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유성 울드라 부부 올해는 웃드라...

산 찾 사 2008. 6. 2. 15:49

대회일 : 2008년 5월31(토)~6월 01(일)

대회명 : 제4회 유성 울트라 마라톤 대회.

누구랑 : 아내와 함께 그리고....주주클럽 19명 단체출전.

 

   (코스도)

 

● 고저도
 
[ 주요지점 안내 ]
00.0km 갑천변(만년대교 아래 Start)  
01.2km 신흥교 직진
04.5km 학하교 직진
06.6km 화산교 우회전(천우가든)
08.6km 현충교 입구 3거리 좌회전
12.6km 박정자 3거리 좌회전
13.9km 학봉3거리 직진
15.3km 계룡산 국립공원 매표소 좌회전
16.7km 삐까삐까 3거리 우회전
20.6km 계룡대 CC  
22.7km 계룡대 4거리 좌회전
25.1km 엄사 4거리 직진
29.1km 왕대 4거리 좌회전
30.0km 현대기아부품센터 3거리 우회전
30.6km 왕대교 굴다리 밑으로 통과  
36.7km 벌곡 3거리 우회전
41.3km 황룡재 입구 3거리 좌회전
42.4km 구 연산 4거리 우회전
42.6km “주의” 신연산 4거리 직진(교통신호에 따라 진행)
43.3km 연산왕순대 4거리 좌회전
45.3km 노인회관 , 고양교 : CP#1  
47.9km 농민 주유소  
55.5km 대촌 4거리 직진  
56.8km 석종(홍성슈퍼) 4거리 우회전
60.2km 신원사(버스정류장) 3거리 좌회전
60.3km 양화교 3거리 우회전
64.4km 하대 3거리 우회전
66.1km 중장 3거리 좌회전
75.8km “주의” 금화모텔 앞 3 거리 우회전 (유도요원의 지시에 따라 진행)
77.4km 마티휴게소 3 거리 좌회전
80.1km 마티재 정상  
83.9km 공암 3거리 좌회전 : CP#2  
87.7km “주의” 꼭두네기도원 지나 3 거리 우회전
88.7km “주의” 용담가든앞 3 거리 우회전
91.3km “주의” 유성방향 굴다리통과 우회전(이곳부터 역방향으로 주행)
94.5km 침신대 4거리 직진
96.0km 구 1번국도 좌측길로 진행  
96.6km “주의” 구 1번국도 3 거리 좌회전
98.1km 충대정문 5거리 직진
99.3km 갑천대교 아래로 통과후 우회전
100.3km 갑천변(만년대교 아래 finish)  
     
 

지금껏

세상을 살면서 우리부부는

욕심 욕망의 그릇 만큼은 최대한 작고 옹색하게 살고자 했습니다.

 

때문에

직장에선 나보다 못나고 불성실하나 수단만큼은 좋아

먼저 승진한 동료가 있거나 이런저런 투기로 또는 조상덕에

넘처나는 재력을 으시대며 거들먹 거리는 이웃이 있어도 상대적 박탈감에  

상처 받을 일 없어 매사에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부부가 채울 수 있는 욕망이란 그릇이

워낙 옹색하고 작아 항상 넘처 흐르기에 퍼주기 좋아하는

내 아내는 항상 베풀줄을 알고 처음 아파트 구입해 들어와 설레임에

행복해 미칠것 같던 그 마음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집에 들어설때면 느껴지는 행복함은

여전하며 14년 된 나의 애마 티코를 아내에게 물려 ?어도 티코 그대는 아직도 내사랑임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함니다.

왜 유독 이것만큼은 욕심과 욕망이란 연기가 그칠줄 모르고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모락모락 피워올라 가슴을 지펴 놓는지 ?

 

가끔은 지나치는

충남대 지나 침신대 사거리까지

5 km 남짓 겨우 3~4분 거리를 통과 할 때마다

우리 부부 가슴엔 진한 아픔이 파도처럼 밀려듭니다.

 

이제는

끌래야 끌수도 없을 만큼 강렬한 욕망의 불꽃에

가슴속은 숯검정이 된지 오래고 고동치는 심장이 내품는 뜨거운 피는 

혈관이 터질듯 세차게 흐르고 숨은 멈출듯 가파옵니다.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끝을 알수 없을 만큼 치솟는 욕망의 불꽃을 잠 재우려

그간 모든 고통을 감내하며 일년을 기다린 그때가 돌아왔습니다.

