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아내와 둘이 걸은 대둔산

산 찾 사 2010. 12. 5. 23:06

산행지 : 대둔산

산행일 : 2010.12.04. 토요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어떻게 : 수락 주차장~수락폭포~능선~개척탑~낙조대~석천암~수락 주차장

 

 

인생이...

덧없이 흘러갔다는 생각이 부쩍 드는 요즘이다.

나는 누구일까 ?

내가 진정 바라는건 무엇이고...

과연 산다는것은 무엇이기에

내 맘 내 뜻과 무관한 하찮은 일로 부대끼며 상처받고 아파해야 하는지...

 

인생의 동반자....

어쩌자구 나를 만나 이런 구차한 삶을 살게 됐는지...

그런 여인이 오늘도 변함없이 쓸쓸함과 허전한 내마음을 메꿔 주려 따라 나섰다.

가지마라 애원하던 가을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싸늘함만이 감도는 겨울의 문턱을 넘어선 숲을 향한다.

 

 

 

 

군지골...

철책이 가로 막는다.

한여름 아내와 단둘이 걸었던 그곳...

햇볕 한줌 제대로 들어오지 못해선가 ?

등골이 서늘한 음산한 기운이 감돌던 군지골로 기억된다.

아울러

220계단의 힘겨움도...

 

 

수락폭포 옆으로

철계단이 길게 하늘로 향한다.

 

 

 

철계단은 전망대 아래서 둘로 나뉜다.

아직도 공사중인 구름다리...

구름다리 밑은 군지골이 그대로 내려 보인다.

 

구름다리는 그냥 처다보는걸로 만족하고

그대로 능선을 향한다.

 

 

계속 이어지던

철계단이 끝날 쯤 왼편의 산기슭에 자리잡은

석천암이 내려 보이고..

 

 

 

대둔산 주능선이 멋지게 조망되는

암릉에 낼름 올라선 아내...

변덕을 부릴 틈을 주지 않고 잽싸게 디카로 담아보고...

 

 

 

 

이정도의 대슬랩은 그냥 둬도 되는데...

이궁~!

세미 클라이밍의 맛을 니들이 알간 ?

 

 

 

벗은 나무들....

스산해 뵌다.

쓸쓸한 풍광에 한순간 가슴이 먹먹해짐을 애써 숨기고...

 

 

 

저멀리..

바라만 보아도

아픈기억에 가슴이 시린 바랑산 월성봉이 눈에 들어온다.

 

차~암.

진솔한 녀셕 였는데...

 

 

 

오늘따라

몹시도 비실대는 나를 아내가 되돌아 보며 기다린다.

전날...

같잖은 산 같지도 않은 얕으막한 산을 다녀와서 그런건 아닐터...

 

그날...

석굴에 서너잔의 쇠주도 아니다.

일찍 끝내고 돌아선 산우들과의 저녁모임엔

헛헛한 내 마음을 달래려 좀 많이 마신건 사실이나

그래도 그건 아닌것 같다.

 

그저 그냥

마음이 심드렁해지니 그래 그런것 같다란 생각.

 

 

 

 

 

 

 

요즘 몇일

한치앞도 볼 수 없을 정도의 짙은 운무가

싸늘해진 날씨탓인가 ?

말끔히 개인 오늘 조망이 참 좋다.

 

그래 그런가 ?

미련을 오늘도 떨치지 못한다.

이런길은 좋은님들과 함께 걸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

 

 

 

 

아름다운 등로에 비해 한적함이 의외다.

더구나 주말인데...

덕분에 방해받지 않는 우리 부부의 걸음엔 햄복이 소복 소복 쌓이고..

 

 

 

 

올라선 능선...

정상을 코앞에 두고 망설인다.

 

"갔다 와~?"

"한두번 와본것도 아닌데 그냥 가요"

 

걷기 싫어 그런건 아니다.

북적대는 사람들이 왠지 오늘따라 더더욱 싫다.

 

정상아래 매점...

 

"찬밥인데 컵라면 하나 살까요"

"그러지 뭐~"

 

아내가 빈손으로 되돌아 온다.

