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 축소판 구봉대산
산행지 :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구봉대산.
산행일 : 2008년 7월 06일 일요일.
누구랑 : 초록잎새랑 청솔과 함께.
어떻게 : 법흥사 일주문~음다래기골~무명봉~구봉대산~8-1봉~널목재~법흥사.
(산행지도)
주말이나 공휴일의 혼잡스럼이 싫은 난
왠만하면 산행을 자제하고 가더라도 아주 가까운 근교다.
그러나 요즘엔 초록잎새가 결혼이후 처음 산업전선(?)에 뛰어든 뒤로
우리 부부의 평일산행에 제동이 걸렸다.
오전 9시 출근해서 오후 3시 퇴근의 일이
그다지 힘들지 않은지 아님 적성에 맞는지 두어달 다니다
말것이다 란 나의 지레짐작은 빗나가고 세달째 변함없이 열심히 출근을 잘 한다.
이왕 시작한거
최소한 열달은 채워 우~와하게 우리 둘
유럽여행이나 가자는 나의 말에 싫어도 억지로 나가는게 아닌건 확실하다.
그러다 보니
초록잎새는 몹시도 산이 그리운가 보다.
그런맘을 알고 있는 난 새벽퇴근의 피곤함도 불사하고
일요일 산에 가려 함께 갈 산우들을 낙아보려 이름난 명산을 미끼로 걸었는데
우찌된 일인지 통 입질도 않는다.
할수없이 편안하게
신경 쓸일 없는 안내산악회를 따라 가기로 한다.
전날밤 청솔쥔장에게 자리좀 있냐 전화를 하니 널널 하단다.
일요일에 왠일이랴~?
자리가 다 비게...
요즘 일찍 찾아든 폭염에 벌써부터 골수 산꾼외엔 찾는이가 별로 없는것 같다.
이른아침
예약없이 찾아든 불청객을 반갑게 맞아준 원추리님의
특별 배려로 초록잎새는 특석인 맨 앞자리에 한석을 얻어 앉았는데
못난 남편은 뒤로 밀려나 오며가며 우린 잠시 몸물을 빼고 가라 들리는
휴게소에서나 남북 이산가족 만나 듯 얼굴을 볼수가 있었다.
새벽 3시 퇴근해 못 잔 잠은
법흥사의 일주문에 들어설때 까지 고개가 아프도록
끄덕이며 졸은것 같은데 왠일인지 몸은 더 찌푸둥 하다.
일주문에 옆 산기슭을 향한 들머리 상가엔
옛날 소 여물통과 14인치 테레비젼등 폐품을 이용한 정원의 조경이
번뜻이는 재치와 솜씨로 그 아름다움이 빛나 보여 잠시 발걸음을 잡는다.
우린 일주문을 뒤로
개망초꽃 흐드러게 핀 묵밭을 지나 음다리기골로 걸음을 옮겼다.
처음 유순하게 이어지는 소롯길은 계곡으로 이어지다 이내 이별후
등로는 하늘 높이 치솟기 시작하자 고개는 반대로 땅으로 꺼저만 가는데
야속하게도 바람한점 없는 날씨는 숨을 턱턱 막히게 한다.
능선에 올라붙은 등로는
솔숲의 부드러움이 때로는 툴툴거리는
암릉이 교차하는 지루할 새 없는 오솔길이 연이어 우릴 반겨주나
높은 습도에 꽉 막힌 시야로 희뿌연한 조망이 실망 스럽다.
몸 수도꼭지가 열려 잠기질 않는다.
흐르는 땀방울이 얇은 겉옷으론 감당이 안돼 흘러 넘친
몸물이 허리단을 타고 흘러 팬티까지 축축히 젖어 버렸다.
할수없이 누가 보거나 말거나
윗통을 벗어 비틀어 짜니 주루룩 주루룩
한 양동이를 채우고도 남을 몸물이 흘러 떨어진다.
흘러내린 만큼 시원하게
얼음물을 들이킨후 무명봉을 거처 제 9봉에 올랐다.
산을 사랑하고 덕을 베푼 사람은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뜻을 지닌 9봉의 이름이 윤회봉이다.
9봉엔 구봉대산이란 멋진 서체로 쓰여진 정상빗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9봉을 내려선후
등로에서 비켜난 평평한 암반에
자리를 잡아 아내와 단둘이 점심을 먹었다.
아삭이 고추와 푸성귀만 가저와 쌈을 싸서 먹는 점심은
아주 맛있다.
하긴
산에서야 뭐든 맛이 좋지만.....
식사후 등로를 따라 내려서자
세상에나...
죽어서나 가볼 수 있을줄 알았던 북망봉이 거기에 있었다.
헬기장으로 이뤄진 북방봉을 20여미터 지나자 이내 7봉이다.
인간의 병들고 늙음의 의미를 지닌 쇠봉이란다.
쇠봉의 급 경사길을 내려
다시 20여미터의 거리를 오르자
대리석으로 된 표지석이 자리한 제 6봉이 반긴다.
6봉은 구봉대산의 봉오리중 최고의 전망을 제공한다.
6봉은 지친 몸을 쉬어감을 뜻하는 관망봉이란 해설판이 자리하고 있다.
지친몸이 쉬어가는 곳이라 그런지
풍광좋고 조망 시원한 관망봉엔 소슬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준다.
시간도 널널하여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관망봉의 암봉에 앉아 여유를 부려본다.
6봉에 이어 인간이 인생의 절정을 이룬 의미의 대왕봉과
벼슬길에 나아감을 의미한 관대봉,그리고 유년 청년기를 지나는
과정을 의미하는 장생봉까지는 구봉대산의 봉오리중 최대의 압권인
풍광과 릿찌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멋진 등로다.
제3봉 장생봉까지 모든 우회로를 거부한
초록잎새가 암릉의 날등만을 고집하며 선등 하더니
우리뒤를 따르던 피아노님이 걱정스러워 주춤하던 사이 어느새
나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피아노님이 나를 바라보며
어떻게 저길 가느냐며 망설이기에 잡을곳 많으니
조심하여 우리뒤를 따라오면 된다 말하니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이나 이내 따라붙는다.
마치
설악의 소 용아릉을 걷듯
짜릿함을 안겨준 암릉이 끝나고
이내 등로는 평정을 뒤 찾으며 인간이 세상에 태어남을 뜻하는
제2봉 아이봉을 거처 어머님 뱃속에 잉태함을 나타내는 제1봉 양이봉에 이른다.
양이봉을 지나 곧 만나는
널목재에서 법흥사로 향한 내림길로 들어선다.
유순한 내림길이 계곡과 만난후
수림이 우거진 오솔길이 길게 이어지며
법흥사로 우리부부를 안내한다.
오랫만에 아내와 함께 걸은 오늘 산행은
인간의 흥망성쇠를 의미한 봉오리를 하나 하나 밟으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다시한번 세겨본 하루가 됐다.
오랜만에
정말로 원없이 땀흘려본 오늘의 산행은
한여름 시원한 계곡산행이 그립다는 생각이 든 하루다.
함께하신 산우님께 감사드립니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