎄벼와 우리들의 안주로 풀어 놓는다.
오늘 오후부터 낼 오전까지 비가 예보된 날씨다.
현재 대전은 비가 무쟈게 내리고 있덴다.
그러나 하늘엔 시커먼 먹구름이 점점 우리를 따라 오고 있다.
언젠가는 반드시 쏟아질 판이다.
다시 시작된 오름질...
최단코스의 오름길이라 정상은 그리 멀지 않기에 다들 여유롭다.
흐린하늘이 많이 참아 주기만을...
드디어 올라선 정상.
와본지 오래라 기억에도 없는 정상의 풍광이 새삼 스럽다.
언제 저렇게 전망대까지 설치 했는지....
풍광 한번 둘러본 우린
본격적으로 5성급 호텔 축조 공사에 들어간다.
먼저...
이번에 새롭게 구입을 했다는 거브님의
미스테리 월 핵사곤 베타라는 놈을 구축하기 위해 필봉이와 거브기님이 설치 조감도를 보며 열심히 연구중이다.
복잡할것 같으면서도 해보니 단순하다.
다함께 헥사곤 베타를 설치 후엔
난 홀로 주무실 나의 보금자리를 후딱 세워 짐을 정리한 뒤엔 여유롭게 해넘이를 기다렸는데...
비가 예보된 날씨에 기대치가 너무 높았나 보다.
햇님은 이미 짙은 구름속으로 숨어 버려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일몰의 기대는 무참히 깨지고...
진악산 산정엔 슬금 슬금 찾아든 땅거미가 내려 앉았다.
함께 모여든 텐트안...
성찬이 시작 됐다.
제일 먼저 호준표 오리훈제가 등장하고.
내 베낭에서 귀한 酒님을 모셔온다.
지난번 다음카페 산장나눔터 정기 산행지 무등산을 찾았을때
그곳 광주에 사시는 주주리님이 마눌 초록잎새의 베낭에 살그마니 넣어주며 신신당부를 했다던 그 酒님이다.
아주 귀한 술이니 오늘 못 온 산찾사님께 갖다 드리라며 넣어 줬다는 술이다.
귀한 분이 주신 귀한 술이니 나혼자 마실 순 없는법....
귀한 나의 산우들과 나눠 마셨다.
다들 한잔 마신 품평이 한마디로 뽕~ 가도록 향이 좋고 맛이 기막히다니
다시 한번 이글을 통해 주주리님께 감사를 드린다.
끝없이 나오는 메뉴들...
요건...
초록잎새표 삼겹.
그리고...
오늘 우리 모두를 감동케 한 거브기표 홍어.
홍어의 삼합을 위해 수육도 삶고...
먹고 마시고..
또 먹고 마시고..
마지막엔 공주의 정안 밤까지 구워 먹으며 나눴던 이야기들...
남의 자식들은 이미 마라톤 결승선을 통과 하고 있을때
우리 자식은 겨우 반에 반도 못가 비틀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좀 더 벌어 조금이라도 보태야 한다는
마눌님들의 강압적인 의견에 이젠 좀 쉬고 싶어도
현실은 그렇게 녹녹치 못해 끝내 주저앉고 만 너와 나의 꿈들이 부서저 내리던 그날밤...
텐트 밖엔 하염없이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고....
인도로...
동티벳으로...
때론 히말라야 고산지대를 향한 꿈을 버리지 못한 호준님만이 남아
밤세도록 넋두리는 이어지고 있었는데 저 아래녁 금산 시내의 야경은 휘황찬란하여 그 마음을 위로하고 있었다.
"누구 나랑 갈 사람 읍는겨~?"
로또 대박 맞으면 같이 갈께 호준아~!
ㅋㅋㅋ
지난밤의 넋두리가 아련하게 느낄쯤 깨어난 이른 아침...
힐끗 내다본 바깥엔
그간 늘어나다 못해 터질 지경의 방광을 가볍게 한
배설의 기쁨이 느껴지는 가벼운 발걸음의 주인공이 내 텐트의 곁을 살짝 스처 지난다.
다들 일어 나셨나 ?
부시시 일어난 새벽녁의 공기가 음산하다.
습기를 머금은 눅눅함...
다행히 침낭안은 안온한 온기와 함께 뽀송 뽀송한 감촉이 나를 잡아 끈다.
그래...
더 디벼 자자...
닉네임으로 말할것 같음
제일 느려 터질 거브기님이 사실은 제일 부지런하다.
어느새 산우들을 위해 누룽지를 끓였다.
지난밤 과음에 내장의 불편함을 잠재워 줄 누룽지가 아침으론 딱이다.
이젠 내려야 할 시각.
나의 출근시간에 맞춰야 하는 일정이라 미안한 마음도 드나
사실 딱히 할일도 없어 아니온 듯 깔끔한 뒷정리 후 일찍 하산을 서둔다.
내려설때
필봉에게 한마디 던진다.
"얀마~!"
"거브기 형님 차키 받아서 보석사로 와라~"
맘 약한 거브기님이 금방 반응한다.
"아녀~!"
"내가 걸음도 느리고 코스도 짧으니 글로 갈께 니들은 거기로 내려가~!"
거브기 형님의 수고로움에
다들 왔던길 되돌아 가야 하는 싫음을 면한 덕택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보석사를 향한다.
내려설땐....
준족의 호준에게 족쇄를 채웠다.
딸랑 딸랑 쓰레기 봉투를 달아 메달게 했더니 효과 백배...
흔들대는 쓰레기 봉투에 몸도 흔들려 그런가 걸음이 더뎌지고...
진악산 정상보다 더 높은 물굴봉을 넘겨...
짙은 안개속을 뚫고 내림길을 걷고 걸어...
도구통 바위를 지나...
능선 한자락을 남겨놓고
진행방향 우측으로 방향을 튼 내림길을 따라 내려 선 끝에...
조구대사가 제자와 함께
886년에 심었다는 거목 은행나무가 자리한 보석사에서 잠시 다리쉼을 한 다음...
아름드리 거목 사잇길을 걸어내려.
보석사 주차장에 이르러 1박2일 산행을 끝낸다.
내려서고 보니 점심시간.
그냥 가기도 그렇고...
남은 음식 탈탈 털어넣고 라면을 끓였다.
역시...
나와서 먹는 라면맛은 최고다.
이맛이 바로...
노숙의 묘미가 아닐까 ?
1박2일을 함께 보낸 산우님께 감사 드리며...........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