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쥬라기 공원 탈출기

산 찾 사 2008. 5. 20. 09:00

산행지 : 설악 공룡능선

산행일 : 2008년 5월 18일 일요일 (오전 흐림. 오후 비)

누구랑 : 대전 주주클럽 회원 42명과 함께.

산행코스 : 한계령~끝청~중청~소청~희운각~ 공룡능선~마등령

               ~오세암~영시암~백담사~용대리.

 

-후기-

 

내가 몸 담고 있는 대전 주주 마라톤 클럽...

이달 마지막 밤을 별과 달을 벗삼아 계룡산 한바퀴를 돌아오는

100km 유성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 클럽회원 22명이 출전 신청을 했다.

 

대회 일주일을 앞둔

회원님들을 위한 마지막 대체훈련으로

너른숲님이 꼼꼼히 산행계획을 짜고 운영진이 추진한 설악을 향해

한밤의 어둠을 뚫고 달려온 한계령은 아직도 캄캄한 야밤으로 침묵속에 잠겨있다.

 

1진과 2진으로 나누어 진행하기로 한

이번 지구력 함양을 위한 산행에 들기전 1진을 책임진 내가

회원님들께 당부한 사항은 단 한가지로 함께 뭉처가는 산행을 추구하는

일명 항아리 산행에서 산행대장을 제키고 먼저 가시는 분은 산행능력을 그만큼 인정하는 대신

안전은 물론 코스 이탈시 귀가방법도 본인들이 알아서 하시라는 듣기에 따라 협박성을 띤 

냉정하고 서운한 주의사항으로 설악 공룡능선을 향한 대 장정은 시작됐다.

 

밤 0시에 대전을 떠나

3시 30분을 조금 넘겨 도착한 한계령을 출발한 시각이 새벽 3시40분이다. 

헤드렌턴에 의지해 산행들머리로 향한 첫 발을 내딛자

지금껏 가만있던 한계령 광장에 있던 수많은 다른 산악팀들이 우리의 뒤를 따른다.

 

     (어둠에 잠긴 한계령)

 

산행에 든지 얼마안돼

수많은 산행인파에 휩쓸린 우리팀들이 자연스럽게 홀로 산행으로 이어진다.

어둠속 등로를 찾아가는 초반 산행에 덜 풀린 몸을 예열을 시키기엔

지체되어 서다 가다를 반복하는 저속도가 산행경험이 적은 우리 회원님들에겐

오바페이스 걱정을 덜 수 있어 은근히 반갑다.

 

1차 집결지로 지정해준

설악산 서북능선 귀때기청과 대청으로 갈리는 삼거리에 도착한다.

사람이 많아 지체 되는거와 상관없이 각자의 산행 스타일이 하루아침에 변화될 순 없다.

예상했던 대로 선두권은 먼저와 기다리고 있다.

 

선두권이 계속 기다리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

새벽녁 찬바람 추위를 호소하는 님들을 계속 잡아 두기 미안하다.

다음 집결지 끝청에서 인원파악후 진행할테니 후미팀과의 간격을 좁히게

춥지 않게만 천천히 걸어가 달라 부탁후 진행시킨뒤 나홀로 추위를 견디며 목 빠지게 기다린다.

 

한무리의 산행팀들이

산행대장의 명을 받든 각 조장이 인원파악후

한계령 삼거리를 통과하고도 얼마후 우리의 중위권팀들이 속속 도착한다.

도착하는대로 속속 끝청을 향해 진행시킨후 후미를 기다리는데 오지를 않는다.

이렇다간 선두와 중위 하위그룹 격차가 너무 벌어저 항아리 산행이 아닌

각자 따로국밥 산행이될 공산이 크다.

 

시기 질투가 날 정도로 끈끈한 형제의 우애를 자랑하는

무리미다님이 넘처나는 체력을 어쩌지 못해 일찍은 왔어도

보이지 않는 형님과 형수님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고 추위속에 벌벌 떨고 있다.

 

선두와 후미 간격조정을 위해

무리미다님을 한계령 삼거리에 남겨놓고 선두를 잡기위한

질주가 시작된 얼마후 따라 잡힌 회원들을 뒤로 보내며 당부한다 천천히 천천히.....

 

어느덧 끝청을 얼마 앞두고

아기 햇살이 이제 겨우 새순 움트는 가지사이로

힘겹게 어둠을 밀어내기 시작한 얼마후 설악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는 새아침이 밝았다.

