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연이틀 지리에서 설악으로

산 찾 사 2010. 11. 13. 08:41

산행지 : 지리산

산행일 : 2010.11.09.(화).

산행코스 : 거림~길상암~와룡폭포~청학연못~촛대봉~세석산장~거림골~거림

 

 

평일의 여유로움.

지리산 거림골을 들머리로 세석에서

천왕봉을 거처 중산리로 내리는 일정의 안내산악회에 동승한다.

 

그간 포근하던 날씨가

갑자기 수온주가 뚝~ 떨어진 쌀쌀한 날씨다.

하늘도 잔뜩 흐렸고....

 

거림골 주차장에 주차후

매표소를 지나며 남들과 다른 코스로 발길을 옮긴다.

뜻밖에 만난 복수동님과는 잠깐 들린 휴게소에서 코스를 함께 하기로 했다.

 

길상암에 접어들며

우리뒤를 따르는 일행을 헤야려 본다.

12명...

5명 정도만 데리고 가기로 했는데 어찌알고 붙었는지 ?

 

 

 

 

길상암을 스처 지나는데

그곳의 스님이 우릴보고 그곳 길이나 알고 가느냐 묻는다.

그러며 하시는 말씀이 험한길 조심해 가란다.

 

난 또...

못가게 초를 치나 내심 조바심을 냈는데.

나이가 들 수록 점점 더 새가슴이 되어간다.

 

 

 

 

 

 

지리산은

민족분단 비극의 상흔이 곳곳에 남아있다.

이영희 부대 아지트가 이곳였단 안내판이 길옆에 서있다.

소위 빨치산은 지리산 부근을 근거지로 활동했던 공비를 말하는데

빨치산은 프랑스어로 동지 또는 당파라는 뜻의 parti 에서 유래한 partisan으로

통상 우리가 알고 있는 뜻과 아주 다르다.

 

지리산 빨치산 하면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이 떠 올려짐은 왜일까 ?

왜 안그러겠나 ?

어려서 부터 빨치산하면 좌익폭력 세력으로 극악 무도한 넘들이라 알고 있었는데

태백산맥을 읽으며 이념정립이 안된 시대를 살아가야 했던 순진무구한 민초들이 겪어야 했던

쓰라린 아픔을 알게 됐으니...

 

 

 

 

도장골...

험했다.

간혹 길이 끊기거나 희미하고...

 

가을의 끝자락에

그래도 단풍은 조금이라도 남았겠지란 기대는 무너지고

도장골은 을씨년 스럽고 스산하여 쓸쓸함만 잔뜩 뭍어난다.

 

 

 

아랫용소와 윗용소를 언제 지났는지....

계곡을 거슬러 오르다 때론 계곡을 돌아 나가는 우회로를 거치다 보니

 

 

 

도장골의 최대명소 와룡폭포가 반긴다.

한여름 장마철 수량이 풍부할때 찾아들면 장관일 이곳 와룡폭포....

그러나 오늘은 질~질~질~

이름값도 못하는 풍광에 다소 실망감이 드는게 사실이다.

 

 

 

 

 

 

이곳에서 복수동님은

우측의 능선을 가고싶어 하나

오늘 함께한 산님 한분이 청학연못을 연모하여 세번을 찾아 들었으나

세번을 다 실패 했다하여 그님을 위해 시루봉쪽으로 함께 가자 꼬실리자 내말을 참 잘 듣는다.

 

와룡폭포와 이별후 바로 능선을 향해 치고 오른다.

등로엔 지난밤 내린 눈이 제법 많이 쌓였다.

그러고 보니

올 첫 눈 산행이다.

 

 

 

 

 

고도를 높일수록....

기온은 수직으로 급강하.

몹씨 춥다.

반판차림의 산행에서 겉옷 하나를 더 입어도 춥다.

 

오늘 거림골로 오를거라던 말썽꾸러기님이

얼떨결에 우릴 따라왔다가 앞머리 꼬랑지엔 고드름을 달고

추위에 떨면서도 얼굴은 행복해 죽겠단 표정이 역력하다.

 

 

 

 

시루봉을 넘기자

이번엔 강풍이 몰아친다.

 

손이 시렵다.

가저온 장갑이 부실하다.

옆에있던 필례님이 안돼 보였나 보다.

가방을 뒤적이더니 속장갑 하나를 건넨다.

 

이번엔 귀가 시렵다.

두손으로 귀를 가리고 동동대자

이번엔 같은직장에 부서만 다른데서 근무하시는 님이 귀마개를 건넨다.

 

아침에 집을 나서며

장갑과 모자를 급하게 찾다 그냥 나선건

그넘의 귀차니즘에 쩔은 요즘의 나태해진 정신상태 탓이 크다.

그래도 지리산인데...

지리산을 아주 우습게 봣다가 된통 당한 꼴이다.

 

그나마

아주 포근하고 따스한 우모복을 챙겨온게 다행이다.

이거 아님

나 완존 얼어죽었을게 뻔~했다.

 

 

 

 

 

아무리 춥다한들...

