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 자굴산 산정의 달빛에 취한 산찾사
산행지 : 의령 자굴산
산행일 : 2014.1.13(월)~14(화)
누구랑 : 만보님과 산찾사.
어떻게 : 내조리 공용 주차장~절터샘~금지샘~정상~중봉~달분재~질매재~자광암~주차장
(산행 개념도)
얼마만에 산행인지 ?
서울에서 내려온 만보님과 내조리 마을을 벗어나자 마자
1013번 도로옆 산 기슭으로 열려있는 자굴산을 향해 성큼 발을 내 디뎠다.
초반 숲속길이 아주 완만하다.
햐~!!!
좋다.
도심을 벗어난 순간 부터 마음이 열리고
숲속에 들어서자 마자 폐부 깊숙이 들어찬 솔향이 정신을 맑게 만든다.
근래에 들어 제일 추운 한파가 몰려 들거란 일기예보가 맞기는 한건지 ?
바람이 잔잔해 그런지도 모른다.
코끝은 알싸한데 몸은 후끈 달아 오른다.
정상까지는 갖은 해찰 다 부리며 오른다 해도 2시간 남짓이면 충분한 거리다.
땀이 차지 않게 천천히 걷자 해도 이미 등줄기가 축축해 겉옷은 이미 무장해제 당한지 오래...
등로의 쉼터마다 쉬어 가기로 한다.
첫 쉼터에서 간식으로 내어 놓은 곶감이 달콤하다.
만보님과는 그간 못다한 이야기가 곶감의 당도만큼 달콤하여
길게 늘어지고 싶으나 그새 온몸이 싸늘하여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 올려 또 오름질을 한다.
그렇게 또 숲속의 오솔길을 걷다가 만난 쉼터....
내조마을 1.9키로에 가야할 정상 1.9키로.
믿지 못 할 이정목이 가르키는 구간거리는 이곳이 딱 중간임을 알려준다.
그 중간의 이정목이 자리한 쉼터엔
누군가 솜씨 좋게 깍아세운 장승이 우리의 시선을 끈다.
다시 시작된 걸음...
등로는 7부능선의 허리를 가르며 너덜겅의 산사면을 지나
완만한 등로를 따라
진행방향 우측으로 이어지는데...
이쯤에선
방금 우리가 서 있던 내조리 마을이 발아래 펼처진다.
그렇게 걷다 만난 절터샘....
시원스레 내뿜지는 않아도
한겨울 이 높은곳에 이런 샘이 있다는건 자굴산의 복이다.
우리는 여기서 오늘밤 지세울만큼 충분한 양의 물을 가득 채워 새롭게 베낭을 꾸린다.
절터샘은 갈림길도 된다.
예전 내가 한우산에서 산성산까지 이어 걸을때 시작한
자굴티재에서 올라붙은 능선과 만나려면 직등의 길을 가야 하는데 우린 금지샘으로 발길을 옮긴다.
절터샘의 대숲을 지나 시작된 계단길을 올라
힘겨움에 다리쉼을 하며 뒤돌아 보면
저 아랫녁 속세의 풍광은 넉넉하고 풍요로와 평화스럽게 다가온다.
그간 너무 편한 길만 걸었나 보다.
계단길도 힘겨운데...
엎친데 덥친다고
이런 암릉길도 있어 박베낭의 등짐이 부담스런 순간도 있었으나...
그건 아주 잠시.
우리의 발길은 곧 금지샘에 도착을 했는데...
샘은 바위틈 동굴속 은밀한 곳에 자리하고 있어 조심스레 더듬어 들어가야 한다.
금지샘은 식수로 쓰긴 좀 꺼림직한 고여있는 물.
금지샘을 뒤로 가파른 오름길을 힘주어 올라채면
정상이 바로 코앞인데 정상의 조망만큼 시원스런 조망바위가 있어 한차레 둘러본 후...
성큼 올라선 자굴산 정상아래에 자리한 정자에
오늘밤 묵어야 할 우리들의 보금자리를 뚝딱 지어 만들어 놓은 다음....