그때 흘린 통한의 눈물이 오늘밤이 지나고 새벽 동녁이 비칠때면

희열과 감격의 눈물로 분명 바뀌게 될것입니다.

 

계절의 여왕

5월의 끝자락을 웅켜잡고 한밤을 꼬박 세워

초여름 신록의 6월로 땡겨놓기 위한 대장정에 많은 동료가 함께 함니다.

 

두근두근 설레임인가 떨림인가 ?

한두번 달려본 울트라도 아니것만 오늘은 이상함니다.

아직 한낮의 열기가 남아 뜨거운 만년교 갑천 둔치 잔디밭에 모인

수많은 원색 물결의 일렁임 속에서 그렇게 우리 부부는 잠시 울렁증에 시달림니다.

 

한시간 일찍 도착한

대회장이건만 시간은 빨리도 흐름니다.

식전행사를 끝으로 대회시작 전광판 초침이 시작됨과 동시에

서서히 갑천둔치 잔디밭을 빠저 나가는 원색의 무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저 장관을 연출함니다.

 

           (출발전 대회장의 풍광들...)

 

 

 

     (대회 출발전 아내와 함께)

 

 

갑천둔치 잔듸밭과 이어진

한적한 뚝방길을 달리던 환상적인 코스가 아쉽게도 올해는

공사중인 관계로 유성시가지로 바뀝니다.

 

처음부터

오버 페이스가 염려스러워 후미그룹에서 출발해

얼마쯤 가다 보니 혼잡스럼에 서로 헤여졌던 주주클럽 회원님들이

하나 둘 모임에 자연스레 동반주를 하게 됩니다.

 

     (유성 시가지에서...)

 

유성시내를 벗어나

빈계산 도덕봉을 앞에두고 우회전한 주로는

현충원을 만나 삽재로 향한 완만한 오름길로 이어짐니다.

 

출발할때 부터

전년도와 달리 유난히 컨디션이 좋은

아내 초록잎새는 자꾸 속도를 내며 나를 앞질러 나가고

나는 부지런히 쫓아가 잡아 끌어 내리기에 바쁩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초록잎새는

어느새 또다시 나를 앞질러 저 앞을 달림니다.

안되겠다 생각되어 절대 나를 앞질러 가지말고 내 뒤를 따르라 해 놓은 후

삽재를 향한 지속적인 오름을 아예 걸어 오르기로 함니다.

 

그러는 사이

함께 동반주 하던 갈매기님 먼저 달아나고

아직 우리 부부와 함께 달려주는 큰곰님과 라이프가드님을 잡아놓으려

삽재의 오름에서 디카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어 줍니다.

 

삽재를 넘겨

학봉 삼거리를 향한 내림길을

서서히 달려 내려갈 쯤 서쪽하늘을 붉게 물들인

하루 해가 저물어 갑니다.

 

 

계룡산 입구에 들자

짙게 드리운 어둠의 땅거미를 밀어내며 

오색찬란한 상가건물의 불빛과 가로등이 대신함니다.

계룡산 매표소로 향한 벚나무 숲터널을 달려가는 내내

산행을 끝내고 내려서는 산행인들 마다 우리부부를 보며 화이팅을 외처줍니다.

 

그네들은

반짝이는 경광등과 헤드렌턴을 밝히고

어둠이 내리는 도로를 달리는 한무리의 울트라 런너들이

그저 마냥 신기한가 봅니다.

그중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온 소리에 아내가 빙긋이 웃습니다.

 

"어머~!!! 저기 봐 여자두 있네 그려~"

 

계룡산 매표소 앞을 돌아나가

삐까 삐까 삼거리로 향하는데 뒤에서 누가 나를 부릅니다.

뒤돌아 보니 같은 철도공사 건강달리기 모임의 황 순임 선배님이십니다.

우리 부부를 보며

올해는 꼬옥 두 부부 완주하라며 격려를 해 주십니다.

 

             (학봉 삼거리에서 계룡산을 향하여)

 

         (계룡산 매표소로 향한 주로에서)

 

 

이내 우리는

삐까 삐까 삼거리 못밑처 지난번 대회에

분루의 눈물을 삼켜야 했던 시발점인 민박집에 이릅니다.

