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청산도 1편 대봉산
산행지 : 청산도 대봉산
산행일 : 2010년 5월29일(토)~30(일)
누구랑 : 산찾사.초록잎새.너른숲.북극곰.하얀장미.데이비드송.핑크공주.
산행코스 : 신흥리 전망대~대봉산~대성산~대선산~고성산~율치고개~보적산~범바위~권덕리
쪽빛 바다에 떠 있는 늘 푸른섬...
가고싶은 섬이라 부르지만 하룻밤을 지새고 나면
가지고 싶은섬이 된다는 청산도..
그 섬을 가고 싶어하는 산우들이 많았다.
그러나...
10여년도 더 지난 세월의 저편에 남겨진
나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청산도는 그저 징글맞게 멀기만 하다.
이젠 도로도 잘 나 있고 슬로우 시티라는 명품 걷기코스가 있다하니
한번 나서 보기로 한다.
산행공지를 올린후
신청했던 산우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캔슬을 놓고
마지막 정리된 10명으로 출발하는 당일이 되자 맨날 청산도를 잡아달라
노래를 하던 큰곰님 부부가 갑자기 탈이 난 큰 아들이 병원에 입원해 못 가고
너른숲님 옆지기도 허리가 아파 못간단다.
이런~!!!
가고싶은곳
뜻하지 않는일로 못가는 당사자야 같겠냐마는
운전대를 잡고 나서긴 하는데 심드렁해진 나의 마음이 흥을 잃었다.
(산행 개념도)
이른아침에 나선탓에
도중 휴게소에서 간단한 아침 요기후
내처 열심히 달려도 진짜로 완도항은 멀었다.
내심
10시 20분 배는 타야지 했는데
딱 15분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우이씨~!!!
왜이리 되는일이 없어...
배를 타고 가는동안 먹을
일용할 간식과 섬겨야할 酒님을 모셔다 놓고
약간의 횟감도 뜨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사이
여행의 설레임으로 가슴이 들뜨기 시작하자
그간 장거리 운전으로 긴장됐던 몸이 풀리며 비로소 마음엔 여유로움 찾아든다.
드뎌...
승선을 시작한다.
우리가 타고갈 농협 철부선엔 나비야 청산 가자란 포스터가 붙었다.
나비가 뭘까 ?
대게들 고양이를 나비라 부르던데....
오늘은 고양이는 없고 다들 개시끼들(58년생 멍띠) 틈새에 쥐새끼 한 마리다.
따라서 고양이는 없고 고양이의 앙숙 멍들이 오늘 청산도엘 간다.
선실에서 酒님을 섬기고 싶었는데
주류및 음식물 반입 금지랜다.
우이씨~!!
진짜루 되는일 읍넹~
아래층 선실 갑판에 자리를 잡았다.
아무디면 어떠리~
사랑하는 산우들이 있고 섬길 酒님과 풍족한 먹거리가 있슴 그만인걸..
그런데...
아무디면 어떠리란 생각은 내 생각...
하필 자리를 잡은게 선실의 기관실 소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곳이다.
도대체 어디로 술이 들어가는지 ?
참다 못해 다시 자리를 옮겨야 했다.
닝기리 로또~!
진짜루 되는일 읍따~
옹색하지만
조용한 구석으로 옮겨 산우들의
酒님을 향한 돈독한 信心을 달래는 주연을 베풀며 일이 풀린다.
주거니 받거니...
주고받는 술잔으로 세월을 낚는다.
온몸을 훍고 지나가는 시원한 해풍에 시름도 날려 버린다.
비로소 선상의 낭만이 흐르며 여행의 기분이 되살아 난다.
어느새 완도항이 멀어지고...
망망대해 속을 우리는 가고 있다.
청산도 도청항에 도착하자 마자
봉고차를 몰고 예약한 지리해수욕장에 위치한 민박집부터 들렸다.
푸른뜰 민박집...
생각처럼 깔끔하고 주위풍광도 맘에 든다.
무거운 짐은 풀어놓고 산행에 필요한 간식과 물만 챙겨 넣은 베낭을 들고 나선다.
산행 들머리...
