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설악 1박2일 산우들과의 어우러짐이 좋았다.

산 찾 사 2008. 12. 2. 15:45

산행한날 : 2008년 11월 29~30일

산행코스 : 설악산 흘림골

함께한님 : 산찾사, 초록잎새, 바커스, 빨간장미, 큰곰, 비너스, 데이비드송, 핑크공주, 겨우달려, 행복쟁이, 들뢰즈, 너른숲

 

창신대학 문예창작과

겸임교수인 표 성흠 시인의

무례한 놈이 산에 오르면 이란 시 입니다.

 

산은 어머니 같기도 아버지 같기도 하다.

때로 수줍기도 하고 성도 잘 낸다.

 

해맑은 아침해 머리에 이고 

벗은 알몸으로 다가오는가 하면


비바람 몰아쳐 안면몰수하기도 하고

무례한 놈이 산에 오르면 혼내주기도 한다.


산은 때로 젖물같은 샘물을 샘솟게 하는가 하면

목마른 갈증으로 아가리를 벌리고 선

캄캄한 절벽으로 솟아 길을 막는다. 


산은 돌아가라 돌아가라 타이르고

인간은 꼭 정복하겠다 정복하겠다 한다.


산과 인간은 어버이와 자식 같아서

이기고 지고의 관계가 아니면서도 승부를 걸려고 한다.


무례한 놈은 '야호' 큰 소리 치며 산을 정복했다고 한다.


산은 넘어야 할 고지가 아니라 자신의 일부이며

돌아가야 할 고향이다.

 

그곳이 모태이기 때문에 

어떤 후레자식이 자신의 모태에다가 기를 꽂으며

어떤 망나니가 자신의 어버이의 이마에다가 침을 뱉더냐?


산과 인간은 혈연이기에 서로 찾고 반기지만

무례한 놈이 산에 오르면 산은 운다.

 

산은 자신의 일부이며

돌아가야 할 고향이라 시인은 말 함니다.

그런 산을 인연으로 맺은 산우들이 정과 사랑을 나누는 공간....

 

그런 나눔의 터가 되고자

출발했던 산장 나눔터가 한때의 위기를 넘겨

새롭게 신장개업하여 산장 나눔터란 공간을 다시 엽니다.

 

늦은 밤까지

뜻을 함께 하는 산우들과 조촐한 자리를 끝낸후

다음날 산장 나눔터의 첫 산행지 설악산을 향해 이른 아침 길을 나섭니다.

 

       (28일 산장나눔터 신장개업식 모습)

 

머나먼 설악을 향해

달리는 차창으로 겨울비가 나립니다.

오전 한때 비 오후 맑게 개임이란 일기예보만 믿고

열심히 달려 도착한 한계령은 지금껏 포근했던 기온과 천지차이로

매서운 칼바람을 동반한 한겨울 동토의 땅임니다.

 

꾸무럭 거리다 늦게 도착한 한계령은

이미 점심때가 지난 뒤라 바람을 피해 휴게소에서

뜨끈한 어묵과 가저온 도시락으로 먼저 배를 불립니다.

 

   (한계령의 풍광)

 

 


배를 불렸으니 이젠 산에 들어야 하는데

칼바람에 파고드는 추위가 장난이 아님니다.

산과 인간은 하나이기에 무례한놈이 산에 들면 혼내기 전 먼저 운다더니

아마도 못된 심성의 나를 혼쭐 내주려 설악은 저리도 몸서리치게 몸을 떨며 서럽게 우나 봅니다.

 

우메한 나를 믿고 따라온

심성고운 산우들만 믿고 흘림골 입구에 들어서려 하는데

쌓인 눈들을 바라보니 주전골로 계속 내려가는 것보다 아래서 올라오는게

안전상 더 낳을것 같고 해가 짧은 겨울임을 감안한다면 서운해도 오색의 오름길을 포기하고

짧게 끊어 용소골을 들머리로 정함니다. 

 

용소골 주차장에 차를 주차후

매표소앞을 지나는데 관리소에서 사람이 삐끔 얼굴을 내밀고

주차비를 요구함니다.

이런~!!!