작년 이쯤에서 초록잎새는 배탈 설사로 최악의 컨디션 였는데

오늘은 그와 반대로 최절정의 컨디션입니다.

오히려 동아마라톤 서브3에 이어

청남대 울트라 마라톤 연속5회 출전이후 나태함에

게으름을 피운 댓가로 초반 컨디션 엉망인 나를 잡아끌고 가는 형세입니다.

 

아내가 무섭게 끌어당기는 속도는

밀목재도 뛰어 넘어 가려 함니다.

당신이 지금 뛰는 만큼의 배로 후반부는 걷게 될테니

언덕길은 무작정 걸어야 된다며 강력 브레이크를 걸어 조금이라도

시간을 땡겨 좋은 기록으로 완주 하고픈 성급한 아내를 달래며 1번국도 밀목재를 넘깁니다.

 

괴목정을 지나 얼마 진행하자

대전 주주클럽이 담당한 자원 봉사센터에 이릅니다.

정과 사랑으로 똘똘뭉친 정다운 회원님들이 환호성으로

우리부부를 맞아줍니다.

건네주는 간식 초코파이와 함께 시원한 생수를 들이키니 온몸을 덥힌 열기가 가십니다.

초코파이 하나를 까서 아내에게 건네자

먹기 싫다 함니다.

먹기 싫어도 먹어야 한다구 하자 제발 보채지 말라 짜증을 내기에

대신 보충제 하나를 억지로 먹인후 출발을 함니다.

 

              (주주 자원봉사 센터에서)

 

계룡시에 접어들며

이곳에 사는 처남에게 전화를 하자

길가에 나와 우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쁜 조카 두 녀셕이 들고 나온 냉커피가 황홀하게 맛있습니다.

곧바로 시원한 캔맥주와 먹을거 들고 처남댁이 올거라 잡아 끄는 처남을

커피 한잔이면 됐다며 매몰차게 외면후 주로를 향해 냅다 달려가는 아내 초록잎새를 따라

귀여운 두 조카들과 이별을 함니다.

 

           (마중나온 귀여운 조카들)

 

처남과 헤어저 얼마를 달려가 만나는 계룡시내 길옆의

슈퍼에 이르자 맥주를 아주 좋아하는 아내가 캔맥주를 원함니다.

슈퍼에서 캔맥주를 사와 자봉센타에서 함께 동반주를 이어온 강 성훈님 부부와 산내들님

그리고 아내에게 캔 하나씩을 주고 술을 못하는 난 아이스 크림으로 더위와 갈증을 식힌 후

출발할 쯤 바커스님 부부가 주주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도착함니다.

완주가 목적인 우리부부는 그리 바쁠게 없습니다.

바커스님과 빨간장미님이 푹 쉬면서 맥주를 마실 동안 기다렸다

함께 연산을 향한 어둠속 주로를 나섭니다.

 

           (계룡시내에서)

 

 

푸욱 쉰 만큼

초록잎새 힘이 넘침니다.

그동안 연습량의 절대 부족으로 초반 난조를 보이는

빨간장미님과 함께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달리더니

어느새 내곁에 오면서 바커스, 빨간장미님 부부와 사이가 벌어지더니

이내 그 모습을 볼수 없게 됩니다.

 

연산  제 1CP에 까지는 

최대의 난코스 황룡재를 넘겨야 함니다.

황룡재를 앞두고 우리를 앞서간 갈매기님, 목용균님, 무쇠다리님를

다시 만나 길게 이어지는 오름길 황룡재를 함게 걸어 넘습니다.

 

황룡재를 넘어가는데

숲속에 반짝이는 반디불이 보임니다.

작년도 보다 개채수가 다소 줄어든게 아쉬우나  

요즘 보기 쉽지않는 반디불은 지처가기 시작하는 우리에게

많은 힘을 실어줍니다.

 

황룡재를 넘어가며

갈매기님은 저기가 내 처가집인데 지금 들리면

노인네들 깜작 놀라시것지 라며 장인 장모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한

끈~적 끈쩍한 눈길을 뛰는 내내 거둘 줄 모르고 자꾸만 고개가  돌아가고

제 1CP에 도착할때까지 그동네가 어쩌구 저쩌구 주저리 주저리 할 애기가 참 많습니다.