 

여명의 햇살을 받으며

연인처럼 다정한 남매가 쌕쌕 가뿐 숨을 몰아쉬며 가는게 보인다.

"하니님 천천히 지금 너무 빨라요 오바페이스 하면 종주 힘듭니다"

나의 말에 고개를 든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하니님은

앞에 사람들이 이렇게 가니 나도 이렇게 가야만 되는구나 생각했단다.

 

다시 시작된 선두권 잡아두기 질주..

은근슬쩍 솟아나기 시작한 부아가  드런 승질을 못견디고

큰곰님을 보자 그여 터트린다.

산행능력 우수하신분들 먼저 빨리가서 버스 타는데서 기다리세요.

여기까지만 제가 책임지고 진행하겠습니다.

대전권에서 최고의 속보 산행자로 기록을 세운 큰곰님

순간 꼬리를 내리며 아녀 무슨 소리여 같이 가야지 라며 느림보 거북이 걸음이된다.

 

 

 

 

선두권 일부를 제외한 일행의 발걸음에 족쇄를 채워

끝청에 올랐으나 기다릴줄 알았던 선두일부는 그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완전후미와 함류를 위한 속셈으로

중청대피소에 가서 먹겠다는 회원님들을 설득해

날도 밝았으니 그냥 아침을 먹고 가자 꼬실려 식사를 끝낼 쯤

바커스님이 한무리를 이끌고 뒤를 따라 오셨다.

함께 그냥 식사를 하자 하니  중청가서 드시겠다며 스처지나 가 멈추더니 간식을 나눠 먹는다.

난 이미 오면서 버스에서 도시락을 다 까먹은 뒤라

맛있는거 얻어먹을 속셈으로 얼른 따라가 보니 선달님이 꺼내어 놓은 칡즙이다.

아침을 먹고 있는 사람을 피해 여기서 먹는게 마음에 걸린듯

다 나눠줄 갯수가 안되니 산찾사님만 얼른 드시라는 선달님이 건넨 칡즙맛이 완전 쥑인다.

(선달님 다음 정달 나올때 하나 더 줘...입맛만 베렸잖아~)

 

 

 

 

   (5월 중순에 아직도 응달엔 잔설이..)

 

 

   (끝청에서 후미팀의 단체사진) 

 

  (용아릉 아래 봉정암이 보이고...)

 

공룡능선을 밟을

1진 후미팀을 이끌고 중청대피소에 도착했다.

기다리는 선두팀 일부는 남아도는 힘을 소진시키려 대청봉을 향했고

일부는 아침식사중이다.

여성회원님들 그간 고통을 견디며 참아온 몸물을 여기서 빼내야 진행을 할수가 있다.

그러나 화장실이 만원이라 이래저래 아까운 시간이 흐른다.

 

처음 설악을 찾은 하니님은

오라버니 슬럼프님과 함께 내가 언제 이곳을 다시 오겠냐며

대청봉 등정을 원하나 공룡능선 주파를 위한 체력안배를 위해

오늘같이 흐린날 대청봉 등정은 상징적인것 외엔 별 의미가 없다라 설득해

주저 않혀는 놓는데 마음 한편은 그 작은 소망을 꺽어놔 불편하다.

그래도 어쩌랴~

욕심에 무리하게 다녀오다 스럼프님과 함께 진짜로 슬럼프에 빠질게 뻔한데..... 

 

    (중청대피소..)

 

식사를 끝낸 팀들을 기다려

다음 집결지 희운각 대피소로 향한다.

중청을 향하는 북쪽능선 사면엔 잔설이 남아 부분 부분 허연 모습이 계절을 의심케 한다.

설악은 초여름 봄 겨울이 상존함이 피부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안개속의 용아릉 능선) 

 

   (능선 사면에 잔설이 보이는 중청)

 

 

  (오늘 넘어야 할 공룡이 발 아래 보이고...)

 

   (청봉골 옆 능선의 기암들) 

 

   (공룡능선 전경)

 

 

소청삼거리를 스처지나

긴 철계단을 밟아 내린 끝자락에 둥지를 뜬 희운각 대피소에 도착했다.

아직 도착 못한 후미팀을 기다리는 사이 먼저 도착한 선두권이 진행을 원한다.

먼저 떠나길 원하는 김환식님께 마등령에 도착하면 거기서 기다리시라 말씀드리고 보내는데

처음과는 달리 몸이 풀린듯 막강체력 끈끈 형제우애팀 무리미다 형제분도 함께 먼저 길을 떠난다.