주차비는 생각도 못했는데 한대당 오천냥씩 일만냥을 뜯깁니다.

지난 여름엔 그냥 통과 햇던걸로 기억하는데 참으로 아깝습니다.

 


 


 


계곡으로 들어서자

몸이 쓸릴정도로 불어오던 칼바람이 잦아들더니

이내 온화한 기온에 몸이 반응하며 추위에 혼미했던 정신이 돌아오자

이내 황홀한 선경들이 비로소 눈에 들어옵니다.

역시

착하고 선량한 우리 산우님들 덕을 오늘 톡톡히 봅니다. 

 

   (용소폭포)


 


 


 


 

 
 


 



 


 


계곡길은 이내

오색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 주전골과 이어짐니다.

뜻밖의 한겨울 눈꽃세상과 만난 우리의 산우들 모두 동심이 되었습니다.

 

눈처럼 깨끗한 

동심으로 돌아간 덩치큰 아이들이 내지르는

감탄과 탄성이 어우러진 웃음들이 계곡을 울리고 내 마음을 울림니다.

 

그간에 어지럽던 정신세계가

산중의 고요함과 순수함에 정화된 느낌임니다.

 

이순간만은

미움도 원망도 절망도 다 잊어 버렸습니다.

다 잊어 버렸으니 이해와 용서 화해도 필요 없겠지요.

그저 저 하이얀 눈처럼 깨끗해진 내 마음 속을 새로운 그림으로 채우면 될뿐....

 


 


 


 


 

 
 
 

수마가 핡키고 간 상처로

험악하게 변해버린 계곡을 하이얀 눈이 덮어 상처를 가렸습니다.

예전 등로의 모습을 이젠 볼 수 없고 정다웠던 그 오솔길은 이제 철계단이 대신함니다.

 

그러나

양 협곡 하늘을 찌를 듯 가파르게 솟아오른 암봉들은

여전히 그자리에 남아 예전의 그 미색을 자랑하며 우리를 반겨줍니다.

 

누군가 말 함니다.

중국의 황산보다 여기 설악의 한자락이 훨~ 좋다고... 


 

 

 

 


 


 


 

너른숲님과 들뢰즈가 뒤에 처저 오름니다.

아마도 펼처진 풍광에 발목이 꽁꽁 잽혔나 봅니다.

짧아진 산행거리인 만큼 오늘은 날머리가 가까워 옴이 달갑지 않습니다.

최대한 시간을 늦추며 먹으로 그려넣은 듯 아름다운 동양 산수화를 감상함니다.

 

앞서가는 님의 뒤를 따르며

소나무를 흔들고 도망치는 장난에 까르르 웃음이 흐른 뒤

아예 그 나무 아래의 비너스 부부는 스스로 그 장면을 연출함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님들의 모습임니다.

 

산과 인간은 하나이기에

아름다운 산에 들면 사람도 또한 그만큼 아름다워 지는가 봅니다.  


 (비너스님과 큰곰님)
 
 

 

 


 

 

 

 

 

 

 

말없이 걷던 여인들이 

한꺼번에 탄성들을 쏟아냄니다.

그 여인들의 시선을 따라 올려다 보니

눈 덮힌 침봉사이로 시리도록 파아란 하늘이 열렸습니다.

순간

파아란 마음이 하나가득 가슴에 들어 찹니다.

 

하늘도 그아래 산도 땅을 딛고 선 사람도 하나가 됩니다.

그 하나가 된 어우러짐이 아름답습니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산사에 울려퍼진 여인들의 탄성)


 (침봉사이로 열린 파아란 하늘) 

 

 

설악의 흘림골

마지막 여정인 등선대를 오름니다.

예전 올라서기 까탈스런 암릉을 이젠 누구나 오르기 좋게 계단이 설치됐습니다.

 

등선대 정상에 서자

좁아터진 마음이 담기엔 선경들이 너무도 황홀함니다.

설악과 마주한 망대암산과 점봉산이 지척에 있으며 몸을 돌리면 

서북능선이 힘을 다해 올린 마지막 비경 안산부터 이어진 능선이 대청봉까지 파노라마로 펼처짐니다. 