 

"에이구~!!! 정 많은 사람..."

 

박사님이라 연구만 해서 먹구 사는게 다행이지

저리 순진하고 순박한 양반이 다른 직업으로 생계를 꾸려 가야 한다면 

아마도 거친 세상사에 상처만 입어 힘든 삶이 될거란 생각이 불현듯 듭니다 

 

그럼 넌~?

나야 독한 놈이지....

ㅋㅋㅋㅋ

 

드뎌 제 1CP에 도착함니다.

미리 와 있던 주주의 자봉님들 활짝웃음으로 맞아준 후

의자 잡아 앉히곤 도솔비 잔뜩 넣은 해장국 같다 먹여, 인삼의 고장 삼순이 누님표

힘 불끈 홍삼물 따라 줘, 뜨거운 커피 타다 대령해 그야말로 울트라 출전한게

뭔 큰 벼슬인 양  임금 황제 대우를 받다 보니 이젠 땀도 식어 추워저  가긴 가야 되는데

진짜로 가기 싫습니다.

 

더 이상 지체하기엔

몰려든 추위가 장난이 아닙니다.

바람막이 옷을 꺼내 입은후 아내와 단둘이 신원사로 향함니다.

 

지금껏

한밤의 도로를 질주하는 차들을 피해

조심스런 레이스를 펼치던것과 반대로 신원사로 향한길은

그야말로 적막강산 허허로운 길이 길게 이어짐니다.

 

잔뜩 먹은후

추위에 굳어버린 몸이 풀리기까지

빠른 걸음을 걸어야 했는데 얼린몸 얼른 풀 욕심에

워밍업도 되기전 달려서 그랬나 초록잎새 배가 아프다 호소함니다.

 

이런~!!

지난 대회 악몽이 되살아 나 겁이 더럭 남니다.

순간 뛰던 걸음을 늦춰 파워 워킹 모드로 변환을 시도함니다.

그런데 초록잎새 또 다른 증세가 옵니다.

오른쪽 정갱이가 땡기는 느낌이 기분 나쁘다 함니다.

마침 보이는 버스 정류장에 초록잎새를 앉히고 정갱이는 물론

양쪽 무릅과 종아리까지 맨소랜담을 듬뿍 발라 맛사지를 함니다.

 

그러는 사이

어느결에 바커스님이 빨간장미님과 함께 우리뒤를 따라 왔습니다.

제 1CP 이후 컨디션이 되살아난 빨간장미님이 아주 잘 달려줘 내친김에

그냥 쫘악 땡겨 버렸는데 그래두 아주 잘 따라온다며 바커스님 아주 신이 났습니다.

 

"저~엉열이~~~~

 이렇케만 달리믄 13시간대여 아~! 언능 따라 와~아" 

 

빨간장미 조련사 바커스님의 리더에

입으로만 힘들어 죽겠다면서 결코 힘든 기색 하나 없는

빨간 장미님은 제한 시간내만 들어 가자며 쫑알 쫑알 한시두 입을 가만 안둡니다.

두 부부는 참말루 잘만난 천생연분입니다.

조금만 함께 있어도 유쾌 상쾌 기쁨 두배로 치솟는 매력 만점 바커스님 부부를 따라서

신원사를 쉽게도 넘기고  갑사로 향한 길을 힘차게 뛰어갑니다.

 

전년도 갑사로 향한길엔

개구리가 밤세도록 구슬피 울었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그 울음이 별로 들리지 않습니다.

그 대신 맹꽁이 울음이 들려옵니다.

 

"맹~꽁   찡~꽁"

 

깊은밤 힘들게 달리는 니들이 더 맹꽁이라고

 

"맹~꽁 찡~꽁"

 

마을앞을 지나자

조용한 시골마을을 뒤 흔드는 개들의 짖음이 요란함니다.

한동안 조용하던 바커스님이 한마디 내 던짐니다.

 

"야~ 이눔덜아 조용 햐~ 형님 지나 가시는디~

 자꾸 짖어대믄 된장 발라 버릴겨~"

 

극성스런 58 개트라 회원님들이 단체로 온것을 알았는지

특히 멍중의 멍 바커스님의 한 말씀이 효력이 있었나 거참 신기하게도

멍들의 짖음이 순간 조용히 수그러듬니다.

