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스크랩] 한라산 1편....어리목~영실

산 찾 사 2009. 5. 27. 15:34

산행지 : 한라산

산행일 : 2009년 5월 23일 토요일

산행코스 : 어리목~윗세오름~영실

 

 

    (한라산 개념도)

  

 

한라산의 철쭉을 보고 싶어 산행을 계획한다.

예전엔 6월 초순이 절정였는데 작년에 다녀온 산우들이 말하길

5월 중순이 절정였다기에 그 말을 함 믿어 보기로 하고 세째주 주말을 D데이로 정했다.

 

20여명만 나서준다면

아주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건만...

이래 저래 신경쓰기 싫어 신청한 인원 몽땅 몰아서

안내 산악회를 그냥 딸랑 딸랑 따라가기로 한다. 

 

큰일 앞두거나 뭔일을 하려면

몸을 조신하게 잘 간수해야 하건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늦게 치루는 사내 봄철 체육대회에 참석한 날

근질거리는 몸뚱아릴 주체 못하고 기여히 나선 축구경기에서 예전에 다쳤던

왼쪽 무릅 후방 십자인대를 또 다쳣다.

 

몇일간 꼼짝 않고 병원치료 받은 효험이 있었던지 ?

그런대로 걸을만은 해서 새벽녁 길을 나섰다.

의사말이 운동하심 크게 후회 할거란 말이 내심 맘에 걸리긴 하나

나두 의사이긴 한데 의사말 100% 다 믿을 건 못뎌 라고 말하던

대전 주주 마라톤 팀탁터 강선생님의 예전 말을 더 믿어 보기로 한다.

아니 그냥 믿어야 하고 또 걍~ 믿고 싶다.

 

컴컴한 새벽을 달려

이른아침 목포항에 도착한 일행들이 한꺼번에 몰려든 식당이 북세통이다.

대전에서만 온게 관광버스 8대다.

어찌된 일인지 모두들 한 식당으로만 몰려 들었는데

그 연유가 이 식당을 통하면 매진되어 없다는 뱃편도 잡을 수가 있어서라니

거 참 신통한 재주를(?) 가진 식당이다.

그런 식당이기에

먹거리는 맛으로나 인심으로나 젤 푸짐한게 전라도인디

요 식당은 전혀 전라도 식단과는 상관이 없는 고로 그저 빈속만 의무적으로 채우고 밖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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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끝낸후

대합실의 자판기 커피로 후식을 대신한다.

일찍 나선 탓에 그러고도 여유롭다.

 

출항 30분전...

선실로 향하는 트랩을 따라 오르는데

많은 사람들에 떠밀려 올라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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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배정된 다인실은

20명정도가 적당할것 같은데 정원이 45명이다.

당연 앉을 자리도 없이 협소하다.

갑갑하게 선실에 있을 필요가 없기에 베낭만 디밀어 놓고

먹거리를 들고 나와 갑판에 자리를 잡았다.

 

목포항을 밀어내며

육중한 훼리가 항해를 시작하자 시작된 산우들과의 술자리...

우리가 준비한 가시오가피와 매실주 그리고 뚱땡이 맥주가 쓰러지고

병일이의 20년된 칡술이 동이날 쯤 하늘이 흐리며 가느다란 빗방울이 날린다.

이런~!!

오늘은 흐리기만 할 뿐 날이 좋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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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판에서 바라본 목포의 유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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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에 바람도 거세다.

3층 갑판에서 바람을 막아주는

2층 갑판 후미 건물벽의 공간으로 대피한다.

 

먹거리가 동이 나고...

비좁긴 해도 따스함을 찾아 선실로 향하는

산우들을 보내고 겨우달려와 단둘이 우울한 잿빛 하늘아래

싸늘한 바닷바람을 고스란히 안고 갑판을 서성인다.

그때

우리 옆에 서있던 어느님이 손폰에 대고 소릴 지른다.

 

"뭔 헛소리여 이눔아~"

"죽긴 왜 죽냐 자슥아  실없는 소리 집어처라~"

 

그러다 잠시후

놀라는 얼굴로 진짜냐 진짜냐를 외치더니

우릴 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띠오오옹~!!!

