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나홀로 걸어본 구수천 팔탄 천년옛길

산 찾 사 2013. 12. 13. 13:04

산행지 : 구수천 팔탄 천년옛길

산행일 : 2013년 12월13일. 목요일

누구랑 : 나홀로

어떻게 : 옥동서원~백옥정~난가벽~현수교~임천석대~반야사~출렁다리에서 3탄길~수봉리마을~옥동서원

 

 

민영화 반대 철도파업으로 모든게 어수선하고 심란한 요즘이다.

그간 기관사 생활을 하며 6번 파업에 6번의 징계를 받아서 였나 ?

이번 파업에서 나는 노조에서 지정한 필수요원으로 선정됐다.

이번에 지정된 필수요원은 징계를 많이 받아서가 아니라

연장자 순으로 정했다 하니 벌써 나도 인정하긴 싫어도 이젠 갈참이 다 된 고참인가 보다.

군대를 제대한 두달만에 총무처 공채시험을 보고 바로 철도에 들어 왔으니 세월이 유수와 같단 말이 새삼 실감난다.

필수요원은 법이 정한 대로 사측에서 지정해준 열차에 승무를 해야 하는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또한 비번날엔 조합원으로서의 의무를 다 해야 하기에 노조에서 주관하는 집회에도

참석을 해야 하는데 오늘은 야간 촛불집회라 예전부터 생각해 두었던 근교의 둘레길을 걸어 볼 참으로 이른아침 길을 나섰다

 

   (산행 개념도)

 

 

전날 내린눈은 교통량이 많은 시내와 고속도로는 이미 다 녹았다.

그런데....

황간에서 상주로 넘어가는 국도엔 눈이 그대로 쌓여있다.

산행 들머리가 되는 수봉리의 옥동서원을 찾아 가려면 수봉재를 넘어야 한다.

나의 애마 투산이가 구불대는 언덕길은 달리던 탄력을 그대로 받아 어떻게 넘어는 섰는데

길게 이어지는 내림길에서 속도를 줄이려 엔진 브레이크를 걸은 순간 뒷바퀴가 씰룩대며 휘청댄다.

순간 긴장과 함께 후회가 밀려든다.

이거 괜히 온거 아냐~?

겨우 안정을 찾은 투산이가 안전하게 옥동서원의 주차장에 들어서자 비로소 긴장이 풀린다.

 

옥동서원의 넓다란 주차장...

달랑 투산이만 외로이 세워놓은 뒤 구수천을 따라 걷는 천년옛길을 더듬기 시작했다.

백옥정....

주차장에서도 한눈에 쉽게 알아 볼 수 있는

그곳을 향해 흰눈이 수북하게 쌓인  순백의 길에 내 족적을 남긴다.

 

 

 

백옥정 들머리...

가파른 원목테크의 계단을 밟아 오르자.

 

 

 

금새 발아래엔

한없이 평화 스러워 보이는 수봉리 마을이 펼처지고

 

 

 

고개를 돌리자

백화산 자락을 휘돌아 가는 강줄기를 따라

그간 주행봉과 백화산에 가려 잠시 잊고 있었던 구수천의 천년옛길이 실금을 긋고 있다.

 

 

 

백옥정을 내려 선다.

등로는 울울창창 소나무 숲 오솔길로 구수천을 향해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

 

 

 

백옥정을 내려선 강변...

쉼터엔 흰눈이 수북히 내려 앉았고 둘레길은

개인소유의 농장을 넘지 마란 경고문과 함께 원목의 울타리가 옛길로 안내한다.

 

 

 

계곡을 따라 길게 이어진 등로에 접어 들자 등산화의 발목까지 눈이 차 오른다.

스패츠를 해 말어~?

순간 귀차니즘 발동...

괜찮겠지란 이유없는 믿음은 어디서 솟아 나는지 모른다.

우야튼 바짓단을 등산화에 길게 내려 갈무리를 하는걸로 스패츠를 대신한다.

