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이 떨궈 놓은 견두산.천마산
산행지 : 견두산(774m) 천마산(656m)
산행일 : 2009년 3월 17일 화요일
산행코스 : 밤재~견두산~천마산~고산터널
-후기-
이틀전 동아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이번엔 평소 함께 달리고 싶던 아내와
천천히 그야말로 즐달 슬로우 모드로...
그래도 평소 그 버릇이 어디 가나 ?
최대한 천천히 달린다 해도 좀 빨라나 보다.
작년 3시간 56분의 아내 기록을 단축해 주려 페메를 자청했는데
결국은 나와 달리는 바람에 초반 오바 페이스를 한 마눌이 중반이후 힘겨운
레이스를 펼치며 4시간 00분 40초의 기록으로 서브4도 못한 저조한 기록으로 동마를 끝냈다.
기록은 만족을 못했어도
내가 함께 달려준게 행복하고 좋았나 보다
입으론 나 땜시 대회 망쳤다 불평을 늘어놔도
입가에 미소는 떠나질 않는다.
함께 달린 덕분에 우리 둘만의 멋진 사진도 한장 건졌다.
욕심만으로 달렸다면
아마 내 다리가 성치 않을텐데 아주 편안하다.
마침 화요일이 쉬는날이라 예전부터 맘에 두고 있던
양산의 토곡산을 가려 집을 나섰다.
(동마에서 아내와)
이른아침 거리엔
등산 버스를 기다리는 산꾼들은 참 많다.
그런데 어쩐일인지 우리 버스로 올라오는 산꾼은 없다.
죄다 섬진강변을 향하는 꽃놀이 행락객인가 ?
불안스런 마음은 현실이 된다.
대전 나들목을 앞두고 대형버스엔 겨우 9명....
기름값도 안 나오는
머나먼 거리를 그냥 가자고 할 수 없다.
결국은 모두 내려 버스를 돌려 보낸 후 이왕 나선길
다른 산악회를 따라 가기로 했는데 모두들 광양 다압마을 쫓비산이나
사성대를 품고 있는 오산 둔주리봉으로 가는 버스다.
이미 가본곳 이기니 하나 더 마음에 안드는 수 많은 인파가 싫어 발길을 돌린다.
그때 스르르 다가서는 안내 산악회...
견두산.천마산을 간다고 써있다.
거기가 어디지 ?
저 버스나 올라 타고 하루 소일 하자 다가서는데
임대장님이 버스에서 내려 나를 보더니 반색을 한다.
"산찾사님 이게 얼마만여~?"
"꼬옥 일년만에 보는구먼유~!"
가는길 심심찮게
직장선배님 부부도 만났고.
임대장과 송대장님도 반겨주니 가는길 외롭지 않다.
남원을 지나 버스는 산행 들머리에 우릴 내려 놓는다.
나눠준 개념도를 처다보니 밤재가 산행 들머리다.
밤재라면 ?
지리능선이 꿈틀대며 한번 치켜올린 만복대가
가지친 능선으로 다름재에서 숙성치를 거처 이어진 능선이
섬진강변으로 가라 앉으며 그 맥을 다하는 능선중 일부의 산을 오르는게 분명하다.
밤재의 산행들머리에 세워진
등산로 안내도를 처다보니 아주 자세한 개념도가 오늘 산행의 밑그림을 확실하게 그려준다.
(밤재에 세워진 등산 안내도 입간판)
(밤재 산행 들머리)
(밤재로 향하는 시멘트 도로)
19번 도로에 내려
시멘트 소도로를 오르다 숲을 향해
얼마 오르면 이내 조망 좋은 넓직한 공터가 반겨주는데
이곳이 만복대에서 부터 이어진 능선상 고갯마루인 밤재로 본격적인 능선산행의 출발지다.
(밤재의 전경)
(밤재에서 내려다 본 19번 도로와 산의 연능)
(진달래숲 오솔길)
(울창한 솔숲 오솔길)
(등로 곳곳의 길 이정표)
밤재에서 시작된 등로는
아주 완만한 전형적인 육산이다.
오솔길 양편의 소나무가 울창하고 깔아놓은 솔잎은
부드러운 양탄자 보다 더 보드랍게 발을 감싼다.
정말이지
환상적인 오솔길 산책로다.
이런길을 언제만에 걸어본 건지.....
솔숲 오솔길이 모처럼 벗겨질때면
어김없는 진달래 군락이 길 양편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곳은 진달래가 활짝핀 날 다시 찾아 산책하면 더욱 좋으리라.
이른 아침 산행을 시작하면
대략 30 km의 장거리도 아주 쉽고 편안하게 하룻만에
완주할 수 있을것 같기에 언젠가는 꼬옥 다시 찾아 오리라 맘을 먹는다.
