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꺽여버린 천성장마 종주
산행일 : 2008년 7월 11일 금요일
산행지 : 천태산~대성산
누구랑 : 사무소 마라톤 회원 5명
마른장마에 폭염의 나날이 짜증난다.
이런날 마라톤 연습은 엄두도 낼수 없어 전부터
사무소 마라톤 회원님들 요청으로 계획된 천태산~대성산~장용산~마성산을 잇는
일명 천성장마 종주 지구력 함양을 위한 산행에 길잡이로 나섰다.
이른 아침에 회원님들을 만나
대전역 근처의 음식점에서 해장국으로 속을 채운 후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싣고 천성장마 종주의 대장정에 발을 내 디뎠는데....
(대전역)
이런~!!!
이원에 정차로 알고있던 열차가 그냥 통과한다.
마라톤 동우회 총무를 맡은 병일이가 열차검색을 잘못했나 보다.
영동까지 가면서
니 기관사 맞냐~? 로 시작되는 동료들의
지청구를 먹은 병일이 어색한 미소로 어물쩡 넘어가는건 그렇다 치고
개인택시를 하는 상돈이 고향 선배가 이원역에서 우릴 기다린다니 참으로 난감하다.
할수있나
핸폰으로 전후사정을 말씀드려 사과를 드릴수 밖에...
영동에 도착후
정원 초과라 윗돈을 언저주며 택시 한대로 천태산을 향한다.
(산행 들머리 천태산 주차장)
천태산 주차장에 도착하자
해는 벌써 중천이고 날은 후덥지근 하다.
이른새벽 시원할때 시작하려던 산행이 많이 지체됐다.
영국사로 향하는 오솔길에 들어서자 길옆 암반에 낼름 올라 앉아 있는
두껍이가 먼저 우릴 반겨준다.
영국사로 향한 계곡중
제일 풍광이 좋은 삼단폭포는 가뭄으로 인해 물이 말랐다.
졸졸졸 겨우 흘러 내리는 물줄기가 답답하다.
무당 당집을 연상시키는
시그널이 잔뜩 메달려있는 둔덕을 넘는다.
산행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등줄기가 흥건한게 찝찝하다.
이래서 오늘 완주나 할수 있을지 ???
영국사의 은행나무는
수백년의 수령만큼 자태가 자못 웅장하다.
가까이 다가가 올려다 보니 올핸 은행알도 다닥다닥 많이도 메달고 있다.
영국사 옆으로
미루나무가 시원스레 뻗어 올라간 사이로
누렁소 두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농가의 모습이 평화로와
더위와 함께 계획에서 빗나간 늦은 산행에 은근히 솟아나기 시작한
부아가 꼬리를 내리고...
이내 나의 마음엔 고요가 찾아든다.
초반
짧은 오솔길이 끝나며 암반의 대슬랩이 이어진다.
처음 이산을 찾은 만수와 흥식형님이 신났다.
참 이쁜산 찾아 왔다고...
(무슨 바위~?)
천태산 정상에 올랐다.
방명록을 꺼네어 보니 그간 올라온 사람들이 없다.
아침부터 찌기 시작하는 더위에 온몸이 흥건하다.
간단한 간식후 대성산을 향한다.
(정면으로 보이는 서대산)
대성산을 향한 내림길에 들어선 얼마후
어째 방향이 이상한 느낌에 베낭속 나침반을 꺼내어 확인하니
이런~!!
우리가 가야 할 방향과 반대다.
지난번 너른숲님과 종주할때 실수를 또....
왔던길 도로 올라가다
우리가 진행할 능선을 향해 산사면을 트래바스 한다.
미끄럽고 잡목이 우거진 숲길을 헤처가느랴 모두들 힘겨워 한다.
그래도 누구하나 원망하는이 없다.
요것도 인내력 훈련이라나 뭐라나....
(철 모르고 피어난 철쭉)
정상적인 등로를 찾아 내리자
시원스런 조망과 함께 이마에 흐른땀을 식혀주는
서늘한 한줄기의 바람이 인다.
대성산까지 이어가는 능선중
가장 아름다운 풍광이 내내 이어진다.
어짜피 늦어진 산행..
여유를 부리며 온갖 호사를 다 부린다.
먹을것 먹고 쉬며 풍광을 즐기다 보니 시간이 넘 흘렀다.