청학연못 가는길을 포기할 순 없다.

 

막상 도착한 청학연못.

남들은 구구절절 뭐~ 신비가 어떻고

풍광의 아름다움 어쩌구 저쩌구 떠들어 대나

나에겐 도무지 그런 감정이 일지 않는다.

다만 남들이 다 와보고 자랑을 해대니 그저 들리는곳의 한곳일뿐..

 

 

 

 

왔던길 되돌아 올라 촛대봉을 향한다.

촛대봉...

지금껏 봐 왔던 풍광과 판이하게 다르다.

올 처음 접해보는 상고대가 화려하다.

 

그러나....

상고대의 화려한 아름다움 뒤엔

날카로운 까시를 숨긴 장미꽃처럼

살을 에이는듯한 강풍과 추위가 우리를 괴롭힌다.

 

 

 

 

 

내 앞을 걷던 유여사...

느닷없이 비명을 내지른다.

얼굴을 푹 수그리고 네발로 기던 내가 얼굴을 들어 보니

유여사님이 순간 휘몰아친 돌풍에 나가 떨어졌다.

지독한 강풍이다.

예전 소백산에서 맛본 황소바람 보다 더한것 같다.

 

이번엔 그넘의 칼바람에

베낭의 끈 하나가 날리며 얼어붙은 내 볼따구니를 사정없이 때린다.

아릿한 아픔에 한순간 정신줄을 놓을뻔 했다.

 

햐~!

불에 데인듯 화끈함....

정신이 번쩍 난다.

오지마라 오지마라 했는데 허락도 없이 들어선 불청객을 대하는

지리의 회초리가 참으로 매섭다.

 

 

 

 

화려한 상고대의 풍광을 한번 담으려

손을 빼내든 순간 손이 곱아든다.

손가락에 감각이 없어지며 남의 손 같은 느낌...

그래도 몇장 아무곳이나 대고 마구 셔터를 누른후 양 겨드랑이에 손을 파 뭍는다.

 

아~!!!

시리다 못해 아리다.

 

참으로 매운

지리의 겨울맛을 제대로 본다.

그것도 겨울의 문턱인 가을의 끝자락에서...

 

 

 

 

 

 

 

촛대봉 갈림길.

모두들 망설임이 있다.

아직 점심도 못 먹었는데 먹을 생각을 못한다.

밥 먹다 얼어죽을것 같기에...

 

짙은 운무.

한치앞도 볼 수 없는 시야에 강풍도 수그러들 줄 모른다.

복수동님의 제안.

 

"우리 그냥 세석산장에서 점심먹구 거림골로 내려가죠~?"

 

내심 반갑다.

나만 그런건 아녔나 보다.

다들 그 소리가 나오기 무섭게 세석산장으로 달아난다.

 

 

세석산장 취사장.

라면이 끓는다.

라면국물 한모금에 행복함이 밀려든다.

거짓말 ?

지리산에서 개 떨듯 떨어봐라~

라면국물 한모금이 목젖을 타고 흘러 얼은몸을 덥힐때 그 기분이 어떤지...

 

 

 

 

내림길...

거림골은 유순하다.

바람도 자고 내려올 수록 기온은 반대로 올라간다.

휴~!

이제야 살 것 같다.

 

 

 

개떨듯 떨었던 때가 언제였나 ?

모두들 얼굴엔 안온함이 찾아들고 입가엔 웃음이 흐른다.

 

 

 

 

 

 

 

거림지구에 가까이 올 수록

기세를 떨치던 동장군은 물러가고

가을의 정취가 남아 호되게 혼쭐이난 우릴 위로한다.

 

 

 

화사한 단풍이 아름답다.

이젠 멀지않아 저 모습도 볼 수 없으리...

지리의 마지막 단풍은 그래서 더 더욱 아름답다.

 

 

 

단풍처럼 화사한 미소가 아름다운 여인...

산행내내 손대장이 작업을 했는데 과연 넘어 왔는지 ?

오해는 마시라.

작업이란건 번개산행시 팀원으로 포섭하는 작업을 말함이다.

비경의 산지는 산행능력이 뛰어난 적정인원이 적당하다.

같은값이면 시커먼스 나같은 놈보다 나긋나긋한 어여쁜 여인네가 좋긴 하겠지만

이눔의 손대장이 나한틴 그넘의 작업이란걸 한번도 한적이 없는 걸 보니

왠지 괴씸하다.

내가 작업을 해주길 원하는건 아닌지 ?

그런데...

나두 당신같은 시커먼스는 싫다카~이.

 

 

 

 

작업대상에서 밀려난

밍밍님과 꾸러기님이 먼저 들머리를 내려선다.

거림지구은 가을이 무르익어 추색이 짙게 남아 있어 아직도 가을의 중심에 서있다.

 

 

 

 

 

 

느닷없이 찾아든

지리산의 동장군에 쫓겨 성급하게 하산한 지리의 짧은 산행은

겨울의 매서움에 항상 산행 대비를 철저히 해야함을 일깨워 준 하루 다.