다시 찾아 오게 되면
피아골에서 올라 노고단 산장에서 하루 잠을 자고
다음날 새벽 길을 나서 만복대에서 일출을 보고 월암까지
능선 산행을 이어간다면 1박2일의 환상적인 종주 산행이 될 터이다.
솔숲 오솔길 중간...
산동면 산악인들이 조성한 자귀나무 쉼터의
나무토막 의자에 잠깐 엉덩이를 내려 잠시 쉬었다 길을 나선다.
오늘처럼
이런 솔숲 오솔길은 빨리 걷기가 아깝다.
쉬엄쉬엄 걷는 나를 향해 앞선 여인이 뭔가를 건넨다.
혼자 먹기 미안했나
오이 반토막을 건넨다.
주둥아리에서 튀어나오는 괞찮은데요란 말과 반대로
낼름 손목가지가 그녀가 건넨 오이를 나꿔챈다.
한입 베어문 입안 가득
오이 향이 갈증을 삭히며 오감을 만족시킨다.
역시
먹는건 얻어 먹는게 한결 더 맛나다.
오르락 내리락
완만한 솔숲 오솔길이 문득 벗어지며
일망무제의 조망처 암릉이 앞을 막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은
봄날의 불청객 황사님이 납시었다.
오늘 오전까지 황사가 짙을거란 일기예보가 빗나가면 좋으련만...
옅은 황사와 함께
뿌연 개스에 가린 조망이 시원찮다.
깨끗한 날이면 아마도 지리의 서북능선이 한눈에 잡힐거라 짐작된다.
밤재에서 4km 를 걸어 견두산 정상에 선다.
왜 이름이 견두여~?
개 대가린가 ?
함께 줄곳 산행을 한 선배님은 알고 있었던 듯
그말이 맞단다.
개 대가리 견두산....
이름 참 특이하다.
후에 알아보니 곡성방면에서 바라보면
영락없은 개 대가리라 얻어진 이름이란다.
견두산은 한때 야생 들개들이 많아
그 피해를 줄여보고자 호석을 세우고 호두산이라 불렸다는데
그 이후 들개들이 싸~악 사라졌다는 믿거나 말거나의 전설을 품고 있다.
(견두산 정상)
견두산 정상에서
선배부부와 점심을 들고 산행을 이어간다.
천천히 쉬엄 쉬엄...
가는 도중 돌탑이 쌓인
공터가 보이는데 이정표가 이곳이 망루터라 알려준다.
이왕이면 망루터에 대한 간단한 해설판 하나 세워놓음 좋으련만....
(망루터)
꽃피는 춘삼월이다.
여기저기 야생화가 수줍게 고개를 내민다.
아직은 차거운 바람 속에서도
가냘프지만 생명의 몸짓을 시작하는 존재들이다.
거역할 수 없는 생명의 순환과 우주의 조화를 담아내고 있는 작은 꽃들 야생화....
저 어여쁜 꽃 이름은 뭘까 ?
생긴 모습은 구슬붕이를 닮았는데....
오늘 함께
양산의 토곡산을 가려던 샘터님이 계셨다면
단번에 알아볼텐데 아쉽다.
그녀는 생긴 모습처럼 조용조용하고 차분한 야생화 박사님이기에...
(천마산 정상의 풍광들)
천마산 정상을 내려
산행 들머리가 가까워 올쯤
시그널을 들고 있는 선두대장 임대장님을 만난다.
분명 개념도엔 들머리가 천마터널로 돼 있는데
내려가 보니 고산 터널였다며 천마터널로 향한 내림길을 찾아
도로 올라와 가다보니 깃대봉으로 가는길 같다며 되돌아 오는 중이란다.
결국
둔산치까지 함께 되돌아 내려와
고산터널로 내려 하산을 끝낸다.
개념도의 천마터널은 잘못된 표기다
현지엔 그게 고산터널이다.
덕분에 솔숲 오솔길을 더 걸을 수 있어 난 더 좋았다.
(천마산을 내려서는 등로옆 버섯 재배지)
(개통한지 얼마 안돼 보이는 고산터널)
가고 싶었던 양산의 토곡산 대신
얼떨결에 따라가게 된 지리의 곁가지 능선자락 견두산 천마산은
유순한 육산의 등로에 솔나무 우거진 오솔길이라 어린애나 노약자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진달래 곱게 피어 올릴때
그곳은 정말 좋은 환상적인 산행이 되리라 생각되어
그때쯤이면 다시 한번 걷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나는 산행지를 알게됨에
오늘 산행이 그런대로 만족스런 하루가 된것 같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