뒷통수를 얻어맞은 기분...

믿을 수 없는 사실에 겨우달려가 핸폰으로 지인에게 확인전화 후

 

"형님  진짜 라는데요"

 

우울한 잿빛 하늘아래

갑판의 찬 바람을 맞으며 한동안 우린 말을 잊었다.

 

그분 주위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모두다 드런놈들의 세상천지에 나홀로 獨也淸淨 하시겠다니

그게 어디 쉬운일이 던가 ?

삐까번쩍 빛나리의 무지막지한 그 뻔뻔함을 단 1%라도 좀 닮았다면

그런 어이없는 결정은 안했을걸....

 

노 무현 대통령의

불의의 서거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진 우리 국민은 정신을 차리고

그 분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깊게 박힌 부패의 고리를 끊고

증오와 분열로 얼룩진 우리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는 계기로 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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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실에 들어오니

텔레비젼에 속보가 계속 올라온다.

많은사람들이 모두 충격에 휩싸인 표정들이다.

 

때가 됐나 보다.

점심식사를 하란다.

식당으로 향했지만 이미 입맛을 잃었다.

두어술 뜨는둥 마는둥 그렇게 식사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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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좁은 선실에 구겨저 시간을 보낸다.

눈만 감은채 벽에 등을 기댄다.

잠이 모자라 피곤함이 밀려들어도 잠을 들 수 없다.

계속 이어지는 TV 의 속보에 온갖 신경이 다 쏠림 때문인가 ?

머리가 지근지근 아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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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치 않아

예정시간을 훨~ 넘겨 제주항에 도착했다.

오후 2시에 시작한 하선이 많은 사람들로 지체된다.

 

혼잡한 무리틈에서

우리의 버스를 찾아 일행 모두 올랐을 땐 많은 시간이 흘렀다.

오후 3시까지 어리목에 가야 입산이 허용되는데 시간이 아슬 아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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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목에 도착했을땐

이미 입산 허용시각이 15분이나 지났다.

 

그러나 다행히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은 융통성이 있는 분이다.

멀고 먼 외지에 온 사람들임을 감안해서인지 입산을 허용한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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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목을 출발하여 숲에 든다.

한라산의 밀림속은 습한 운무에 휩싸여 있다.

그래도 숲에 드니 숨통이 트이는것 같다.

5시간  뱃길의 지루함에서 해방된 느낌이 상쾌하다.

 

고도를 높일수록

안개가 물러가며 햇살이 내려 비치자

나의 아내 초록잎새가 초록잎새를 보며 연신 감탄사를 쏟아낸다.

여린 새순의 초목이 빛어내는 연두빛이 햇살에 비칠때 그 찬란함이 앗찔하다. 

숲속은 온통 신선함과 아름다움으로

그간 우울함과 칙칙함에 물든 나의 어둔 마음을 어느새 몰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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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실에서 시작해

어리목으로 내려서는 등산객들은 비를 맞았나 보다.

모두 비옷 차림으로 후줄근해 보인다.

 

산행초반 금방이라도

후두둑 쏟아질것 처럼 잔뜩 찌푸렸던 하늘이

밀림의 원시림을 벗어나는 수목 한계선을 지나고 나자

언제 그랬나는 듯 활짝 개이고 파아란 잉크빛 맑은 하늘을 선 보인다.

 

사제비 동산을 넘으며

넓다란 고지대 평원이 이국의 풍광처럼 아름답다.

군데 군데 피어올린 철쭉이 곱고 청아한 목소리의 노고지리 노래가 정겹다.

발 아래 넘실대는 운무가 장관이고 맑은 하늘이 시리도록 파아란 색깔이 넘~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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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세오름을 얼마 앞두고

한라 정상의 암릉이 눈에 들어온다.

풍치 좋은 곳이니 쉬어가며 감상하라 만들어 준 길 옆 원목테크의

쉼터에 이르러 베낭을 벗어놓고 휴식에 들며 꽁꽁 얼린 맥주를 꺼낸다.