저녁노을을 감상하러 정상에 올랐다.
시간은 잘 맞춰 올라선것 같다.
그런데...
이미 벌써 뉘엿 뉘엿 지는 햇님을 배웅하러
푸르고 시린 하늘엔
우리 보다 한발 먼저 달님이 와 계셨다.
어느새 붉은빛의 황홀한 색감이
자굴산에서 제일 가까운 한우산을 넘겨 거창과 합천의 산군들을 물들이기 시작한다.
차거운 겨울공기가 매서우면
깔끔한 조망이 멀리까지 터지는데 오늘 만큼은 그게 아니라 많이 아쉽다.
희뿌연한 중국발 미세먼지 탓인가 보다.
차라리 구름이라도 껴 있슴 오히려 더 좋을법도 한데...
그나마 희미한 실금을 긋고 나서준 지리산 능선이 고마울 지경이다.
시간이 흐를 수록...
서쪽하늘은
점점 더 짙게 물들어 간다.
어느덧 서산엔 짙은 여운의
꼬리를 길게 남기고 그렇게 해는 지고 말았다.
왠지 숙연함이 느껴지는 일몰을 지켜보다 내려선 아지트...
허기가 몰려든다.
밥을 짖고 찌게를 끓인 저녁 만찬...
차린건 초라하나 그맛을 세상의 무엇과 비교 할까 ?
게눈 감추듯 식사를 끝내고 단둘이 앉아 도란 도란 정담이 이어지며
맥주 두병에 4홉들이 소주 한병을 말아버린 수통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동안 겨울밤이 깊어간다.
겨울밤은 길었다.
그러나 그 긴 겨울밤이 결코 지루하진 않았다.
자굴산 정상을 내리 비추는 은은한 달빛은 황홀한데
산정아래 세속의 삶을 살아가는 도심의 불빛은 화려하게 빛을 내고 있다.
아~!!!
아름다운 밤이다.
은은한 달빛을 받으며 정상을 거닌다.
오늘은 술이 모자란다.
알딸딸해진 상태로 자굴산 정상을 서성대다 보니 그새 술이 깨는데
이런~!
우쩌냐~?
더 이상 마실 술이 없다.
지난해 마지막 12월이 나에겐 악몽였다.
내 직장의 사장은 임기만 채우면 그만이나 우리에겐 평생의 직장이며
또한 우리들의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일자리인 동시에 국민의 재산을 지켜내는
힘겨운 싸움을 하는 동안 우리는 많은 상처를 입어야만 했다.
27개 공기업중 최하위 임금과 말도 꺼내기조차 창피한 복지수준을
귀족노조 철밥통 파업이란 언론의 매도속에 우린 속앓이를 했으며 이젠 또
그 후폭퐁으로 반토막난 월급에 가혹한 징계를 견뎌야 하는 시련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집권자와 가진자의 거침없는 야욕은 집요했다.
얼마전...
마눌님과 함께 본 영화 변호인이 문득 생각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변호인이란 영화에 나오는 명장면의 이 대사 한마디에 난 울었다.
잃어버린 우리의 주권과 권력이 너무나 억울하고 한심해서....
난
좌파니 우파니 그런건 모른다.
아니 아예 관심도 없다.
좌가 됐던 우가 됐던 서러운 서민의 삶을 보살피고 위해주는 그런 정당과 정치인이 필요할 뿐...
모든 권력과 주권은 바로 나와 당신들이다.
그걸 새삼 일깨워 준게 변호인이란 영화이고...
이젠 찾아야 한다
우리의 주권과 권력을...
그래야 힘없는 서민과 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된다.
올해는 부디
국민이 갑이고 정부와 권력자가 을이 되는 세상이 되기를...
긴긴 겨울밤...
언제 잠자리에 들었는지 나도 모른다.
다만...
한숨 실컨 자고 일어나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였다.
나홀로 살그마니 정상에 올라 휘황찬란한 도심의 불빛을 내려보다 지치면
은은한 달님을 처다보며 하염없이 이곳 저곳을 거닐었다.
그러며....