 

 (등선대에서 바라본 풍광들)


 

 

 

 

 

 

 


등선대의 선경은 그러나

살을 에이는 듯 강풍을 견디는

혹독한 댓가를 치뤄야 볼 수가 있습니다.

 

몇몇의 산우는 그 고통에 굴복해

얼른 내림길을 택하고 몇몇은 그런대로 견디다 끝내 발길을 돌리건만

너른숲님과 들뢰즈 겨우달려는 오들오들 떨면서도 미련을 못 버리고 버티고 섰습니다.

그 정성이 갸륵했던지

신통방통하게도 그렇게 몰아치던 바람이 일순 잠잠해 짐니다.

착하고 어진 그님들 덕에 나도 덩달아 그 아름다운 선경을 더 많이 볼수가 있었습니다.
 


등선대를 내려 흘림골로 향함니다.

예전 20년간 금단의 땅이던 남설악 흘림골을 개방하던날

사무소 산우들을 데리고 찾았던 그날 이곳 흘림골 명물인 여신폭포의 기억이 선명함니다.

그러나 여신폭포의 그 진면목은 쌓인 눈발이 수줍고 부끄러운 그 부분(?)을 살짝 가려줘 살짝 서운함이 듭니다.

 

 (여신폭포 전경)


여신폭포(女身瀑布), 여심폭포(女深瀑布), 선녀폭포(仙女瀑布)등
많은 이름을 가진 이 폭포는. 옛날 선녀탕에서 목욕을 하다 천의를 잃은 선녀가 

등천을 못한 채 주전골 만불동을 넘어 이곳에서 나신(裸身)의 폭포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예전 처음 찾아을때 담아온 여신폭포의 모습임니다. 


 
 

 

 

 

흘림골을 벗어나며 산행을 끝냄니다.

오늘 비록 짧은 산행였지만 아름다운 풍광에 모두들 흡족해 함니다.

 

겨울의 짧은 한낮은 이내 어둠에 잠김니다.

귀로에 동명항을 찾아 회를 떠 숙소로 정한 파인콘도를 들어섭니다.

 

 (어둠에 잠긴 동명항)


25평 콘도의 숙소에서

회와 매운탕 그리고 각종 먹거리로 풍성한 밤을 맞이 함니다.

이슬이가 무수히 쓰러지고....

뚱땡이(피티병 맥주)와 막걸리 진도의 명품 홍주까지 나자빠 진 후

우린 콘도 숙소내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김니다.

 

노래방....

말 못함니다.

그날을 생각하면 쑥쓰런 웃음만....

 

내가 왜 그랬는지 나도 모름니다.

당신은 또 왜 그랬는지도 모름니다.

그저 서로 편안하니 모든 허물을 덮어 줄 수 있는 산우라 그랬겟지요...

 

생전 처음

내 모든걸 다 던저놓고 편안하게 한번 놀아봣습니다.

아마도 울 마눌 초록이는 니 평소 노래방 싫다카더니 순전히 설레발였네 할겁니다.

ㅋㅋㅋㅋㅋ

 


 (숙소에서 바라본 상봉과 신선봉)

 (화암사에서 바라본 수암)

 (미시령에서 내려다 본 풍광) 

 

 (미시령 휴게소 전경) 

 

다음날 서둘러 계획한 일정에 듭니다.

 

그런데 우째 이런일이~!!!

 

예전 화암사에서 신선암을 오르는 등로는

설악산 국립공원에 포함되지 않아 경방기간에도 오를 수 있던

산행지였기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화암사 산행들머리 입구에 뻘건 모자가 버티고 있습니다.

 

국립공원과 별개로

산림청에서 나왔다 함니다.

공휴일이라 20여명이 여기저기서 단속하며 입산료 20만냥을 요구함니다.

 

띨띨한 산행대장으로 인해 하루가 망가짐니다.

그냥 귀로 듭니다.

돌아오는길 횡성에 들려 메밀국수로 점심을 먹습니다.

예정보다 일찍 대전으로 돌아왔습니다.

헛되게 보낸 귀한 하루를

너그럽게 이해해 주신 회원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림니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