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우중의 우정산행 쌍두봉

산 찾 사 2008. 6. 23. 19:18

산행일 : 2008년 6월22일 일요일....흐리고 한두차례 비.

산행지 : 청도 쌍두봉.

누구랑 : 대전 산장나눔터 + 부산 뫼오름 산악회

어떻게 : 천문사~배넘이재~1038 헬기장~쌍두봉~천문사.

 

      (개념도) 

 

오십을 한해 앞둔 아홉수가 힘겨웠나 보다 ?

생전 모르고 지내던 감기가 올 들어 두번째 찾아들어

아예 둥지를 틀고 나갈 생각이 전혀 없다.

그간 못 보던 귀한 손님(?) 대접 참말로 제대로 한다.

거기에다 지난밤 꼬박 세운 근무로 온몸은 추욱 처진 파김치다.

 

웬만하면

방콕이나 하련만....

 

보고픈 부산 산우님들과의 합동 산행인지라

웬만한 장맛비를 무시하고 강행한 일정에 나 까지 빠질순 없다.

잔뜩 찌프린 하늘만큼 칙칙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종종거리며

바쁘게 접선장소에 나가 버스에 올랐는데.....

25인승 버스에 꽉 찬 예약 산우들이 어쩐일인지

하루일정을 앞두고 이런저런 사유로 빵구를 낸 빈 자리가 많다.

 

순간

빈 자리만큼의 서운함이

왈칵 몰려 들며 피곤함에 지친 심사를 뒤틀리게 만든다.

갱제도 참으로 어려운디...

오늘 회비 참으로 찌~인 하겠단 생각도 아울러 함께 밀려든다.

 

가면서 졸아야지란 생각은

이리저리 엉덩이를 들었다 뺏다 별짓 다 해봐도

왠지 불편한 좌석은 허리가 아프다.

 

피곤함에 눈만 가물가물....

그러나 정신만은 어쩐일인지 갈수록 뒤질줄 모르고

쌩똥쌩똥 또리방해저 간다.

가면서 몇번 차창을 때리던 빗줄기가 멎을 쯤

산행 들머리 삼계리의 천문사 입구에 도착했다.

 

잠시후

반가운 부산 산우님들이 도착하자

우울한 날씨만큼 착 가라앉은 분위기가 일순 업 되며

활기를 되찾는다.

 

부산님들 내리는 짐칸을 들여다 보니

에이펙 공식 주류였다는 천년대통  4박스와

오징어 문어 삶은거에 각종 회가 담긴 짐 보따리가 그득하다. 

이 양반들 오늘 날 잡았나 ? 

사람 몇 잡고도 남겠다.

 

흐미~! 겁나는거....

 

 

 

날씨도 그렇고...

오랜만에 만났으니 회포나 풀자 라는 대세에

오늘 산행일정이 쪼그라 든다.

그러나 누구하나 반기 드는 사람이 없고 은근히 반기는 분위기다...

 

그래~

날도 그렇구 기분도 그런디....

짧은 산행뒤 푸짐한 뒷풀이가 오늘의 주제인 만큼

널널한 시간을 할애하며 수분 잔뜩 머금은 신록의 산그늘에

포옥 앵겨 즐겨나 보자 맘을 먹는다.

 

성미급한 선두주자가

고맙게도 이슬을 다 떨궈준 수목을 헤치며

싱그러움 그득한 숲길을 맨 후미에서 한동안 오르자

사거리 갈림길 배넘이재에 닿는다..

 

천천히 걷는다 해도

습도 높은 날씨에 흐르는 땀방울은

어느새 온몸을 적셨다.

 

누가 쉬자는 말을 안해도

모두가 베낭을 내려 휴식에 들며 먹거리를 꺼낸다.

 

어느새 챙겼나 ?

부산님들이 가저온 천년대통 술병이 순간 서너병 비워진 뒤

1038봉 헬기장을 향한 오름길에 든다.

 

 

 

 

 

가파른 오름 끝 능선자락에 서자

헬기장까지 이어 가기엔 이른 아침 집을 나선통에

부실해진 뱃속이 난리인 지라 모두들 못간다 아우성이다.

 

능선길 옆

비교적 넓직한 공터에 자리를 폈다.

일단 허기만 속이고 내려가 맛난거 실컨 먹자라는 소리는

멜짱 허풍이고.....

다들 참으로 달고 맛나게 먹세도 좋아 

한점 남김없이 도시락을 비워낸다.

 

 

 

점심을 먹으며

받아 마신 천년대통술의 감미로운 뒤 끝은

삼손의 머리칼 잘린 후유증처럼 다리에 힘이 빠지고

전신은 나른나른해 진다.

 

겨우겨우

헬기장을 지나 한숨을 돌린후

쌍두봉을 향할 쯤 이슬비에 젖은건지 땀에 젖은건지

흠뻑 젖은 몸통을 감아 돌아 나가는 시원한 한줄기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며 기운을 차릴수 있었다.

 

 

 

 

 

능선 자락을 걸으며

가끔씩 등로에서 비켜난 조망터에 올라서지만

보이는건 뿌연 안개뿐...

 

이쯤에서 바라보면 문복산에서

서담골봉을 거처 옹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시원스레 보일텐데란 짐작만 들 뿐 도무치 한치앞을 내다 볼수 없는

안개의 심술로 그저 산행내내 답답증만 유발시킨다.

 

이내 오늘의 종착점 쌍두봉에 도착한다.

정상의 암릉 아래 그 깊이을 알수 없는 낭떨어지 밑으론 운무가 넘실댄다.

좀 벗어지길 기대하며 뜸을 들이며 정상에서 기다려 보지만

그것은 한갖 우리의 욕심....

 

 

 

 

쌍두봉 내림길은

이슬 머금은 바위길이 위험스럽다.

그러나 지금껏 밋밋한 육산의 짧은 산행에 싱거웠을

우리 산우들에겐 잠시나마 짜릿한 오르가슴을 느끼게 만든 등로였다.

 

 

 

 

 

 

 

 

쌍두봉의 위험스런 바윗길을 내리며

잠시 긴장했던 전신에 안도의 깊은 한숨이 터진 얼마후

우린 처음 들머리 천문사 뒤로 내려서며 오늘 산행을 접는다.

 

 

 

 

무사 산행도 끝냈겄다.

본격적인 주안상이 차려지고 주거니 받거니

화기 애애한 자리가 꾸물거리던 음습한 장마의 분위기를 날려 버린다.

 

부산에서 준비한

각종 회와 천녀대통 술이 연신 비워지고

대전팀이 준비한 즉석에서 튀겨내는 금산 인삼이 게눈 감추듯 사라진다.

참으로

놀라운 먹세들이다....

 

 

 

 

 

 

만남이 있으면 헤여짐은 필연인가.....

좋은 인연 더욱 돈독히 이어 가려면 최소한

두달에 한번은 만나자 다짐 후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머나먼 길 산우를 찾아 떠난 지루했던 길이

돌아오는 길엔 부산님들이 준비한 천년대통의 위업에 힘입어

다들 반 쯤 죽어 오는 통에 짧은시간 짧은귀로가 되었다. 

 

 

 

함께 하신 산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모든 먹거리 준비하신  부산 산우님들 고맙습니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