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대청호반길을 거닐며...
산행지 : 대청호반길
산행일 : 2013.1.27.일요일
누구랑 : 초록잎새 산우들과 어울려.
어떻게 : 대청댐 물문화관~비상 여수로~생태 습지원(중식)~갈밭골 입구~능선길~직동 찬샘마을
독감이 질기다.
나에게 오염된 초록잎새가 오히려 먼저 독감 탈출에 성공.
그러나 난 ?
이넘의 시키가 한번 들러 붙더니 살기 좋은 몸이라고 끝까지 버틴다.
몸이 션찮고 아픈데 더 열 받는건 나의 산우들이 산찾사의 염장을 내지르며 운장산으로 비박을 떠난 사실이다.
부러움 반에 신경질 반...
아무리 션찮다 하더라도 마눌 꼬랑지라도 잡고 어디든 가야 내 맘이 진정될것 같아 따라 나서본다.
호반둘레길을 가기로 한 산우들을 신탄진 역사 앞에서 만나기로 했단다.
그래서...
신탄진의 처가집 앞마당에 나의 애마를 주차해 놓고 걸어가 산우들을 기다리는데
약속 시간을 칼 같이 지켜 떼거지로 신탄진 역사를 건너오는 산우들이 우리 부부를 발견하곤 손을 흔들어 반가움을 표한다.
들머리 까지는 시내 버스로 이동하기로.
함께 걷던 400님은 부실한 냄편이라 그런지 ?
옆지기 백장미님한테 밥도 못 얻어 먹고 나왔나 보다.
신탄진 역사앞 김밥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다고 남았는데.
허~!!!
시내 버스를 기다리는 새 벌써 후딱 라면 한그릇을 해치우고 함류를 한다.
혹시 뜨건 라면을 먹다 입천장은 안 데였는지 ?
바로 도착한 시내버스는 텅 비였다.
우리만 달랑 실은 버스의 종착역은 대청댐이다.
그런데...
이넘의 버스기사가 종착역을 한 정거장 앞두고 핸들을 몇번씩이나 꺽어가며 차를 돌린다.
왜 더 안가냐 물으니 여기가 끝이란다.
그럴리가 ?
우리가 생각햇던 종착역 한 정거장을 빼 먹고 u턴해서 돌아간 버스.
우이씨~!!
열라게 걷고 보니 000번 버스 종착역 정거장이 분명히 있다.
버스 기사넘이 사기 친거 맞다.
다리 튼실한 우리들이니 그냥 용서 하기로.
ㅋㅋㅋ
대청댐 물 문화관 앞에서 시작되는 대청댐 둘레길...
대청호반길은 개척한 사람과 주관하는 구역에 따라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뉜다.
대충 어떻게 걸을것인지 잠시 논의가 있은 뒤...
이현동을 향한 이정표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대청호반을 진행방향 좌측에 끼고 이어지는 오솔길은 산책로 수준으로 걷기가 편하다.
얼마 걷다보면
대청호반이 내려 보이는 원목테크의 전망대를 만나는데...
가만 보면
전망테크의 테두리를 누가 부셔 놓아 새로 보수를 한게 눈에 띈다.
그래서 그 아래엔 이런 문구도 보이고....
누가 그랬을까 ?
이번 산행팀들은 첫 걸음을 시작한
대청호반 둘레길의 안전 산행을 기원하는 간단한 제를 준비 했단다.
간단하게 제를 올린건
사실 산신령보다는 지들이 먹자고 한게 본심이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안전한 산행과 건강을 기원하는 소망을 담아
제를 올리는 행사를 통해 결속된 마음과 결심을 다지는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때가 맞아 그런지 간식이 참 맛나다.
직접 말린 곶감은 당도가 높아 맛이 좋고 고실고실한 떡은 아직도 따끈하며 술의 향은 감미롭다.
질펀하게 놀아나는 쥔장을 기다리는 베낭이 싸늘해 질 쯤...
기원제를 끝내고 산행을 이어간다.
언제 이렇게 등로를 가꿔 놨는지 ?
이쁘게도 꾸며 놨다.
곳곳에 전망대와 벤취가 산책로로 아주 훌륭하다.
대청호반의 잔잔한 물결을 보노라니
비박을 함께 못 떠난 쏘가지가 스스로 풀린다.
산은 마음을 다지게 만들고
물은 마음을 풀리게 만든다 더니 맞는 말인가 보다.