 

컨디션이 되살아난 초록잎새가

속도를 높여 바커스님 부부를 뒤로 떨구고 달리다

갑사를 얼마 앞두고 또다시 오른쪽 다리의 아픔을 호소함니다.

 

다시 주저 앉히고

아픈부위는 맨소랜담 맛사지 후 다른 부위엔 스프레이 파스를 뿌려준 뒤

마음의 여유를 찾기위한 휴식에 듭니다.

 

잠시후

우리뒤를 따르던 바커스님 부부와 무쇠다리님을 보낸후

그 뒤를 따라 달려 갑사 가기전 자원봉사 센터에서 절편한개 얻어먹고

갑사 지나 길게 이어지는 오름길을 걸어 올라갑니다.

 

오름길 다음 다시 내림길....

지금껏 걷던 오름길 끝에서 내리막길을 막 달려 내려 가다

초록잎새 갑자기뜨끔하며 주저 앉아 버림니다.

얼른 ?아가 아픈부위를 물어보니

전경골근과 장지신근에 해당하는 부위를 가르키기에

맛사지라도 하려 만지자 손도 못대게 하며 비명을 지릅니다.

 

할수없이 스프레이로 흘러내릴 만큼

잔뜩 뿌린후 살살 일으켜 걷게 하자 절뚝이며

걷기는 하는데 아직 가야 할길은 30여 키로가 남아있어

암담한 생각에 올해도 틀렸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밀려듭니다.

 

천천히 걷다가

가로등 불빛아래 아내를 앉히고

우루사와 함께 진통제를 먹인후 싫다는걸 억지로 보충제 겔을 하나를 먹입니다.

 

진통제가 효과가 있었나

전처럼 속도를 내진 못해도 아주 천천히 달릴수가 있어

어떻하든 완주나 하자란 일념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곁으로 소리없이 다가온

승용차 한대가 차창을 내리며 스포츠 이온음료 두병을 건네 주려 함니다.

 

그분은 유성울트라 조직위원으로

우리집 고3 막내의 은사이신 중앙고 오 제홍님 이십니다.

같은 취미생활 마라톤을 인연으로 알게된 그분은 그후로 우리 막내에게

공부에 필요한 참고서를 챙겨주시며 각별히 신경을 써주신 고마운 분인데

아직까지 받기만 했지 쓴 커피 한잔 대접 못한 빚쟁이 부부에게 고맙게도 이온음료를

또 받아먹긴 염치없어 자꾸 사양하자 이번엔 다른걸 권함니다.

 

자꾸 사양하는것도

실례가 되는것 같아 받아보니 따끈 따끈한 건강음료입니다.

새벽녁 떨어진 수온주로 몸이 떨릴때 받아 마신 그 음료 인해

마음과 몸이 훈훈해저 큰힘이 됩니다.

 

건네준 음료에 담아 전해진 

따뜻한 마음에 힘을 얻은 우리 부부는

유성 울트라 최대고비인 마티재 오름을 앞에 둡니다.

밤세워 자원봉사를 하는 주주의 겨우달려가 찾아와 우리앞 약 2km 전방에

바커스님 부부가 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여 줍니다.

 

     (아직은 살만한가 ? 마티재 입구에서 디카를 들이대자 활짝웃는 초록잎새)

 

               (마티재 정상에서)

 

 

      (오름보다 더 힘들게 내려오는 마티재 내림길의 초록잎새)

 

 

길고 긴 오름길 마티재...

초록잎새는 다행히 오름길은 씩씩하게 잘도 올라갑니다.

그러나 내림길에선 발도 제대로 딛지 못하고 절뚝이며 고통을 호소함니다.

연이어 진통제 두알을 삼킵니다.

오름보다 더 힘들게 내림길을 내려선 끝자락에 자리잡은

제 2cp에 천신만고 끝에 도착함니다.

 

          (제 2 CP에서의 달콤한 휴식)

 

제 2CP 에 들어서는 우리부부를 보고

자원봉사를 하시는 아주머니가 반색을 하며 반겨줍니다.