 

 

 

구수천1탄이 시작되는 초입부터 별천지 다.

고요한 산사에 들려 오는건

물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뽀드득~!

뽀드득~!

나의 발자욱 소리 뿐....

 

 

 

예전에도 이길이 있다는건 알았다.

그럼에도 이곳까지 오게 되면 주행봉과 백화산을 이어 걸었을 뿐

왜그리 이곳을 찾는걸 인색해 했는지 모를 일이다.

와서 보니 이리도 좋은걸....

 

 

 

오늘만큼은...

세상사 모든 상념 잠시 잊어 버리고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찾아 떠나는 걸음이고 싶다.

 

 

 

너~!

누구니~ ?

 

셀카로 담겨진 나의 모습이 왠지 낯설다.

 

 

 

 

이정표의 안내판이 눈에 덮혀 알 순 없지만

전망대까지 갖춘걸 보면 이곳이 2탄~?

 

 

 

강변길이 유순한 반면

주위의 풍광이 빼어난 아름다움을 간직한 둘레길이라 지루함이 없다.

홀로 걷는 걸음이라  나도 모르게 빨라진다.

그럴때면 쥐어짜면 주루룩 눈물을 흘릴것 같은 잉크빛 하늘을 우러러 보다

그 고운빛을 한아름 가득 담아 어디론가 정처없이 흘러가는 강물에 내 마음을 실어 보낸다.

 

그렇게 걸어가다 만난 징검다리...

개념도를 꺼내 들여다 보니 그 다리 건너편 강변길은 3탄길이 되신단다.

꼬렉~?

그럼 그길은 되돌아 올때 걸어 보련다.

 

 

 

이정표가 잘 돼 있다.

이런길은 지도나 개념도 따윈 필요 없다.

그저 강변을 따라 정처없이 걷다 되돌아 오면 될 터....

이곳이 삼탄이면 어떻고 4탄이면 또 어떠리~

 

 

 

 

제법 깊이 들어 섰다 싶었는데

이게 웬일이니~?

민가가 한채 있었다.

이곳에 건식된 안내문엔 밤나무 재배지로 알밤은 물론

약초 채취를 금지 한다는 글귀가 있었는데 혹 약초를 생업으로 살아가는 민가가 아닐까 ?

궁금증에 살짝 들여다 본 민가...

?

집 주위엔 사람 발자욱 하나 없는걸 보면 빈집이다.

그런데.

이런~!!!

외롭게 강아지 한마리가 나를 보며 꼬리를 흔들고 있다.

넌 어떻게 이 산중에 홀로 있니 ?

 

 

 

민가를 내려선 후 다시 길을 떠난다.

그런후..

길옆에서 만난 못난이.

어떤 환경이 널 그렇게 만들었냐~?

생긴건 그래도 살아가는 모습만큼은 아름답고 건강하여 생동감이 넘친다.

 

 

 

궁금해~?

궁금하면 오백원 대신...

 

 

 

요렇게 눈만 털어 내면 된다.

회양목 군락지...

그게 어디 있는디 ?

 

 

 

연이어 나온 안내판의 눈을 쓸어본다.

이곳이 구수천 사탄인 난가벽이란 명소라 안내문은 일러 주는데

 

 

 

강 건너 저 모습을 일러 난가벽 ?

도통 알 수가 없지만 그게 또 그리 궁금하진 않고 관심도 없어 그냥 패스~

 

 

 

그리다 만난 현수교...

햐~!!!!

이런곳에 저런걸 다 만들었다니...

신경 참 많이 써서 둘레길을 만든것 같은데 홍보 부족이다.

다른 어느곳에 견줘도 꿀리게 없는 구수천 천년 옛길은 그리나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출렁다리를 건너 이번엔 반대편 강 기슭을 걷는다.

그러다 만난 갈림길...

산속을 파고 들어가는 저길은 이름도 무시무시한 저승골이다.

당연 저승골을 외면한 내 발걸음이 임천석대를 향한다.