도로 아래에 위치한 신흥리 마을을
내려 볼 수있게 도로옆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찾기가 수월했다.
전망대에서 내려 보이는 신흥리의 앞바다가 아름답다.
도로옆으로
숲을 향한 이정표가 우리를 안내한다.
숲에 들자 마자 반겨주는
널널한 임도수준의 숲길은 평탄하다.
서서히 오름길에 들며
숲속은 먹거리가 지천으로 널렸다.
그걸 보고 그냥 지나칠 산우들이 아니다.
고사리며 치나물을 뜯느랴 산행이 늦어지고 있다.
첫 조망처...
상서리 마을 뒷산 매봉산 능선이 바다로 흘러들고
그 산아래 마을과 다락논이 그리고 실금처럼 마을을 잇는 도로가 한폭의 그림이다.
몇 발자욱 발품만 팔면
황홀하리 만큼 아름다운 조망이 펼처지는 섬산행.
이맛에 그 멀고 먼길을 우린 달려왔다.
저멀리 율치고개가 보이고
그 넘어 보적산이 우람해 뵌다.
보적산 넘어 오똑 솟아난 암봉을 가르키며
저게 범바윈데 저곳까지 가야 된다니 산우들 은근히 부담스러운가 보다.
생각처럼 그렇게
먼거리는 아니다 달래준 후
마눌과 기념사진도 한장 박아주고..
한고비 올랐으니
시원한 맥주로 갈증을 삭히며 다리쉼을...
가는 걸음마다
연신 터지는 조망에 힘든줄 모른다.
섬 산행의 기쁨이 새록 새록 솟아나며 힘이 솟는다.
갖은게 시간뿐...
늦게 시작한 산행 이왕이면 범바위에서
황홀하리 만큼 아름답다는 이곳의 일몰을 함께 하면 더 좋으리...
모든님들 쉬는 사이
똠방각하 빈틈없는 너른숲님은 지도를 펼처들고
섬 구석 구석 지리공부에 여념이 없다.
첫 봉오리에 안착.
그곳엔 오석으로 된 명패가 있다.
해발 379 m 대봉산....
청산도에서 제일 큰 산이다.
비로소 오래전 기억이 되살아 난다.
온갖 잡풀과 가시덤풀을 헤치며 올라던 기억과 함께
아직도 내 후각에 짙게 남아있는건 보리향이다.
청도항에서 부터 도로의 반절은 타작해 건조시키는 보리가 차지했고
돌담에 펼처진 풍광도 추수를 기다리던 누우렇게 익어가던 보리가 푸르디 푸른 산하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색감을 풀어놓아 마치 이국의 느낌을 들게 만들었었다.
그이후로 천연음료수는 처다보도 않던 내가 유일하게 마셨던건 보리로 만든 음료수였던것 같다.
대봉산 정상을 뒤로
좋은 풍광을 바라보며 능선을 따라 걷는다.
오래전의 기억엔 등로가 거칠었는데 이젠 많은 사람이 찾나 보다.
등로 정비는 물론 이정표도 과잉 친절이다.
능선상
무명봉이라 해도 될 봉오리 마다 이름을 붙여준것 같다.
우린 그새 두개의 정상을 넘긴다.
번듯한 오석의 빗돌은 좀 심하다 생각했나 ?
대성산 정상은 목재의 송판에 글씨를 세겨 나무에 걸었다.
오늘은 대체로 전국 흐림이라 기억하는데
오늘도 기상청은 구라청인가 ?
하늘을 맑고 투명하여 자외선 듬뿍의 쾌활이다.
덕분에 살갖이 따갑고 덥다.
그래서...
거리낌 없는 시원한 조망도 좋지만 때때론 이런 숲속길이 더 반갑다.
갖은 해찰을 다 부리며 걸어도
그 멀어 보이는 산들이 성큼 성큼 다가오는것 같은 느낌이다.
좀 아깝단 엉뚱한 생각...
ㅋㅋㅋㅋ
힘들게 왔는데 천천히 걸으며 많이 보고 많이 느껴 볼란다.
대선산은 우리가 가야할 능선에서 약간 벗어났다.