살얼음 동동 뜬 맥주 한잔이

그간 답답했던 가슴과 맥힌 속을 시원히 뚫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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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광에 취해

발이 묶인 우린 시원한 맥주와 간식으로

망중한을 즐기는 사이 뭐 얻어 먹을것 있나 찾아든 까마귀 한마리가

겁없이 달려들어 지척에서 우릴 내려다 본다.

 

한겨울 눈 쌓일땐

진짜로 겁대가리 없이 달겨들며

먹을거 달라 지저대는 녀석들이 오늘은 제법 얌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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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도착한 윗세오름 1743 M....

한라 정상이 1950 M 이니 207 미터만 더 오르면 정상이나

그곳을 향한 등로는 금지구간이다.

내 생전  북벽을 타고 올라 정상을 한번 밟아볼 날이 있으련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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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실을 향한 내림길로 발길을 옮긴다.

고원의 평원엔 제법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반팔차림의 팔뚝위로 오소소 돋는 소름이 오히려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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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고원을 향해

저지대에서 올라오는 운무가

한폭의 그림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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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에 뒤돌아 보니

파아란 하늘 아래 한라산 정상이 오롯이 그자릴 지키고 있다.

내 언제 다시 이곳을 오게 될까 ?

 

절정일거란 철쭉이

아쉽게 아직 꽃을 피우려면 멀었다.

고원의 평원은 이제 막 봄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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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낮춰

영실기암 가까이 이르자

여기 저기 꽃망울을 터트린 철쭉이

선명한 빛깔로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몇 발짝 내려온것 뿐이데

계절이 확연히 구분 된다

이곳은 봄의 향연이 펼처진 천상화원으로 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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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오신듯한

어느님이 내려서며 한마디 한다.

 

우리 동네 산에 오르면

봉긋이 솟은 저것들이 다 왕릉인데 여기선 오름이라꼬  하데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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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바위와 영실기암도 멋지지만

선홍빛 철쭉의 색감이 넘~넘~ 이쁘다.

몇 걸음 가다 멈추고 몇 걸음 가다 멈추고....

내림길의 멋진 풍광에 발목이 잡혀 지체 된다.

 


    (무엇을 닮았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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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잎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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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림길 내내 황홀한 풍광을

디카에 쓸어 담는랴 정신이 없는 나와 다르게

함께 걷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은 버려진 양심을 쓸어 담느랴 정신이 없으시다.

 

내 눈엔 등로가 다 깔끔하고 깨끗한데

용케도 그분은 숨어 있는 휴지며 빈 생수통과 캔등을 잘도 찾아 내신다.

그넘들 버릴려면 잘 보이는곳에 버리지..

 

은폐와 엄호속에

꽁꽁 숨겨놓은 버려진 양심을

수거하시는 그분이 참으로 아름답다.

그저 풍광에 취해 마냥 좋기만 한 내가 고연시리 죄송스럽다.

저런일은 한창 젊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인데....


 

    (버려진 양심을 수거하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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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광 좋은곳 아껴가며 걸어도

이내 발걸음은 영실 휴게소에 이른다.

이곳에서 매표소까지는 택시만 운행하고 대형버스는 운행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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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 내려서는

아스팔트 도로는 그러나 다행히 견주로를 원목으로 깔았다.

원목테크를 밝고 걸어 내려가는 맛이 괜찮다.

도로 옆으론 울울창창 한라산의 원시림이라 산책코스론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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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실 매표소 주차장에 도착하며

한라산 첫날의 여정을 무사히 끝냈다.

 

걱정스럽던 무릅도 

빼어난 풍광에 아픔을 잊었는지 ?

그런대로 견딜만하여 내일도 크게 걱정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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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는 귀로에

제주의 신선한 회에 간단한 술 안주로 피로를 푼다.

 

그러나 소문과 달리

제주의 해녀촌은 두번 올곳이 못될 정도로

맛은 좋으나 양이 넘 얄팍하고 인심 또한 팍팍하여 서운함이 들었다.


 

    (해녀촌에서 즐거운 한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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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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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숙소에서

늦은 저녁을 들고 그냥 헤어짐이 서운한 생각에

산우들을 우리방으로 불러 피티병 맥주 한잔으로 오늘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다음편으로....

 

 

출처 : 산장나눔터
글쓴이 : 산찾사(이용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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