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스크랩] 은빛 물결 화왕산

산 찾 사 2008. 10. 5. 00:09
산행지 : 창녕 화왕산
 
산행일 : 2008년 10월 03일 (금요일)
 
누구랑 : 산찾사.초록잎새.큰곰님.비너스님.데이비드송님.핑크공주님. 짱님.바람소리님.
 
이동경로 : 창녕시내~자하곡 매표소~ 제2코스~전망대 팔각정~배바위~서문~동문~허준 촬영세트장
              ~동문~화왕산 정상~도성암 갈림길~목마산성~고분군~창녕시내
 
 
  (산행지도)


바람에 하늘 하늘
흔들리는 은빛물결에 뭍히고 싶었다.
맑고 청아한 가을하늘 따사로운 햇살이 비칠때면 마치
흰 소금을 뿌려놓은 듯 수십만평 화왕산성 분지는 아마도 별천지가 되리라....
 
아주 오래전부터
시월의 첫주만 되면 내맘은 그곳을 향한다.
이젠 예전같지 않게 오가는 시간은 중부내륙 고속국도 개통으로
그곳을 향한 길은 이제 한결 쉽게 다녀올 수 있는 산행지가 됐다.
 
사노라면
이런저런 부대낌중에
믿고 아끼던 사람으로 부터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때가
가장 세상살이에 염증이 나고 그래서 모든게 구차해 지고
만사가 시들해 지면서 지독한 외로움을 타게 된다.
 
그래 그랬나 ?
가을 소슬바람에 부대끼는 으악새 슬피우는
산정에 푸욱 파뭍혀 한정없이 걷고 싶은맘에 화왕산을 향한다.
가는길엔 
주주 마라톤 클럽 구슬땀 동지 몇명이 함께 했다.
 
  (대전 나들목의 조형물)


성주휴게소에 한번 들려
창녕시가지를 벗어나 자하곡 매표소를 들어서자
차량들이 길게 이어지며 지체가 되는데 세상사람들 다 화왕산에 몰렸나 보다.
 
주차장입구엔 만차로 들어서지도 못하고
차를 돌리는데 마땅히 주차할 공간이 없어 시내 진입로까지 내려와
도로옆에 차를 주차후 매표소를 향해 걷는데 도로는 온통 그곳을 향한 등산인 물결이다.
 
여유적적 걸으며
가을의 정취에 흠씬 젖어 보려 했는데....
 
소란과 복잡스럼을 하루종일 견뎌야 하는
하루가 될것 같다란 예감에 나의 발걸음은 흥을 잃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자하곡으로 직등하는 길을 버리고 

전망대를 향한 능선을 향한 숲속에 들자 그 많던 사람들 모습이 사라졌다.

 

창녕시내가 훤히 내려다 뵈는

팔각정 전망대에 도착해 땀을 식히며

이른아침 길을 나선통에 허술한 위장에 과일과 빵을 밀어 넣는다.

 

어여쁜 마나님들을 먼저 보낸후

매표소 입구에 늘어선 포장마차에서 탁배기 한잔씩 들이키고

뒤늦게 쫓아 올라온 세 남정네들 한결같이 안주로 먹은 고추가 을매나 매웠던지

입이 얼얼하고 속이 쓰리다 투털댄다.

처음 맛볼땐 달짝지근 했는데

그 뒤의 맛이 보통 매운게 아녔다며....


   (전망대의 휴식)

 

전망대를 뒤로

암릉길이 시작된다.

암릉의 등로옆으로 척박한 환경속에

뿌리를 내려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소나무가 아름답다.

 

오늘은 쉬엄쉬엄 웰빙산행이다.

조금 올라서다 쉬면서 배 하나 깍아 먹고

또 조금 올라서다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사진 찍으며

희희낙낙 정담으로 세월을 낚는다.

 

 

 

 

 

 

 

 

 

 

 

 

 

 

 

한발 두발 걷는

사람의 발걸음이 무섭다.

아주 천천히 걸으며 온갖 해찰 다 부려도

이내 우리는 억새가 나부키는 화왕산성 분지의 너른 평원을 지척에 둔 배바위에 닿는다.

 

 

하늘거리는 억새 군락을 만나자

핑크공주님의 들뜬 목소리가 제일 먼저 반응한다.

 

어머나 세상에~!!!

20년전 신혼여행때 제주의 억새밭 이후 이런 풍경 처음인데~

어쩜 좋아~!

