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왕길을 걷다 햇쌀에 끄실린 하루
산행지 : 백제 무왕길
산행일 : 2011.7.30 (토)
누구랑 : 초록잎새랑.
이동경로 : 익산 쌍릉~익산 토성~미륵사지~뜬바위~구룡마을 대숲~서동공원
~서동 생가터~익산 쌍릉~귀로에 고도리 석불입상
(무왕길 개념도)
"오늘 어디 안가 ?"
마눌님아~
나두 가고 싶다.
그런데...
휴가철은 도로가 주차장일게 뻔한데 가고싶냐~?
그래서....
아주 가까운 익산의 무왕길이 있다니 그곳이나
쉬엄 쉬엄 놀며 쉬며 걸을 요량으로 집을 나서 보기로 했다....
쌩~~~하니 달려 도착한
쌍릉 공원의 주차장에 투산이를 잠 재우고.
추측이라곤 하지만 뻥~이란게 기정 사실이 확실한
무왕과 선화공주의 무덤이라고 우기는 소무덤과 대무덤을 들려본다.
먼저 소왕릉으로..
소왕릉에서 이어진 오솔길을 따라
5분 정도 실~실~ 걸으면..
무왕의 무덤이라 추측된다는 대왕릉이 나온다.
여기도 죄다 도굴되고 남은 쓰잘데기 없는(?) 썩은 목관과 토기만 수습하여
전주 국립박물관에 고이 모셔 뒀단다.
쌍릉을 둘러 보는건 괜찮았다.
그런데...
다음 코스로 이동하는 둘레길이 초반부터 열(?) 받는 길이다.
하늘에서 내리쬐는 태양열
그리고 지상의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지열과
이런길을 걸어야 하냐 마냐로 해골이 복잡해 생겨나는 열...
ㅋㅋㅋ
다행이 마눌님인 초록잎새가 정리를 해준다.
"기왕 예까지 왔으니 그냥 가~"
시멘트 도로를 벗어나니
그런대로 요런길은 좀 살 것 같다.
오늘 중부지방엔 많은 비가 예상된다구 했다.
당연 구름이 많이 끼겠지 했는데...
젠장~!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인 날씨다.
이럴줄도 모르고 난 나시차림으로 나섰는데...
다행인건 초록잎새는 양산을 가저왔다.
갈림길...
익산토성으로 향한다.
익산토성은 해설 안내문이 자세히 일러 준다.
이길이 무왕길이라 명명했으니
당연 무왕때 축조한거라 하는데 물론 추정일뿐...
오름길 좌측에 울려 퍼지는 맹꽁이 울음소리...
아주 조그만 물 웅덩이가 보인다.
저곳이 맹꽁이의 터전인가 보다.
갈림길..
이정표가 우측으론 미륵사지를
좌측으론 토성을 가르킨다.
볼려면 제대로 봐야지...
땡볕을 고스란히 받으며 토성을 올랐다.
오름길에 바라본 하늘...
뭉게구름이 비구름을 만들어 한판 쏟아지는게
차라리 좋을것 같단 생각이 굴뚝처럼 솟아나는 날씨다.
벌써 머리띠의 수건을 몇번이나 짜 냈는지 모른다.
어디서 이렇게 땀이 솟는지 원~!
올라선 후 바라본 풍광이다.
오늘 처음 만난 조망.
토성을 빙 돌아 나가는데...
젠장~!
성의 흔적이라곤 볼 수 없는 그저 평범한 소롯길이다.
첫 진입로에서 본게 토성의 흔적 전부다.
이후 한동안 숲길이 이어진다.
햐~!
모처럼 제대로 된 길을 걷는다.
뚜렷하던 등로가 갑자기 희미해 진다.
무왕길이라 세겨진 시그널도 전혀 볼 수가 없다.
꼭 필요할땐 전혀 볼 수 없는 시그널과 이정표가 왜그리 씨잘데기 없는곳엔
촘촘하게 건식되고 걸려 있는지 ?
길은 분명한데
사람들이 하도 다니지 않아 잡목이 우거저 있다.
무덤과 무덤사이로 이어지던 등로를
다 내려선 뒤 아주 잘 나있는 농로 진입로에서 펄럭이는 시그널을 발견한다.