조망좋은 암릉의 능선 끝지점에서
우린 팬티까지 흠뻑적은 옷을 몽땅 벗어 버렸다.
벗고나니 참으로 시원하다.
오늘같은 평일날 한적한 이곳을 찾는이 없을게 확실하니
우리모두 팬티바람에 산행을 하기로 하고 대성산을 향한 능선을 향한다.
짙은 수림사이를 헤집고 가자니
팬티차림에 드러난 허벅지가 긁히고
풀잎에 스처 가려우나 워낙 더우니 다시 바지 입기는 싫타.
대성산에 들어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늦게 시작한 산행도 산행이지만 워낙 습도 높은 더위에
체력이 저하되어 산행속도가 처진다.
대성산을 1키로 정도 남겨놓고
그래도 제법 바람 솔솔 부는 능선에 자리 잡고 앉아
가저온 도시락을 펴고 굶주린 내장을 채운다.
식사후 대성산을 향하다
느낌이 이상해 베낭을 내려보니
베낭에 걸어논 옷이 흘러 떨어저 버렸다.
갈아 입을옷을 안가저왔다면 모르지만 워낙 더위에 치친 몸이라 포기한다.
평소 제일 아끼던 옷인데....
드뎌 대성산에 올랐으나
준비해간 식수가 동이 났다.
500L,800L, 그리고 피티병 한개와
피티병 맥주 한병을 준비했는데 500리터 한병만 남았다.
식수 공급이 안되는 곳이라 모두들 피티병 2병이상 준비했는데
모두들 계속 산행을 이어가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적당한 구실도 생겼으니
대성산을 뒤돌아 내려 작은폭포로 향한 내림길로 들어선다.
온몸이 열기에 벌겋게 상기됐다.
뜨거운 몸 식히려 대성산의 작은폭포를 찾아든다.
그런데 웬걸~!!
푸짐하게 몸을 담글수 있을거란 생각으로
쉬지않고 빠르게 내려왔는데 막상 폭포에 도착하니
발목만 잠길뿐이다.
수건에 물을 적셔 몸을 씻는데
폭포옆 암반에 또아리를 튼 독사가 고개를 들고 나를 처다본다.
니도 더워 목욕하러 왔냐~?
조기 뱀 있다 말하니
만수가 기겁을 하며 아예 씻을 생각을 안한다.
스틱으로 독사를 걸어 내 던지고 들어오라 하고 보니
반대편에도 또 한마리가 있다.
흐미~!!
여긴 독사들 목욕 하는곳인가 보넹~...
간단히 몸을 씻고 내려서는데
만수와 흥식형님이 등로를 빙돌아 내려간다.
왜 그러냐 물어보니
"니가 거기다 뱀 던졌잖아~"
사무소에서 와일드한 성격으로
한세월 풍미하던 흥식형님도 뱀 앞에선 별수가 없다.
참 별일여~!!!
예전같음
벌써 모가지 비틀어 잡고 껍떼기 쭈욱 벗겨
불에 구워 먹었을텐데 라며 중얼거리는 병일이도
이젠 단지 괴찮아 못하겠다 말하는걸 보니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ㅋㅋㅋㅋㅋㅋ
(물이 말라버린 작은폭포)
대성산을 내려서며
아침에 헛탕을 치게 만든 개인택시를 불러 옥천을 향한다.
제법 거리가 되는데 옥천에 내려서며 얼마를 드려야 되냐 물으니
생각보다 엄청 저렴한 만 삼천원만 달랜다.
아침에 일도 있고 해서 그냥 이만냥을 드린다.
옥천에서 대전가는 열차가 뜸하다.
옥천엔 아바이 순대가 유명하다.
순대집에 들려 냉막걸리와 함께 순대를 먹으며
열차를 기다린다.
모두들 울트라 100km 마라톤을
3회이상 완주한 경력이 있는 저력있는 회원님들이
천성장마 종주포기란 현실앞에 은근히 자존심 상하는것 같다.
올 춘천마라톤 가기전 9월달에
역으로 옥천 가화 아파트 뒷산인 마성산부터 다시 시작 하잔다.
오늘 산행은 도중 포기의 패배감 보다는
하루종일 팬티바람으로 자연의 일부가 되어 걸었던 추억으로
영원히 남을 것 같다.
함께 하신 산우님들 고생 하셧습니다.
천성장마는 가을날 다시 한번 제대로 모시겠습니다.
산에서 건강을 ...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