 

1진 후미팀 모두 도착후 드뎌 쥬락기 탐험에 든다.

공룡의 목덜미쯤 되는 무너미 고개를 넘겨 공룡의 등짝이 시작되는

오름을 올라서는데 예전 두발짝 걸으면 한발짝 뒤로 밀리던 비탈길에 계단이 생겼다.

자연 아주 싱겁게 울퉁불퉁 공룡 등짝의 시발점 신선대에 쉽게도 올랐다.

신선대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흐린날 선명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조망임에도

가슴 밑바닥 부터 올라오는 깊은 감명과 희열에 전율이 이는 풍광이 펼처진다.

 

등황산 천하무산이란 이름에 혹해

고된 여정을 견디며 찾았던 2년전 중국의 황산을

올해 다시 확인차 다녀왔건만 어찌 이 모습을 그깟 황산에 비하랴~!!!!

황산의 규모는 대단하고 아름답기는 하다.

그러나 황산은 혼이 없는 마치 인공으로 건설된 바위덩어리 같은 느낌이다.

그에 비해 우리의 설악은 살아 숨쉬는 내 피부와 같아 감정의 교류가 느껴진다.

 

우리는

설악 공룡 등뼈 하나 하나를

더듬어 나가며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처녀의

속살을 감상하듯 어루만지고 때론 앙탈을 부리는

사나이 근육질에 몸서리치는 힘겨움으로 태고적 원시의 신비 쥬라기 탐험을 이어간다...

 

    (신선대에서 바라본 공룡능선의 멋진 풍광)

 

 

 

 

 

 

 

 

 

 

 

 

 

 

 

 

 

 

 

 

 

 

 

 

1275봉을 앞두고

잔뜩 찌프렸던 하늘이 기어이 심술을 부려 가랑비가 본격적으로 내린다.

날만 좋다면 1275봉에 모든 회원님들을 올려 주려던 계획을 접는다.

공룡의 꼬리뼈를 타 넘겨 마등령에 도착하자 오락가락 하던 비가 그치고 소강상태다.

먼저 도착한 우리팀이 자리를 잡아 놓아 함께 점심을 먹는데

올해 직장 다니는 틈틈히 풍성귀 가꾸는 재미에 푹 빠진 바커스님이 가저온

온갖 야채로 쌈을 싸서 먹는 점심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그 맛이 넘~넘~ 좋아 우리는 아예 반찬을 꺼내 놓치도 않았는데

얼마나 푸짐하게 가저오셨나 ?

그 많은 인원이 실컨 먹고도 남았다.

어느날 어느때 없는 시간이라도 만들어 바커스님 농장 습격의 필요성을 느낀

마등령의 만찬을 끝내고 영시암을 향한 내림길로 들어섰다.

 

 

 

 

 

 

   (마등령에서의 식사) 

 

 

 

지끔껏 이어지던 암릉이

어느덧 평정을 찾으며 부드러운 육산의 외길이 이어진

끝자락 아늑한 분지에 오세암이 웅크리고 둥지를 틀고 있다.

 

참으로 오랫만에 찾은 오세암이다.

돌확에서 흘러내리는 약수가 참으로 시원하고 달게 느껴지던

예전 아내와 단둘이 단풍 곱게 물든던 공룡을 밟아 내리던 끝에 찾아든

오세암의 전경이 암자가 아닌 대 사찰로의 변신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라 어수선하다.

햐여간

세상의 모든 범죄가 흉흉 할수록 사찰의 규모는 더 커지고

하나님 아버지 찾는 교회 또한 대형화 되니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에잉~ !!! 못마땅해....

산사에 오롯이 외로워 보이나

고즈넉하게 품위와 기품이 흐르는 자연과 어우러진 암자가 그립다.

 

   (오세암)

 

 

 

마등령을 내리며

2진 그룹 너른숲님과 여러번 통화를 시도 해 보나 통화이탈 지역이다.

혹여 2진그룹에서 탈피한 회원님들이 우리 뒤를 따라 붙었을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계속 든다.

 

더욱 거세어 지는 빗줄기와 더불어

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는 건

몇명의 회원님들 성격상 아마도 그러하리란 추측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백담사 입구 전경)  

 

더욱 거세어 지는 빗줄기를 뚫고

계획된 시간내에 1진 공룡능선팀과 2진 봉정암 경유 가야동으로 내린 팀이

모두 도착후 인원파악에 드니 6명이 빈다.