잡목 우거진 저길은 아마도 조상묘 벌초할때쯤 돼야 걸을만한 길이 될게 확실하다.
저길을 내려 오느랴 뜯긴 종아리가 쓰라리다.
농로길을 따라 내려서면
농로길 진입로에 이런 이정표가 길을 안내하고...
다시 나타난 도로...
그런데...
아스콘을 새로 깔았나 보다.
큰길가에 세워진 무왕길의 이정표가 방향이 틀려있다.
미륵사지 방향의 이정표는 아예 부러저 있고.
공사중 훼손된게 분명하다.
여기가 갈림길인가 ?
저멀리 보이는
미륵산을 이정표 삼아 방향만 보고 걷기로 한다.
결과는 ?
초록잎새랑 난 햇쌀에 끄실려 반숙이 다 됐다.
아마도 희미한 농로길로 가야 맞는 길이 아녔다 싶다.
아스팔트 도로를 걷고 걸어
마을과 마을을 돌고 돌아 익산 미륵사지에 도착 했을땐
이미 진이 다 빠저 기력이 쇄잔해 졌다.
"택시 타구 그냥 돌아가 ?"
마눌이 오늘은 강성이다.
"그래도 시작했으니 끝은 봐야죠~!"
딘장~!
마눌이 챙겨주는 대학 찰옥수수 한개와 단팥빵 한개가
원기를 회복시켜 준다.
미륵사지...
박물관하고 저건 예전에 다 본거라 그냥 패쓰~
드뎌 숲속길.
흐미~!
왜이리 존겨~!!!
뜬바위까지 이어진 오솔길...
미륵산 아랫도리를 돌고 돌아 가는길이다.
오늘 걸은길 중 제일 좋았고 행복한 길은 여기뿐 였다.
길가 아래에 무슨 사찰도 지나고.
가다가 만나는 갈림길...
요런덴 당연 있어야 할 이정표나 시그널이 없다.
왜 ?
해골 좀 굴려서 오라구...
직진길 앞에 경고문이 있다.
군사 보호구역이니 돌아 가란다.
그래서 옆길로 샛다.
그랬더니...
무왕길 시그널이 너 참 똑똑하다
길 잘 찾아왔다 반겨주는 오솔길이 길게 이어진다.
행복했던 숲터널을 빠저 나오자
작은 호수가 나오고...
구룡마을로 들어선다.
그러다...
골목길에서 만난 반사경을 향해 셀카질도 한번.
구룡마을 보호수.
정말 멋지고 우람한 나무다.
저 나무가 보호수 ?
웬걸...
나무가 마을 사람들을 뜨거운 햇쌀로 부터 보호를 해 주고 있다.
인간이 건방지게 뭘 보호를 혀~?
자연으로부터 무한한 보호를 받고 있는건 인간이다.
옛 돌담길을 돌아 나간다.
뜬바위가 이젠 지척이라 이정표가 가르키는데..
얼러려~!!!
뜬바위를 그냥 지나쳤다.
왜 못 봣을까 ?
되돌아 갈까 하다 뜨거운 햇살에 굴복...
발걸음이 자동빵으로 그냥 시원한 대숲 터널로 빨려 들어간다.
우리나라 대숲 중 최대의 면적이란다.
이곳은 인기도 좋아서 얼마전 인기리에 방영된 추노를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번쯤 와 볼만한 대숲이다.
강냉이와 단팥빵의 효력이 이젠 다 됐나 보다.
새로움으로 재 충전을 해야 할 시간.
일단
션~~한 맥주로 갈증을 삭힌 후.
도시락을 펼쳤는데...
워낙 더위에 지친 몸이라 식욕을 잃었다.
그래서...
도시락 하나를 찬물에 말아 둘이 나눠 먹는것으로 점심 끝.
먹보 산찾사가 지치긴 지친게 학~~실하다.
우야꺼나 ?
아직 갈길은 멀고 먼디...
대숲을 빠저 나온다.
다음코스는 서동공원인데 길이 희미한 곳엔 역시
촘촘하던 시그널도 이정표도 실종.