 

 

 

산행지 : 설악산

산행일 : 2010.11.10.(수)

산행코스:한계령~망대암산~점봉산~홍포수막터~오색

 

 

 

 

전날 지리를 향하며

내일도 휴일인 나와 의기투합한 손대장과 남설악을 약속했다..

그곳을 향하는 산악회 홈피에다 은발님께 손폰으로 산행신청을 해달라 하여

이름을 올렸는데 그날 나와 손대장이 오는걸 알고 울타리님도 덜렁 따라왔단다.

오늘 예정된 코스는 가는고래골로 점봉산을 오르기로 돼 있다.

그런데...

오늘 날씨가 참으로 쾌청이다.

이런날은 계곡산행보다 능선 조망산행이 최고다.

은근슬쩍 안내산악회 운영자에게 운을 한번 떠 보고 안되면

우리끼리 한계령에서 내릴 참였는데 다행히 코스를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돌렸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잽싸게 숲속으로 몸을 숨기기 바쁘다.

오늘은 모두들 범법자다.

하긴...

산꾼들중 백두대간을 완주한 산악인들은 모두 다 범법자다.

법을 어기지 않고는 완주할 수 없는 구간은 없기에...

 

백두대간 코스중...

가장 아름다운 구간중 한구간이 이곳이 아닐까 ?

그 좋은 풍광을 볼 수 없는 야밤에 도둑고양이 처럼 몰래 숨어들어

통과하기에 급급했던 구간을 오늘 우린 훤~한 대낮에 걸어볼 참이다.

 

 

 

 

얼마 오르지 않아 조망이 터진다.

무슨말이 필요하랴~

그저 사방팔방 설악의 속살들이 훤히 드러나니 황홀할뿐...

 

 

 

 

 

첫 암릉 구간...

잔설에 미끄러움으로 제일 많이 지체가 된다.

 

 

 

 

까탈스런 암릉구간을 통과해

내려보니 저 아래로 한계령 휴게소가 발 아래 아주 가깝다.

 

 

 

 

흘림골에서 올라붙는

능선자락의 기암기석이 정말로 절경이다.

코 끝이 알싸한 추위도 잊을만큼 조망좋은 암릉에서

내려설 줄 모르고 설악의 미색에 잠시 홀려든다.

 

 

 

 

 

 

 

 

 

 

 

 

초반...

암릉구간이 끝나자

점봉산으로 향한 능선길이 육산으로 변한다.

 

참기름을 발라 놓은 듯

윤이 반들반들한 조릿대 숲도 지나고

때론 잡목이 잡아 댕기는 거친 등로를 통과 후...

 

 

 

 

 

 

육산위에 널름 얹어진

암릉에 올라서니 이곳이 바로 1236봉 망대암산 정상이다.

망대암산 정상의 조망이 황홀하다.

대청봉에서 부터 이어진 서북능선의 귀떼기청의 끝 안산은 물론

가리봉 주걱봉 삼형제봉과 바로앞 우리가 올라설 점봉산까지 사방팔방 모든산들이

우릴 영접하러 납시었는데 모두들 속속들이 훤해 내 비치는 솟옷 비단 시루엣을 걸친 모습이다.

 

새벽녁....

냄편 싸립문을 내동댕이 치고 나왔다는 울타리님 신났다.

아침밥도 안 해놓고 왔다는데 걱정도 안되나 ?

하긴...

이런 절경을 눈앞에 두고 잡생각이 든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다~

 

 

   (망대암산에서 울타리님)

 

 

 

망대암산을 뒤로

불룩하게 솟아오른 점봉산을 향한다.

 

 

 

 

 

 

점봉산 오름길...

양옆의 잡목을 들여다 보니

봄이면 터트릴 아주 작은 꽃망울을 달고 있다.

죄다 철쭉군락...

빛좋은 봄날 다시 와 볼 순 없을지 ?

상상만해도 멋진 풍광이 머리에 그려진다.

 

 

 

 

 

 

점봉산 정상.

우람한 빗돌만 오두막히 서있다.

그간 너무 외로웠나 ?

점봉산 빗돌은 내가 찾아들자 반가움인지 줄줄줄 눈물을 흘리며 반긴다.

 

 

 

 

 

 

 

 

 

 

 

 

 

이젠 내려가야 할 시간...

외로움에 눈물 흘리는 정상빗돌을 부여잡고 위로한다.

매서운 추위도 아랑곳 않고 모든 산우들이 시야에서 사라진 후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홍포수막터...

비로소 백두대간과 이별이다.

언젠가는 또 이길을 걸을날 있겠지...

오색을 향한 내림길로 향한다.

 

 

 

 

내림길 내내

오색으로 향한길은 마지막까지

설악의 속살을 부끄럼 없이 모든걸 보여준 능선길였다.

 

 

 

지리와 설악의 품속에서

이틀이란 시간이 꿈결처럼 흘러갔다.

 

이틀이란 시간이

정말 짧게 느껴진 나의 연휴..

이보다 더 좋은날이 또 찾아 올지 ?

 

함께 걸음한 산우님께 감사 드리며...............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