 

 

 

임천석대를 지척에 두고

등로옆엔 선돌이 흰 모자를 쓰고 서있다

마치 장승처럼...

 

 

 

강 건너편 산기슭의 풍광이 예사롭지 않다.

내 짐작엔 저곳이 바로 임천석대.

 

 

 

임천석대를 바라보고 서있는 구수정이란 정자와 함께...

 

 

 

임천석대 노래비가 건식 돼 있다.

 

 

 

아울러...

이곳은 예전 암자가 있었나 보다.

 

 

 

임천석대를 지나며 강폭은 더 넓어지고

 

 

 

바라다 보이는

백화산 능선 암봉은 더욱 거칠어 질 쯤...

 

 

 

강을 건너는 돌다리를 만났다.

이정표엔 반야사 옛터가 직진길로 표기 돼 있어 그곳으로 들어 섰는데....

길이 희미하고 거칠다.

안전을 위해 망설임 없이 되돌아 나와 돌다리를 건너 좋은길을 택한다.

 

 

 

 

강을 건너 이어진 등로...

완전 임도 수준의 평탄한 외길이 잠시 이어지다..

 

 

 

 

또다시 돌다리를 건너 얼마 못가

경상북도란 돌 표지석을 만나게 됐는데....

 

 

 

이곳이 바로 반야사 옛터 라고...

 

 

 

반야사 옛터에서 반야사는 지척의 거리다.

얼마 못가 깍아지른 절벽위에 세워진 반야사의 문수전이 이내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그런데...

그곳을 향한 징검다리가 물에 잠겼다.

아쉽기는 하지만 문수전은 다음을 기약하거나 반야사에 들렸다 되돌아 와야 한다.

 

 

 

오늘의 종착지

반야사로 향한 마지막 길이 좀 거칠다.

너널길을 통과 후...

 

 

 

저 암릉의 사잇길을  조심스레 통과하자...

 

 

 

예전 백화산 한성봉에서 내리며 만났던 익숙한 등로를 만났다.

 

 

 

반야사로 향한 입구에서 잠시 망설인다.

벼랑위에 서있던 반야사의 문수전이 눈에 아른 거린다.

그러다...

발길을 되돌린다.

이곳은 사계절 다 와 봄직한 곳이기에 문수전은 다음을 기약한다.

 

 

  

 

되돌아 오는길...

임천석대의 구수정자에서 라면을 끓였다.

늦은 점심식사.

뜨끈한 국물이 위장을 덥히자 얼은몸이 풀린다.

 

 

 

식사후 되돌아 오는길은 

현수교에서 그대로 직진하여 강 반대편을 걷는다.

이길은 나름 둘레길을 만든다고 절개지를 파 길을 넓혔는데

오히려 그게 모양새가 좋지 않다.

길은 좁더라도 그냥 옛길 그대로 소롯길의 원형을 살리고

대신 이정표만 잘 건식해 두면 더 좋으련만....

 

 

 

강 건너편 민가...

가까이 갔을땐 꼬리를 치던 강아지가 이번엔 강 건너편의 나를 보고 짖어 댄다.

그넘~

많이 외로웠나 보다.

왠지 안쓰런 생각이 불현듯 든다.

 

 

 

 

 

그렇게 걸어 걸어 도착한 구수천 1탄

저 징검다리를 건너 가면 옥동서원으로 가는길이 가깝다.

그러나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궁금증이 그 징검다리를 외면한다.

 

 

 

수봉리 마을을 향한 강변길을 걸었다.

 

 

 

 

그리고 도착한 백화산 주차장 한켠의 안내문엔

오늘 내가 걸었던 구수천 팔탄 천년옛길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상주 항몽 대첩 기념비를 끝으로

 

 

 

  

 

돌다리를 건너

 

 

 

 

 

외로이 나를 기다리는

투산이에게 돌아와 구수천 천년옛길은 또 다음을 기약하며 대전을 향한다.

 

 

                        (동영상으로 보는 구수천 천년옛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