제일 작은 컵라면 하나가 4000원 이란다.

4000원짜리 컵라면이 아까워 못 사오는 아내가 안쓰럽다.

대학생 둘을 가르키려니 말은 안해도 살림살이 좀 낳아 질 날이 참으로 요원하다.

 

편안한 등로를 외면후

사람들이 한적한 능선의 날등만을 골라 걷는다.

그러다...

양지바른 암릉에 단둘이 도시락을 폈다.

 

아름다운 풍광을 내려보며

도란도란 정담에 어느새 배는 부르고...

아내가 내려온 따스한 원두커피향이 오늘따라 유난히 구수하다.

 

 

 

 

 

 

 

대둔산의 진면목을

느끼고 보려면 역시 날등을 올라 걸어야 한다.

 

걷는 곳곳

아름다운 풍광에 발걸음이 더디다.

 

 

 

 

한무리의 등산객들...

라면이 끓고 찌게가 익어가고 있다.

왁자지껄...

암릉위에서 성찬이 벌어진다.

 

저런모습을 보며

어떤이가 담배를 입에 문 제자신은 잊어 먹었나 보다. 

개거품을 물며 비난이다.

ㅋㅋㅋㅋ

 

니나 나나 모두들

자신에겐 한없이 너그러우면서도

타인에 대해선 왜그리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지랄 발광을 떨어댈까 ?

지랄~!

니나 잘 하세요 다.

 

예전..

비등을 하며 수거한 올무와 덫들이 무거울 정도였다.

그날의 산행기를 어느곳에 올렸다 범법자 취급을 당한 댓글에 상처를 받은적이 있다.

또 강원도 오지의 이끼폭포에선 사진한장 찍어 올린걸 문제 삼은 어느님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나 때문에 욕을 왕창 먹은 산우님...

그런데 그 산우님은 산행때면 쓰레기 수거로 항상 고생하시는 님이시다.

절대 난 그짓을(?) 못한다.

그건 말이 쉽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얼마전...

비박을 하며 불을 핀 산우의 글에 대한 댓글에

당신은 산을 사랑 하지 않는 사람이 분명하다는 둥 어쩌다는 둥...

그 댓글의 주인공은 몇날몇일 산중 비박이라도

분명 얼음 덩어리 도시락 밥알을 씹어 드시는 괴인이 분명할거 같다.

 

 

 

 

 

 

 

 

 

 

 

 

 

 

 

 

 

 

 

 

 

낙조대까지

거리는 얼마 안돼도 날등을 걷다보면

아름다운 풍광으로 인해 가슴은 희열로 가득차게 된다.

 

산행의 묘미는 이게 아닐까 ?

산에 올라 내려보면 산 아래서의 힘들었던 삶이

다  하찮게 여겨지고 별거 아녔다란 생각이 들게 만드니 말이다.

 

 

 

 

 

낙조대에서

석천암을 향한 등로를 따라 내린다.

연속으로 이어지는 암릉...

대둔산은 와 보면 볼 수록 매번 새로움을 느끼게 하는 명산이다.

 

 

 

 

 

 

 

 

 

 

 

 

 

반대편 능선을 오르며 봐왔던

석천암으로 내려서면 오늘 산행을 거의 다 끝낸 셈...

 

 

 

 

돌아 왔습니다.

다시 또 부대켜야 하는 살이의 현장으로...

 

쓸쓸함이 감도는

스산한 대둔산 자락을 아내와 단둘이 걸어본

오늘 하루가 또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진정한 삶은 언제나

여기 아닌 저 너머에 있었다는 랭보의 말이 새삼 떠올려 집니다.

 

난...

정말이지 껍데기의 삶을 살고 있진 않은지 ?

그렇다고 그 껍데기를 벗고 나서기는 두려움이 앞섭니다.

 

당분간...

아니 일평생 체념과 포기란 넘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처입은 여린마음은

웬지 다시 부대끼고 살아야 할 사람들의 관계가 두려워 지는 요즘입니다.

 

이런 마음들이

한순간 휩쓸고 지나가는 바람이려니 소망하며.....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