 

이미 도착했을거라 생각했던

1진팀에서 탈피 2진에 함류해 내려 간다던 두분을 포함 6명이 소제 파악이 안된다.

똥줄 탄다는 말....

애가 끓는다는 심정이 이런걸까 ?

운영진의 심사숙고로 모든 방법을 동원한 뒤의 결론으로

버스를 보내고 운영진 몇명만 남아 구조를 위해 떠나려 준비중 전해오는 핸드폰 소식에

난 생전 처음 뜨거운 울음을 흘렸다.

순간 진심으로 생전 믿어보지도 않던 온갖 신들을 향해 마음속으로 외�다

 

"하나님 부처님 천지신명님 산신님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함께 하신 주주클럽 여러분 감사함니다.

못난 산행대장으로 인해 제대로 챙겨 주지 못함을 너그러히 용서바람니다.

 

산에서 건강을 . 산찾사.

 

 (산찾사의 부탁 말씀)

 

1. 우선 1진 산행대장으로의 소임을 다 못한점 진심으로 사과드림니다.

    이보다 더 자세히 완벽함이 없을 산행 밑그림을 그려준 너른숲님의 계획을

    수행못한 저의 못남을 용서 바람니다.

 

2. 늦게야 도착한 6분은 회원님들께 미안한 마음 내지는 죄책감을 갖고 있다면

   이글을 읽는 순간 버려 주십시요.

   당신들은 죄가 없습니다.

   죄가 있다면 산에 대한 무지가 죄입니다.

   진실로 말하건데 당신들이 악천후에 악조건속에서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무모하게 진행한 산행은 죽음으로 향한 길였습니다.

   죽을 줄 뻔히 알면서 그길을 향하는 자는 자살자 외엔 없습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말 밖에 할 말이 없네요.

   무식한놈이 용감하다.

 

3. 오래 기다리느랴 지친 회원님들은

    6분에 조금이라도 서운한 감정 미운 마음이 들었다면

    그리고 지금도 그런 감정이 남았다면 지금 순간 잊어 주세요.

    그 상황에선 누구나 다 그럴수 있습니다.

    그래도 그런 마음이 든다면 제가 드리고 싶은 한마디는 이것뿐입니다.

     역지사지

 

4. 산행을 이끌며 저의 말에 상처입으신 분 분명 있습니다.

    안내산악회는 그저 선두가 시그널 깔아놓고 그거 보며 자기의 산행스타일 대로

    빠르면 빠르게 느리면 느리게 도착하면 됩니다.

    그러나 우리처럼 친목그룹 산행은 그들과 틀림니다.

    처음 말한 항아리 산행엔 팀웍이 생명입니다.

    우리처럼 산행능력이 극과 극을 달리는 팀에선 당신의 산행 스타일이 비수가 될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체력은 된다 해도 산에 대해 무지에 가까운 초보가 거의 전부인 우리팀 같은 경우엔

    더욱 그러하기에 그랬습니다.

    체력은 황제수준에 산행능력이 제로에 가까운 사례는

    죄송한 말씀이나 김 환식님이 대표적인 사례임니다.

    갈림길 마등령에 먼저 가 기다리라 했는데 정작 떠날실땐 저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비선대로 방향을 잡아 내린건 솔직히 당신들도 그럴수 있다란 저의 생각임니다.

    저의 진심이 아님을 밝히며 산행중 서운한 감정 있었다면 용서 바람니다.

 

5.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1진팀과 2진팀을 구분할때 정확히 누구까지 1진인지 2진인지

    파악을 못한채 하산시각에 맞춰 진행하다 소청3거리 까지 못 따라오는 사람은

    자동 2진으로 갈거려니 안일하게 생각했습니다.

    완전 착각였죠.

    제 불찰이고 실수였습니다.

    이점이 너른숲님께 제가 가장 죄송스럽게 생각하는 점임니다.

    이번 산행에 오점의 시발점은 따라서 저에게 있습니다.

    다시한번 엎드려 사죄드립니다.

   

 6.  끝으로 운영진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속만 태우고 있는 저에 비해 쏟아지는 빗줄기 고스란히 맞으며

      이리뛰고 저리뛰며 전화통 붙들고 여기저기 통화하랴

      관리사무소로 왓다리 갓다리.....

      아무튼 힘들고 어려울때 보여주신 우리 주주 운영진과 회원님들의 끈끈한 정과

      유대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이번 산행의 결실이라 생각함니다.

        

           여러분 사랑함니다.

 

          주주 주주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