끝없이 밀려든 상념들을 걸음 걸음마다 길바닥에 깔아 놓는다.
정상의 넓은 공터 그 어느곳 빈틈없이 깔아놓은 상념들이 펄펄 살아 일어났다 사그라들 쯤
문득 느껴진 한기와 허기...
모를 일이다.
한기는 그렇다 치고 왜 허기가 밀려 들었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아마도...
정신적인 공허감이 그렇게 만든건 아녔을까 ?
한시간 남짓 서성대다 다시 찾아든 잠자리...
새벽녁의 잠은 참으로 달콤했다.
그러다 문득 잠에서 깨어 일어나니
자굴산 정상은 새벽녁 산고의 진통을 견뎌내고 있었다.
모진 고통으로 선홍빛이 더 짙어질 쯤...
불쑥...
아기 햇살이 삐죽이 머리를 내민다.
기다린 시간에 비해 일출은 한순간에 끝났다.
아기햇살에 비친 우리 산하의 풍경이 숙연하도록 아름답게 다가온다.
옅은 박무속에 살포시 고개를 내민 지리산 천왕봉이 반갑고....
아주 가까이의 한우산 산성산이
따사롭게 내리 비치는 아기 햇살아래 그 모습을 들어 냈으나
아쉽게도 그 넘어의 산군들은 형체를 볼 수 없어 쉽게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좀 벗겨 주겠지란 기대를 안고 기다렸으나 끝내 그 모습을 볼 수 없슴에 그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아침은 떡꾹을 꿇여 드셔주시고...
아니온듯 깔끔하게 뒷정리를 한 후 만보님의 아버님 기일이 된다니 서둘러 귀향을 준비한다.
정상을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중봉에 올랐다.
되돌아 보니 우리가 지난밤을 보낸 정자가 그새 저멀리에 있다.
중봉 정상 전의 암봉...
그냥 지나칠까 하다 베낭을 내려놓고 올라보니...
그냥 갔으면 무쟈게 서운할뻔 했다.
내림길중 최고의 조망처가 바로 이곳.
풍경이 좋으니
개승리 방향을 배경으로 만보님 먼저 박아주고.
산찾사도 등정기념 증명사진 남긴후...
어제 올라섰던 능선 넘어 지리산 천왕봉 한번 더 처다본 후....
걸어야 할 능선을
내려보며 우리들의 거침없는 발자취를 가늠해 본다.
중봉을 넘겨 처음만나 세갈레길....
쇠목재를 기점으로 원점휘귀 자굴산 둘레길 안내도를 보며
다시 한번 와 보자는 만보님께는 봄날 한우산 철쭉이 곱게 필때 오자며 약속을 드렸다.
이후....
내조리 마을로 향하는 지름길 달분재를 넘기자
내림길이 갑자기 가팔라 진다.
설설 기다시피 내려서다 등로가 완만해 질 쯤엔 울울창창 솔숲이 반겨주더니...
질매재에 이른 우린...
이정표가 가르키는 내조리로 방향을 틀어
아름다운 송림속 오솔길을 따라 내려 자광암에서 산행을 끝냈다.
귀로...
만보님이 들릴데가 있덴다.
이곳에다 둥지를 틀고 전원생활을 하는 여친이 시인이랜다.
내조마을에서 쇠목재를 향해 얼마쯤 가다 찾아 들어선 전원주택...
시인인 전원주택 쥔장은 외출을 했고 대신 편지를 남겼다.
가서 보라며 여나무권의 시집과 단감 두박스가 현관에 놓여 있다.
전원주택을 되돌아 나와 단성 ic를 향할때
만보님의 폰이 울린다.
못 보고 그냥가게 해서 미안하다는 만보님 친구의 음성....
귀농을 한 여 시인을 못 봐 나도 서운하다.
철쭉이 곱게 핀 봄날 다시 한번 찾아 봐야겠다.
그날 비록 폰으로 약조를 했지만 그 여시인과 난 오누이의 연을 맺기로 했다.
ㅋㅋㅋ
1박2일 여정을 함께한 만보님께 감사 드리며..............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