 

아름다운 비너스님은

힘겨운 오름길의 보답이 황홀하다며 흡족한 미소를 날리고,

별 감정표현이 없을것 같던 큰 곰탱이님 가슴이 뻥 뚫린것 같다며 허허 웃음짓는다.

 

 

배바위를 내려 헬기장 한가운데 앉아 자리를 편다.

오만가지 맛좋은 찬과 준비한 쌈으로 점심을 먹는데 주님을 안 모실순 없는법....

단숨에 들이킨 시원하게 얼려온 맥주가 오장육부를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식사를 끝낸후

헬기장에서 동문을 향한 소로길로 접어든다.

기존 등로와 달리 소로길은 억새에 완전 뭍혔으나 길은 뚜렷하다.

 

내려서다

억새는 역광에 봐야 제 멋을 알 수 있으니 뒤 돌아보라 하니

모두들 시선을 뒤로 돌리는 동시에 한결같은 탄성들이 울려 퍼진다.

 

우와~!!!

 

아직은 때 이른감이 있으나

역광에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된 억새의 은빛물결이 장관이다.  

 


 


 


 


서문의 환장고개에 이르자

고소한 기름냄새가 진동을 한다.

예전 장사꾼들 정리는 많이 했다하나 오늘은 예전 못지 않는것 같다.

 

억새를 잘라낸 자리에 

돗자리를 깔고 빈대떡 지짐에

술을 파는 장사와 행락객이 범벅이 되어 혼란스럽다.

 

먼저 내려선 초록잎새는 어느새

그 혼잡스럼을 비집고 아이스 크림을 사와 산우들 입에 물린다.

아이스크림은 같은 아이스크림인데 오라지게 비싸 그런지

아님 별스런곳에서 먹는거라 그런지

달콤함이 더욱 더 각별하다.

 

 

서문에서 동문을 향한 억새밭을 가로질러 걷는다.

연못을 지나고 창녕조씨 시조비를 거처 동문을 통과해 영화촬영 세트장을 찾았다.

연속극의 장면 하나 하나가 그림이 되고 예술이 되던 풍광들은

그러나 고도의 눈속임인지 ?

실제의 촬영세트장은 정말 볼품없는 폐건물이다.

 


가을 햇쌀이 따갑다.

촬영세트장 뒤의 능선을 올라 화왕산 정상을 가려다

따가운 햇살을 피해 그냥 왔던길 임도를 거슬러 올라 동문으로 되돌아 왔다.

동문을 향하며

바라본 배바위는 멀리서 보니 천상 배 한척의 모습이다.
 

 


동문의 성벽을 타고 정상을 향한다.

새로 축조된 성벽이 끝나며 등로가 가팔라 진다.

정상을 향한 억새밭은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일렁인다.

순간 눈이 황홀해 진다.

 

 
 
 
 
 
 
화왕산 정상에 이른다.
정상은 수많은 인파의 정상비 쟁탈전으로  아우성이다.
길게 이어진 인파가 지루한 기다림을 감수하며 정상정복의
증명사진을 남겨야 하는 이유는 뭘까 궁금해 진다.
나도 한때 저런때가 있었나 ?

정상비를 넘어 내림길을 향한다.
화왕산성 분지의 억새군락지를 돌며 땡볕에 노출된 양팔과 얼굴의 화끈거림을
시원한 소슬바람에 실려온 향긋한 솔향과 솔숲의 짙은 그늘이 식혀주고 달래준다.
발끝에 닿는 오솔길의 푹신한 흙길이 아주 반갑다.
 
내림길은 외길로 이어지다
도성암으로 향한 뚜렷한 길과 약간 희미한 길로 갈린다.
우린 희미한 우측의 길로 들어 길게 이어지는 능선을 타고 내린다.
 


 
솔숲 오솔길의 완만한 내림길은
목마산성을 지나며 약간 급경사로 이어지다 평정을 찾을쯤엔
둥그스런 곡선미를 들어낸 가야 고분군으로 내려서며 오늘 산행을 끝낸다. 
 

 
 
산행을 끝내고
창녕박물관에 들려 급한 용무를 해결한다.
우포늪을 들릴까 하다 짧아진 하루해를 감안 그냥 귀로에 든다.
 
김천을 지날쯤
황악산 연능을 넘기는 노을빛이 아름답다.

마지막 헤어짐이 아쉬운 우린
설혹 가벼운 주머니 사정이라도 항상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대박구이에 들려 마지막 정을 나누며 하루를 접는다.
 
 

함께 하신 산우님께 감사드립니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

출처 : 산행.여행의 나눔터
글쓴이 : null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