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잎새랑 율리둘레 숲길을 걷다
산행지 : 증평 율리둘레 숲길.
산행일 : 2011.7.01 금요일...오전 흐리고 비...오후엔 개임.
누구랑 : 사랑하는 마눌 초록잎새랑.
어떻게 : 율리휴양관~ 구석산~외봉~내봉~질마재~좌구산~방고개~점촌마을~율리휴양관
전날밤...
퇴근이 늦다해도 직장후배들이 기다라겠다며 억지...
이건 뭐~!
잘못은 내가 했는데 왜 지들이 미안해 하는지 ?
위로주 한잔 올리고 싶었는데
바로 연락하기가 그랬다며 웃는 형님 모습보니 마음이 놓인다나 뭐라나....
ㅋㅋㅋㅋ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요즘 계속 이런 전화가 쇄도 중이다.
밥 한번 먹자구....
한편 위안은 된다.
직장 생활하며 인심은 안 잃은것 같아
아주 헛 산건만은 아닌것 같다란 생각에 통근의 괴로움을 버틴다.
전날 과음을 했나 보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니 얼굴이 팅팅 불었다.
밤늦게 합석한 마눌도 역시나 쎔~쎔~
그래서...
오늘만큼은 주독을 빼러 산을 향한다.
천근만근의 몸을 이끌고.
율리 휴양촌의 주차장이 터~엉 비여있다.
인심 사납게 뭐라 그러진 않겠지란 믿음에 걍~ 쑤셔 박아 놓고....
임도를 버리고 찾아든 숲속...
밤사이 내렸나 ?
습기를 잔뜩 머금은 잡목을 헤치고 오른지
몇십분만에 물에 빠진 새앙쥐 꼴이 다 됐다.
거기다
그간 인적이 없었나 등로도 희미하다.
주능선에 올라붙자 등로는 좋아지는데..
이런~!
비가 나린다.
기상청 예보엔 분명 오전 흐림 오후엔 활짝 개임인데...
잡목이 우거진 구석산을 향한 등로를 외면하고
대신 아주 널널한 MTB 전용의 임도를 걷기로 한다.
따가운 햇쌀이 내리쬐면
아주 고통스러울것 같은 임도가 오늘은 오히려 더 좋다.
안개가 스멀 스멀 피어오르는 산하를 바라보며 단둘이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걷다보니 정자가 눈에 띈다.
다리쉼을 하며 간식으로 가저온 과일도 먹고.
또다시 걷다 보니...
자전거 전용도로는 마을로 이어진다.
개념도를 꺼내어 보니 외봉마을.
이리 갈까 ?
저리 갈까 ?
두갈레길 삼거리도 만나고..
외봉마을에서
내봉마을로 이어지는 임도가 환상이다.
이쯤에서
능선으로 걸을 참였는데...
떨어지는 빗줄기가 장난이 아니다.
오늘은 그냥 길 좋은 임도 둘레길이나 걸어야 될까 보다.
빗줄기는 시원하게 맞아 주기로 하고
베낭만 커버를 씌운후 내봉마을을 향한다.
외봉마을을 비켜나
애둘러 돌아 나가는 임도를 걷다 보니 질마재에 도착한다.
새작골산을 거처 좌구산의 능선을 걸으려면 여길 치고 올라서야 된다.
선택권을 넘겨 준 초록잎새...
고민중이다.
거미줄을 걷어내며 습기 머금은
숲속을 헤처가야 할지 널널하고 편한 임도를 향할지 기대가 되는데...
ㅋㅋㅋㅋ
역시 전날 주독에 쩔은 몸이 편한길로 인도한다.
휴~!
덕분에 나두 살았다.
동네 뒷산 같은 산에 온다고
방수도 안되는 등산화를 신고 온 덕으로
이미 발가락은 불어 터진 상태였는데 잘됐다.
그래~
초록잎새 당신 아주 탁월한 선택을 한거여~!
임도 아래로 보이는 건물....
원두막 치곤 화려하다.
완죤 별장이넹~!
걷다보니
작은 계곡앞에 벤취가 있다.
배가 고프다.
그럼 먹어야쥐~
비도 그쳤으니 벤취의 습기를 닦아내고 둘이 앉아 맛있게 냠~냠~
또다시 걷는길...
초록아~ 뭘 보니 ?
쭈~욱 쭉 뻗어 올라간 낙엽송이 이뻐서...
임도 길가엔
질경이가 군락을 이뤘다.
가만 앉아서 저거나 뜯어다 효소나 담가 볼까 ?
그러나...
초록잎새 콧방귀도 안뀐다.
니나 앉아 뜯으세유~
그려~?
그럼 나두 안한다 안해~
그거 해 놓음 여기저기 인심 팍~팍~ 씀시롱 나눠 주는건 누군디...
임도길은 돌고~
또다시 돌~고..
그러다 힘들면
좀 앉았다 가라구 저런것도 있고.
그러다 힘 남아 돌면
그 남은 힘 마저 빼 버리구 가라구 저런것도 만들어 놓고.
그냥 내려갈까 하다가
그래도 왔으면 정상을 밟아야 된다는 초록잎새의 지론에 밀려
힘든 오름길을 오른다.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
활짝 개인 하늘엔 햇살이 반짝...
수분을 잔뜩 머금은 수목은 그래 그런지 더 더욱 싱그럽다.
드뎌...
정상 직전 무명봉에서 한숨을 돌린 후..
짜짠~!
올랐다 좌구산..
공주에 사는 거브기님이 바짝 웅크린 모습하구 닮았다는 좌구산 정상.
그러나...
그 흔한 빗돌이 여긴 없다.
다만 이정표에 누군가 써 넣은 좌구산이란 문구가 이곳이 정상임을 알려준다.
정상에 올랐으니 오늘 밥값은 했다.
이젠 집으로 향한길....
방고개까지 이어진 솔숲 오솔길이 환상이다.
방고개의
좌구산 천문대가 내려보이는 능선자락엔
어머~!
저게 뭐니 ?
지친몸 쉬어가라구 멋진 침대가 있다.
소나무 숲속의 벤취.
누워보니 그리 편할 수가 없다.
둘이서 다정히 누웠다.
이내 빠저든 단잠....
큰 아들넘한티 걸려온 핸드폰만 아녔다면 아마 밤 세워 잠들었지도.....
마눌 왈~
"우찌 그리 잘자 ?"
"아주 코까지 골며 자대"
방고개를 이어
분젓치까지 걷자는 내 청을 매몰차게 마눌이 거절한다.
오늘 이만함 많이 걸었으니 그냥 내려 가잖다.
마눌말 잘 들어야
늙어서 신상에 이롭다는건
만고불변의 진리라꼬 늙어 꼬부라진 인생 선배님들의
넉두리를 기억한 산찾사는 좀 서운해도 점촌마을로 뚜벅뚜벅
걸어 내려가는 초록잎새의 뒤를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좌구산을 내려서다 문득 뒤돌아 보니
휴양림 입구의 도야지 두놈이 작별 인사를 한다.
야~!
"용호야~ 잘가."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