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섬 해변 산책길을 따라서
산행지 : 저도 용두산
산행일 : 2011.4.21 목요일
누구랑 : 나홀로 안내 산악회를 따라서
어떻게 : 저도 연육교~용두산 갈림길~코스 합류점~하포마을~제1 전망대~제2전망대~
사각정자~코스 분기점~제1~3 바다 구경길~능선 분기점~용두산~저도 연육교.
전날 모임이 있었다.
약간의 술 한잔에 밤을 잊었다.
조금만 더 먹었다면 그냥 뻗었을 텐데...
여기저기 인터넷 항해로 밤이 깊어간다.
그러다 들어간 모 카페의 어느방...
여기만 들어오면 웬지 기분이 찝찝하긴 했었다.
어느 한사람 띄워주고 싶고 그래서 산악회 홍보에 도움을 준다 하더라도
이건 도리가 아니다.
다른 산우들이 올린건 죄다 쓰레기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울컥했다.
내가 쫌생이 다 된건가 ?
아니다.
예전엔 그래도 제법 대범하고 마음이 넓은넘이라 생각했는데...
드뎌...
올것이 왔나 보다.
갱년기...
홀몬의 부작용이 분명하다.
테스토테론의 수치가 줄어든 대신 에스토테론 수치가 왕창 늘어난게 확실하다.
왠지 요즘들어 우울하기도 하고 자주 감상에 빠지는가 하면
별거 아닌일로 삐지기도 잘한다.
ㅋㅋㅋㅋㅋ
갱년기 우울증의 치료는
졸라 바쁘게 살던가 뭔일에 집중하면 될 일이니
내일 할일을 찾아 보기로 한다.
어디 갈 만한곳 없나 ?
나홀로 가면 좋긴 한데 그넘의 기름값....
나이를 먹어갈 수록 살이가 더 힘들다.
그냥 욕 먹지 않고 살아가려면 나이값은 제대로 해야 되기에...
나이값 ?
별거 아니다.
갱년기가 될때면 그저 양기는 죄다 입으로 올라 붙을때이니
공업용 미싱으로 주둥아리는 박아 버리고 동료는 물론 특히나 후배들에게는
아낌없이 주머니를 털어 많이 베푸는게 나이값을 하는거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운일인가 ?
겨우 고등핵교 졸업과 동시에 두쪽 달랑 들고 집 나온 이후
물려받은거 하나 없이 오히려 뺏기지만 않음 다행인 삶을 지금껏 살아온것도 버거웠는데...
이 산악회는
오늘같이 늦잠을 자는 나에겐 딱이다.
대전 나들목 원두막에서 기다리는 나를 발견한
이 산악회 운영자님과 심심산천님이 나를 발견하곤 반갑게 손을 내민다.
이젠 어딜 가든 나를 알아보시고 반겨주시는 님들이 많으니 나홀로 나서더라고 외롭지는 않다.
남쪽나라 창원도 이젠 먼 나라가 아니다.
딱 3시간만에 산행 들머리에 우릴 내려 놓으니 말이다.
내려놓자 마자
우르르 쏟아저 내리는 산객님들...
오늘은 비교적 젊고 팔딱딸딱 뛰는 싱싱한 젊은 아줌씨들이 많다.
그러면 오늘 산행은 ?
당근 늦을 확율이 99.9%
오히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산행시간이 더 빠르다.
체력은 나이순이 아니다.
꾸준히 여가생활로 산행을 이어온 나이드신분을
겨우 한달에 한번 와본 젊은이가 깐보고 따라갔다간 그길이 황천길이 될 수도 있슴을 그대들은 아는가 ?
우야튼..
산행전 물 한모금 입에 물고
등산화 끈 질끈 동여멘 아줌씨들이 요~이 땡 하자 마자
자~~~알 나가신다.
젊은 그녀들의
탱탱한 방딩이들을 처다 보며
느긋한 산찾사는 게으른 걸음을 옮겨 따라 붙는다.
초반부터 길은 유순하다.
소나무 오솔길을 걸으면서도
비릿한 바닷내음이 느껴질 정도로 바다는 지척이다.
10여분이나 걸었나 ?
우리가 방금 버스에서 내렸던
저도로 향한 연육교가 발 아래 드리웠다.
걷는 내내
등로에서 내려 보이는 풍광이 예술이다.
마음속 울적함이 어느새 달아나 버릴 정도로 아름답다.
그래
나서기 좀 귀찮아도 떠나오길
차~암 잘했구나...
걷다가 하늘을 올려다 보니
저건 또 뭔 현상인고 ?
무지개도 아니고 노을도 아닌것이 색감이 곱기만 하다.
코스 합류점...
늦게 떠났으니 때는 이미 늦었고.
여기서 점심을 때우고.
진행방향 좌측길 하포마을로 내려선다.