이정표엔 200m 라 표기해 놨는데 약간 뻥~ 이다.
50m 나 될까 ?
몇걸음 못가 이내 대선산 정상을 알리는 빗돌이 반긴다.
대선산 정상에 서니
옛 기억이 되살아 난다.
예전 새벽에 떠난 당일 산행으로 뱃시간에 쫓겨
능선을 이어 다 걷지 못하고 난 이 능선을 따라 하산 했었다.
대선산을 되돌아 나와
율치고개로 향한 내림길을 향하다 발견한
조망이 뛰어난 전망바위에 올랐다가 황홀한 선경에 발들이 묶였다.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다.
해가 제일 길은 시기이긴 하나 야간 산행은 무리다.
순간 조급해 지는 내 마음을 헤아렸는지 너른숲님이 오늘은 보름이니
달빛이 아주 밝아 야밤의 산책도 좋을것 같다는 말로 나의 조급증을 순간 허무러 트린다.
전망바위에서 내려보니
거북이 한마리가 바다를 향하고 있다.
저 거북이 형상의 뭍을 따라 걷는게 내일 걷게 될 슬로길로 저곳이 2코스 새 땅끝이다.
아껴가며 마신 식수가 다 떨어졌다.
아직 갈길은 먼데....
대신 참외를 깍아 나눠 먹으며 갈증을 삭혀야 했다.
민박집을 떠나며
둘중 한명은 베낭에 충분한 식수와 간식을 넣으라 했건만....
일일히 확인해 보지 못한 내 실수인지 ?
오늘 종주산행을 끝내려면 타는 목마름의 고행은 각오 해야 될것 같다.
벌써 4개의 산을 오른다.
올망 졸망 봉오리 마다 번듯한 이름을 얻었으니
섬들의 산들은 죄다 과분한 대접을 받고 있단 생각이 든다.
고성산 정상에선
새 땅끝의 거북이 형상도 더 선명히 내려 보이고
이젠 모내기 철이 됐는지 물을 가득 담아놓은 다락논이 멋지다.
산 중턱까지
논과 밭이 들어선 이곳 청산도엔 특히 논이 귀했다.
그래서 일일히 바다에 구들장을 깔아 귀한 진흙의 유실을 막았단다.
일명 구들장논이다.
삶의 지혜가 엿보이는 구들장논을 바라보니
아름답기는 하나 한편 고달펏던 그네들의 삶이 생생하게 느껴저 마음 한구석이 짠~ 해진다.
마을과 마을을 가로 지르는 고갯마루에 닿은다.
율치 고개다.
이젠 마지막 보적산만 오르면
이곳 청산도의 산행에서 제일 풍광이 빼어난 범바위를 만나며 종주 산행도 끝이다.
그런데...
좀 힘겨워 보이던 북극곰님이 만세를 부른다.
힘겨워 할때마다
굳이 강요는 안하는데 가기 싫음 여기서 내려가 봉고차나 끌고 오라 했더니
진짜로 가서 봉고차를 끌고 권덕리로 와서 기다리겠단다.
지도 한잔을 건네주며
신흥리로 가는길과 기다려야 할 권덕리를 자세히 일러주고
한편 미안하고 또 고맙기도한 알송달송 이상 야릇한 마음을 가슴에 품고 보적산을 올랐다.
가파른 오름길...
다행히 구름이 햇쌀을 가리고
시원한 해풍이 더위를 물리처 준 덕에 오름길을 견딜 수 있었다.
덕분에 갈증 또한 사그러 들고...
보적산 오름길에
오늘의 하일라이트 범바위도 내려 보인다.
보적산을 향한 오름길을 향하는 산우들 뒤로
우리가 걸었던 대봉산 능선줄기가 아스라히 멀어 보인다.
결코 길은 거리라 할 순 없는데 바라보는 거리는 참 멀어 보이니 별일이다.
섬이라 그런가 ?
보적산 정상에 선다.
오늘 산행중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
청산도 일대가 구석 구석 안보이는곳이 없다.
지리적으로 그래서 였으리라.
이곳 보적산은 임진란때 피로 물들었던 격전지였다.