그래서...
무슨 결심을 해야 하고 무엇을 시작해야 하는 사람은 산을 찾게 되고
맺힌게 많아 풀어야 할 사람들은 바다를 찾는다고 한다.
비록 바다는 아니라 하더라도 잔잔한 대청호반을 한없이 바라보니 소용돌이 치던 마음이 차분해 진다.
걷다 풍광 좋은곳에선 다함께 단체사진도 박고.
호반을 배경으로 홀로 사진도 몇장.
오늘은 날씨가 맑을거라 했는데
빗나간 일기예보와 달리 난난분분 날리는 눈도 운치있어 오늘은 다 이뻐 보인다.
평탄하던 오솔길이 어느순간 고도를 높인다.
그래봤자 몇걸음 못 걷는 짧은 구간.
그냥 언덕 수준이 맞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대청호반의 저 넘어엔
흐린날이 아니라면 청남대의 골프장과 조각공원이 뚜렷하게 보일것 같다.
우린 올라서느랴 잠시 가파진 숨을 고른후 이정표가 가르키는 자작나무길을 향한다.
자작나무는 왜 자작 나무일까 ?
나무를 해다 때면 자작 자작 잘 타서 그럴거란게 내 생각이고 상상인데
설마 그래서 자작나무는 아닐터.
봄이면 이 나무도 사람들한테 수난을 당하는 나무란다.
고로쇠 처럼 구멍이 뚫리고 사람으로 치면 피를 뺏긴다.
자작나무의 또 다른 이름이 거자수로 거자수 수액이 사람 몸에 좋다나 뭐라나 ?
숲 울창한 자작나무가 반길까 싶어 내려왔는데...
이제 막 심어 가꾸는 어린 나무 몇그루만 보인다.
ㅋㅋㅋ
걷기 거추장 스러워도 나홀로 강변으로 내려섰다.
찰랑대는 강물을 따라 잠시 사색에 잠겨 걸어 본다.
비상 여수로....
대청호반의 물길을 새로 내는 공사 구간이다.
아직 완공이 안된 공사구간이라 어수선함에 산우들의 발걸음이 자연 빨라진다.
비상 여수로를 지나면 바로 대청호반이 내려 보이는 곳에 아담한 마을 하나가 나온다.
이촌 마을이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전원마을을 조금 지나자 생태 습지원 공원이 나온다.
공원으로 내려가 점심을 준비한다.
겨울날 소풍엔 라면이 최고.
우린 빈대의 필수품으로 댓빵으로 커다란 씨에라와 수저만 준비했다.
커다란 씨에라 컵은 한번만 얻어 먹어도 배가 빵빵하다.
그러니 빈대의 필수품으로 이만한게 또 어디 있을까 ?
ㅋㅋㅋㅋㅋ
라면 담당은 항상 그랬듯 사노라면인데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그만의 노하우가 있다.
햐간에 그넘이 끓여내면 맛이 최고다.
생태공원에서 빠저 나오면
추동길과 만나는데 호반길과 둘레길로 갈린다.
산의 능선을 탈까 호반길을 이어갈까의 고민은 우리를 앞서걷던 여인들이 해결해 준다.
아무생각 없이 걷는 여인들은 걷기 편한 추동길로 이미 저만치 달아나 있다.
대청호반길이 다 이렇게 걷기 좋은 원목테크면 좋으련만...
우린 한차레 걷기 싫은 포장도로를 한동안 걸어야 했다.
그래도 이길은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피는 봄날이면 환상적인 꽃 터널을 이룬다.
그게 너무 좋아 난 매년 이길을 밤세워 달리는 청남대 100키로 울트라 마라톤을 하고 있는데 올해가 연속 10년 출전이다.
어느덧 포장 도로와 이별.
우린 다시 솔숲 오솔길을 찾아 들은 뒤....
직동 찬샘마을로 향한 대청호반을 끼고 이어지는 얕으막한 야산의 능선을 걷는다.
마지막 작은 능선 하나를 남겨놓고
찬샘마을에서 대전을 향한 버스를 타기 위해 지름길을 택한다.
덕분에 징검다리도 건너고 들판을 가로질러 건너도 보고....
대략 11키로 조금 넘는 걸음이 됐다.
그렇게 우린 일요일 한나절 비산비야의 길을 걸음으로 하루를 보낸다.
함께 걸음한 산우님께 감사 드리며.............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