한적한 어촌의 풍광...
하포마을도 조용하긴 매 한가지.
여기서 부터 해안 산책길이 시작된다.
이정표도 곳곳에 아주 잘 돼 있다.
다만...
세종대왕의 후손으로서 부끄러운 단어 선정에 살짝 속이 뒤틀린다.
내가 무식해서 그런가 ?
아무곳이나 영어를 마구잡이식으로 들이대는게 난 싫다.
세계화에 뒤처지는 들 떨어진 넘이라 욕하고 흉을 봐도 싫은건 싫은거다.
비치로드길...
아예 영문으로 표기 하시던가...
그래 써 놓음 전~나게 유식하고 뭔가 있어 보이고 멋저 보이남 ?
아무리 그래도 난
해변 산책길이라 써 넣으면 더 좋고 정감이 있을것 같다.
그런면에서 보면
제주의 올레길이란 이름은 차~암 잘 지었다.
본래 올레의 뜻과 무관하게 그거 한번 뜨고 나자
너두 나두 무작정 올레를 같다 붙여 놓은 길들이 울 나라 사방 팔방에 퍼지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쯤해서 올레 유사품 갈레길도 나올법 한데 우째 그건 읍나 ?
아마도 갈레 갈레 갈리는 길이란 뜻이라 그런가 보다.
하포마을을 벗어나며
파도소리를 벗삼아 일행과 떨어진 나홀로 해변길을 걷는다.
등로는 산 기슭으로 아주 잘 나 있지만
그길을 외면하고 다소 거칠지만 파도가 찰랑대는 해변길을 택했다.
암릉 사이로 조심만 하면 그런대로 걸을만한 길이다.
그렇게 라도 바다와 가깝게 있고 싶은맘은 뭘까 ?
충청도의 산산첩첩 깡촌 시골구석 촌넘이라
생전 바다구경을 못하고 자란 환경이라 그럴것이다란 생각도 드나
난 그저 그냥 이유없이 바다가 좋을 뿐이다.
해안 절벽길을 걷다보니
세월을 낚는 강태공을 만난다.
낙시대를 드리우면 세월 가는줄 모르고 잼 나다구 하던디...
정말 그럴까 ?
암만 그래도 난 처 먹는게 더 좋다.
ㅋㅋㅋㅋ
강태공을 만난 뒤로
해안 암릉길과 이별하고 그님이 내려온 길인듯한 희미한 길을 따라 올라선다.
이내 만난 기존 등로길을 따라 조금 걸어가자 제1전망대가 반긴다.
시원한 전망대에서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며 망중한.....
어느틈에 따라 오셨는지
심심산천님이 사진 한장 박아 주신다.
덕분에 저도섬 해안 산책로 인증사진을 한장 얻었다.
용두산을 먼저 들렸다 오셨다는 심심산천님은 아직 식사도 못하셨단다.
전망대에서 늦은 식사 자리를 펴시는 심심산천님을 남겨두고 또다시 나홀로 걸음을...
바다와 아주 가깝게 산책로가 이어진다.
이런길은 아주 쉬엄 쉬엄 걸으면 참 좋으련만....
주워진 시간을 보니 의외로 게으름을 필 겨를이 별로 없는 빡빡한 일정이다.
아무리 바빠도
제2 전망대라니 내려는 가 봐야 쥐~
뭔가 특별한게 있을지 모르니.
뭐~
특별한건 없고.
다만 바다와 아주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는.....
제2 전망대를 지나며
등로가 숲 언저리를 벗어나 고도를 높인다.
그간 한동안 편한 길만 걸었는데...
이런 딘장~
에구 에구 엄살 좀 부릴까 했더니 사각정자가 반긴다.
내 그럴줄 알고 쉼터를 준비 했다나 뭐라나
사각정자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며 물 한모금으로 갈증을 달랜 후..
또다시 오름길을 올라 작은 둔덕을 넘는디....
요 아래 사진에 보이는 사람이 여자일까 남자일까 ?
고개를 팍 처박구 둔덕을 넘어가는 나의 뒷통수를 향한 이쁘장한 아가씨의 음성에
깜짝놀란 산찾사가 발걸음을 멈췄다.
"옵~~빠~야"
"시원하구 달콤한 아이스케끼 하나 드시구 가라 마~"
흐미~!
남정네인줄 알았는디 뇨자였넹~!
그래두 목소리 하나만큼은 애교스럼으로 쥑~인다...
ㅋㅋㅋ
보니께 아이스케키가 완죤 옛날식 그런거다.
순간 산찾사...
아마득한 유년시절 추억 한토막이 떠 올려진다.
어릴적 한여름.
을매나 아이스케키가 먹고 싶던지
뒷집 부랄친구 한수놈과 작당을 하구 조치원까지 걸어가 아이스케키 한통을 받아 왔다.