주민들이 섬을 지키기 위해 바닷가의 갯돌을 보적산으로 옮긴 다음
외적을 유인 격전을 벌인곳이 이곳이라 전해 진다.
보적산 정상에 앉아 조망에 빠진다.
멋진 풍광에 갈증과 허기를 잠시 잊었다.
그런데...
숲님의 베낭에서 그간 아끼고 아끼던 간식이 나온다.
그걸 보는 순간 잊었던 배고픔이 되살아 난다.
어찌나 달고 맛나던지....
그간 걸어오며
여럿이 나눠 먹을 수 있는 참외 하나를
혼자서 다 깨물어 먹었다구 마눌한티 얼마나 지청구를 얻어 먹었던지
떡과 함께 마지막으로 나온 참외 한조각에 순간 내밀다 멈춘 내 손을 바라보던 마눌이
웃으며 그냥 드시라는 말에 비로소 냉큼 집어 입에 넣는다.
ㅋㅋㅋ
그러는 사이
권덕리를 넘어오는 구불구불 도로에
노오란색 봉고차가 스물스물 기어 오른다.
우리차다.
북극곰님이 차를 회수해 오고 있다.
세상에나~!!!
을매나 반갑던지...
범바위로 향한다.
오늘 산행도 이젠 막바지를 향한다.
범바위 전망대...
파전에 막걸리를 팔고 있다.
그런데...
파전의 재료가 다 떨어저 팔 수 없단다.
할수있나 ?
없으면 없는대로 먹어야쥐~
막걸리에다 너른숲님의 베낭에서 나온
돼지 껍데기를 안주로 막걸리와 시원한 맥주로 갈증과 허기를 달랬다.
역시
범바위의 풍광이 훌륭하다.
여기까지 차가 올라오니 비박장비를 차에 싣고 올라와
이곳에 머물며 일출과 일몰을 보며 비박을 하면 아주 딱~인 장소다.
범바위에서 권덕리까지가
슬로우 시티길 4코스로 범길이다.
아마도 청산도 슬로우길중 제일 아름다운길일 게다.
범길을 따라 내려서니 해가 저문다.
저녁무렵
해무가 낀 날씨라 해넘이는 기대를 않했다.
그런데 너무 멋지다.
권덕리에서 시작된 해넘이가
우리가 머물 민박집 앞도 해넘이 명소라 하여 서둘러 이동을 했다.
민박집에 도착하니
아깝게도 이미 해는 꼴까닥 넘어갔다.
그러나...
그 여운은 길고 아름답다.
이미 넘어간 햇님이 남긴 한줌의 햇살만으로도 정말 황홀한 해넘이다.
청산도의 밤이 무르익는다.
그냥 보낼 순 없는법.
아낙네들이 밥을 짓는 동안 남정네들이 횟감을 뜨러 항구로 향했다.
인심 야박한 아낙네와 달리
횟집의 아저씨는 손이 크다.
마눌한티 지청구를 먹어 감시롱 슬쩍 슬쩍 덤으로
몰래 넣어주며 싱긋 웃음 짓는 아저씨의 미소가 아름답다.
저 아저씨 땜시 아무래도 다음에 또 오게 되면 도청항의 부산 아주머니네 집은 또 들려야 할것 같다.
한밤의 향연이 풍요롭다.
도다리와 문어 그리고 소라가 바다 향기를 풍기며
내 입안을 감돌다 몸속으로 들이 닥친다.
오늘은 소주도 부드럽다.
참으로 별일이다.
이번엔 맥주에 소주를 말아서 마신다.
순간 세상이 흔들리고 방안의 산우들도 흔들리더니 빙~빙~ 돌아간다.
술잔이 돌아갈 수록
내 마음도 빙글 빙글 돌아가고
웃음짖는 산우들의 정겨움도 따라 돌아간다.
그러다 어느순간
산우들의 말소리가 아련하게 들리는듯 말 듯....
나의 의식이 아스라히 멀어저 가며 내몸도 까무룩히 꺼저 들어 간다.
한없이 깊고 깊은 나락으로 추락이다.
그렇게 청산도의 밤은 깊어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