작년 내가 올린 울트라 마라톤 후기를 잃으며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렸다는

그 아주머니는 특별식이라며 수박화채를 듬뿍 담아 우리부부에게 먹으라 내어줍니다.

참으로 우린 복 받은 부부입니다.

여기저기 오나가나 관심과 사랑을 받으니.....

 

지금껏 너무 힘들어 그랬나

전혀 먹을걸 입에 대지 않던 아내가

아주머니가 내어준 수박화채는 아주 달게 잘도 먹습니다.

수박화채에 힘을 얻어 일어설 쯤 우리앞에 갔을거라 생각했던

철도공사 건강달리기 회원이신 황 순임 선배님이 들어오십니다.

황선배님의 격려를 뒤로 마지막 휘니쉬 라인 만년교로 향한 고난의 길에 들어섭니다.

 

마티재에서 부터

전혀 달릴 수 없는 초록잎새가 걷는 걸음은 참으로 더디고 답답함니다.

그러나 아직 시간은 여유롭습니다.

이렇게 끝까지 걸어만 준대도 제한시간내 완주는 문제가 없을것 같습니다.

 

끝임없이 후발주자에게 추월 당하며 걷던중

지난번 포기의 결정을 내린 침신대 사거리에 다가갈 쯤

보도블럭을 내려서던 초록잎새가 비명을 지릅니다.

순간

이러다 사람 잡겠다는 생각이 들어

핸폰을 찾아들고 회수차를 부르려는 나를 아내가 만류함니다.

이번만큼은

굴러서라도 들어가 완주 할테니 참아달라 호소함니다.

 

아직 포기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고 거리는 아주 짧습니다.

내가 혹여 포기를 시킬까 내심 조바심하며 초록잎새는

아픔도 내색않고 더 빠른 걸음을 옮기나 그 표정마저 숨길순 없습니다.

 

그 아픔이 고스란히

내 심장을 도려내는 비수가 되어 꽂힙니다.

베낭을 빼앗아 메고 아직 시간이 많으니 절대 서둘지 말고

침착하게 천천히 걸으라 다독이며 걷는데 참말로 3~4 키로 남은 거리가

정말로 야속하게 멀기도 함니다.

 

     (충남대를 향한 가로수길) 

 

 

이윽고 충남대를 지나

홈에버의 건물이 지척에 이르자

초록잎새의 두볼을 타고 소리없는 눈물이 하염없이 내림니다.

그걸 바라보는 나 또한 참으려 참으려 해도 흐르는 눈물은 어쩔수 없습니다.

 

휘니쉬 라인에 가까워지면

발광하듯 크게 소리치고 큰소리로 웃자 했는데

막상 당하고 보니 우리 두 부부는 서로를 외면한 채 소리없는 눈물만

하염없이 흘림니다.

그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른채......

 

만년교에 이르는 갑천변을 들어서는 입구에 도착하자

제 2CP 에서 우리부부에게 수박화채를 주시며 자원봉사를 하시던

아주머니가 우릴 보고 달려와 덥썩 손을 잡으며 우리 자신들 보다 더 기뻐하십니다.

참으로 마음이 곱고 아름다운신 그분으로 인해

격해진 마음을 추슬릴수 있었습니다.

 

             (우리를 마지막까지 격려해 주신 자원봉사 아주머니)

 

아주머니로 인해 진정된 마음은

휘니쉬라인를 앞둔 천변까지 마중을 나와

초조하게 우리를 기다리던 황금사과님,행복쟁이님, 달려라 하니님께

우리의 마음을 들키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비록 부상으로 인해 힘차게 달려 휘니쉬 라인을 장식하진 

못했어도 우린 두손 꼬옥 붙잡고 걸어 들어가 비로소 진정 웃을 수 있었습니다.

 

 

          (휘니쉬 라인을 들어서며...)

 

 

 

 

지난해

통한의 눈물로 멍든 가슴의 상처가 오늘도 완치 됐습니다.

우린 비록 만족스런 기록은 아니나 해냈습니다.

평생 패배감에 시달릴뻔한 오늘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내 아내 초록잎새가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부부가

이번 울트라에 무사 완주할수 있도록

성원하여 주시고 격려하여 주신 모든분들께 다시한번 감사 드림니다.

 

산찾사.이용호 + 초록잎새.심승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