그래도 잘 찾아 보면 길은 보인다.
정말 엄청나게 넓은
고구마 밭길을 거슬러 올라가서
마을을 하나 지나고.
쨍쨍 내리쬐는
아스팔트를 걸어 오르다 만난 찜질방.
히~!
찜질방 보다 여그가 더 뜨거운디 거기 들어 가는 사람들 있나 몰러~?
드뎌 서동공원...
공원은 저수지랑 함께 있다.
서동공원엔
오동통통한 아줌씨의 나신이 있는가 하면
서구적인 마스크에 어울리는
팔등신 미녀도 함께 어우러저 있다.
분수가 내뿜는 공원 잔디밭 그늘의 쉼터.
누워보니 살랑이는 바람이 그리 시원할 수가 없다.
하루종일 뙤약볕에 시달린 몸을 평상에 눕히자 스르르 눈이 감긴다.
얼마를 잤을까 ?
눈을 뜨고 일어나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두 모자가 우릴 처다 보구 있었다.
뭘봐~!
다시 또 걷는다.
어디로 ?
서동 생가터를 향해..
저멀리서도 보였던 탑.
와서 보니 어마 어마하게 큰 교회의 십자가 탑였다.
골목길을 돌고 돈다.
얼마만에 나온 그늘인지 ?
그러나...
넘 짧아~씨이~!
힘들게 찾아든 서동생가터..
그런데 넘~ 허망하다.
연못가에 안내 설명문 하나만 건식돼 있을뿐 집터의 흔적은 볼 수가 없다.
대충 내용이 무왕의 엄니가 과부가 되어
이곳에 살다가 연못의 용과 거시기를 해서 무왕을 낳아다는 야그가 전부.
선화공주님은 남 몰래 밀어두고(밀통하고)
서동을 몰래 밤에 안고 간다.
요런 소문을 퍼트려 이쁜 선화공주를 얻었다는 설화는
미륵사지 서탑에서 발견한 사리 봉안기에 세겨진 94글자로 인해
무왕의 왕비는 신라의 선화공주가 아니라 백제의 좌평 사택적덕의 딸 임이 밝혀졌다.
국고가 다 소진할 정도로 신라를 침범했던
무왕을 까 내리기 위해 열등감에 시달린던 신라 사관론자들이 지어낸 뻥 이야기가
서동과 선화공주의 로멘스 아닐까 ?
서동 생가터를 끝으로
차를 주차해둔 쌍릉으로 향했다.
그런데...
오늘 걸은 길 중 마지막이 최악였다.
땡빛속을 얼마나 걸었던지 ?
그간 용맹하게 따라 붙어 잘도 걷던 초록잎새는
그야말로 시든잎새가 되고 산찾사는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
특히 코...
왜케 코가 따가운겨~?
무슨 미련이 남았던가 ?
차를 돌려 나오다 고도리 석불입상을 들렸다.
차로 가다 보니 역시 뙤약볕속을 걸어야 하는 코스다.
오늘 코스중 왕궁리 유적 전시관까지 들렸다면
아마도 산찾사는 반숙이 아니라 푹 고아진 완숙이 됐을게 확실하다.
200여 미터를 마주보고 있는 석상...
추측으로만 고려시대 불상의 양식으로 생각된다는
다소 썰렁한 안내문만 하나 덜렁 세워저 있다.
저걸 보니 우리나라 문화 유적지에 대한 연구의 허술함이 느껴진다.
백제 무왕길...
온나라가 둘레길의 열풍에
휩싸이다 보니 이런길이 만들어 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역사와 문화 유적지를 컨셉으로 만들다 보니
사실과 다른 설화의 주인공 무왕과 선화공주를 엮게 되고
또 억지로 유적지를 연결하다 보니 둘레길의 기초가 되는 숲속길이 아닌
아스팔트길이 반절 이상이 넘는 무왕길은 둘레길로서는 정당성을(?) 잃어버린 길이라 생각된다.
특히 여름철엔 절대로 가시면 안돼유~
가시면 끄실려 죽습니다.
굳이 가신다면 미륵사지에 들려서 복원과정과 유물들을 보시고
구룡마을 대나무 숲 까지는 강추....
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