내가 아이스케키 통을 질머지구 한수놈은 소리를 지른다.
솔직히 무거운 통을 내가 짊어진건
그놈의 아~이스케키 란 소리는 쪽팔려서 도저히 할 수 없어서 였다.
몸에 힘이 다 떨어질 쯤 드뎌 아이스케키가 절반이 팔렸다.
그럼 나머지는 우리 둘의 몫.
아이스케키 통을 깔구 앉아 둘이 실컨 먹어 치웠다.
볼때기가 얼얼하도록....
햐~!
을매나 달콤하고 맛나던지
먹고 또 먹고 먹고 또 먹고.
정말루 행복했다.
아이스케끼 장사를 하믄서 누가 볼까 무섭던 쪽팔림도 말끔히 잊은채
우리 둘은 생전 처음 아이스케키를 원없이 먹어봤다.
아이스케키통을 반납하고
머나먼 시골집으로 터덜 터덜 둘이서 걸어 들어 오던날.
우리 둘은 아랫배를 부여잡고 똥구녁이 다 헐도록 물개똥을 내질러야 했었다.
ㅋㅋㅋㅋ
그때의 기억이 생생해서 그런가 ?
애교스런 그녀의 애원에 잠시 흔들린 마음이 아이스케키통을 향했으나
이내 매정하게 발길을 돌려 가던길을 향했다.
왜 ?
예전처럼 또 물개똥을 쌀것 같은 예감에 때문에.
ㅋㅋㅋㅋ
둔덕을 넘겨 내림길이 진정되고....
또다시 룰~루랄라 편안한 산책길이 한동안 이어지더니
너 저리 한번 내려갔다 바다귀경하구 올라오라구 이정표가 가르킨다.
무슨 비경이라두 숨어있나 ?
얼른 내려가 봐야징~!
비경은 없더라도
파도소리는 시원시원 해서 좋다.
해안길도 저만함 걸어갈 만 하다만 시간이 없다.
이길을 쭈~욱 따라 걸으면 분명 제2바다 구경길과 만나리라.
다시 올라선 뒤 산책길를 걷는다.
제1바다 구경길을 다녀온 덕택으로 뒤 따르던 아줌씨 한분과 길 동무가 됐다.
동료들과 떨어저 아무도 없는길을 혼자 걷던 아줌마는 당황스러웠던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쯤이면 시간 넉넉하니 천천히 걸어도 된다 안심 시키고 함께 걸었다.
제2바다 구경길을 마지막으로
가파른 계단길이 한동안 지속된다.
이것만 올라서면 용두산이고 그럼 오늘 산행 끝 을 예고한다.
드뎌....
저도섬에서 젤 높은 용두산에 올랐다.
해발 202.7 m ....
해발은 낮아도 주위의 모든 산군들이
용두산 아래로 바짝 몸을 낮췄으니 정상으로서의 품위와 위용은 훌륭하다.
내림길....
옷을 갈아입은 산하가 넘 이쁘다.
어쩜 저리도 고운지...
초록잎새(?)는 이거든 저거든 우야튼 무쟈게 이쁘다.
용두산을 내린뒤....
저도섬을 연결하는 연육교 옆의 옛 교량을 걸어본다.
일명 콰이어강의 다리...
연인들이 주술적 의미로
자물통을 메달고 열쇠를 바닷물에 풍덩 던저버리면
영원히 헤여지지 않는다 해서 이곳엔 주렁주렁 메달린 자물통들이 많다.
콰이어강의 다리를 되돌아 나와
버스가 기다리는 산행의 시종착이 되는곳에 도착하니
산행시간을 알차게 채웠다.
넉넉히 4시간 30분쯤이면
갖은 해찰 다 부리며 좀 더 여유로운 걸음이 될텐데
그러지 못함이 좀 아쉽다.
함께 했던 대부분의 사람들 중 오늘 코스를 소화한 사람은 겨우 10명 남짓....
물론 산행 초보자가 많아서 그랬지만 그래서 더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해가 참 길어졌다.
그만큼 산행하기도 좋은 계절이다.
그래서...
철쭉도 어서 피고 경방기간도 빨리 지났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대전으로 들어서는 버스에서 바라본 노을이 오늘따라 무척 곱다.
무심히 흘려 버리던 저런 풍광도
웬지 색다르게 느껴지고 그래서 그걸 바라보며 센치메탈해 지는 건
아무래도 내가 정말로 갱년기로 들어선거 아닌가란 의구심이 자꾸만 든다.
흘러가는 세월을 잡아 둘 수는 없고.
세상을 올바로 살아 가려면 나이값이나 제대로 하고 살아야 할텐데.
이래저래 세월이 흐를수록
늘어나는건 쓰잘데기 없는 걱정뿐.....
산에서 건강을 .....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