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산~종암산~함박산 종주기.
산행지 : 영산의 영축산.종암산.함박산.
어느날 : 2008년 4월 06일 일요일.
누구랑 : 신셈님.너른숲님.황금사과님.초록잎새.산찾사.
산행코스 : 영산면 성내리 보덕암~신선봉~영취산~병봉(꼬깔봉)~임도
보름고개~종암산~510봉~함박산~함박 약수터~보덕암.
(산행 개념도)
지난 겨울은
내 마음속에 풍경 하나 매달고
바람이 불때마다 울려대는 그소리를 온종일 혼자 들으며
아프게 쩌~억쩍 금이가는 가슴 한쪽 쓸어가며 외롬과 서러움에 가슴앓이를 해댔다.
그런들
모든게 부질없는 짓거리....
오십을 한해 앞둔 이 나이에 아직도 욕망과 꿈이 남았더란 말인가 ?
그래
뭔가를 기대했다면
애초부터 순수성을 잃어버린 불순한 마음이리라.
봄이다.
하루하루 눈부신 변화가 소리없이 우리곁을 다가선다.
전날 저녁 출근길 갑천변에 저런게 있어나도 몰랐던 유채꽃이
밤을 하얗게 지새고 퇴근하는 이른 아침 여린 아기햇살을 받으며
노오란 꽃망울을 터트려 피곤에 지친 나를 반겨준다.
봄은 모든걸 녹여준다.
서러움, 외로움, 원망, 분노.
그리고.....
세상살이에 상처받은 마음까지도.
일요일 봄비가 내릴거란 주간예보는
산을 찾는 사람 산찾사에게 멀찌감치 밀려나
이른 아침부터 일기화창하다.
신셈님과 너른숲님 부부
그리고 우리부부 콱 채운 나의 애마 투산이는
성주 휴게소에서 20여분 쉬어갔어도 두시간만에 산행들머리
영산면 성내리 보덕암 주차장에 무사히 우릴 도착시킨다.
오랫만에 산에 드니 마음이 설레인다.
요것이 춘심인지 ?
아님 갱년기 중년의 변덕인지 요즘 내맘의 변화가 변죽이 들끓듯 한다.
조그만 공터에 나의 애마를 잠 재우고
보덕암을 향한 시멘트길을 올라 서려니 빨간모자 아저씨가 앞을 막는다.
이런~!!!
오늘 여기도 경방기간엔 입산금진가 ?
불안한 마음에 가슴이 콩~당 콩~당 뛰는데
다행히 대표자 한명의 신상기록으로 무사 통과다.
그런데 하필 요때
타의모범이 되어야 할 신셈님 딱 걸렸다.
골수 애연가인 신셈님 산행을 앞두고 급하게 허기를 메우듯 담배를 피우다
산불감시원의 눈에 걸린거다.
"그분 타의 모범이 돼야 할 선상님인데 잘 됐어유~
담배랑 라이터 압수하셔유~"
나의 부추김에 입이 삐죽나온 신셈님의 항변이 옹색하다.
"아~! 선생두 똑같은 사람여~"
수더분하게 생기신 산불감시원이
어디서 오셨나 묻는다.
대전에서 왔다 하니 충청도 양반들이 먼데까지 오셨는데
산에서도 담배를 피시것냐며 그냥 가시란다.
허~!!!!
충청도 양반이 여기서도 다 통하네 그려~!
영취산으로 향하는 길은
보덕사 입구 좌측에 문을 열고 기다린다.
그러나 우린 그 길을 무시하고 곧바로 보덕사의 가파른 계단을 타고 올라
산신각까지 오르니 산식각 옆으로 숲을 향한 등로가 어서 오시라 반겨준다.
영취산 정상을 향한 길은 가파른 오름의 연속이다.
날은 따사롭게 내리쬐는 봄볕으로 체감온도는 초여름이다.
시원스런 바람이 불어주어 그나마 다행이나
오랫만에 나선 산행에 초록잎새와 황금사과님의 발길이 더디다.
그러나 오늘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만만디 산행으로
오늘의 산행을 이끌어줄 선두 대장엔 황금사과님이.
그리고
후미대장엔 날센 발놀림을 자진하여 스스로 족쇄로 채운 신셈이 임명된다.
(활짝 핀 산버들)
보덕암을 떠난지 50여분만에 능선의 전망대에 닿는다.
날이 따사로와 그런지 뿌연 개스로 조망은 멀리까지 뻗어가진 못해도
시원스레 펼처진 창녕군의 들판과 저멀리 지난 겨울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누우런 억새가 선명한 화왕산의 전경이 드러난다.
(맨 뒤의 능선이 화왕산)
(맨앞 오른쪽 589봉 좌측이 영취산...그리고 뒤에 삐쭉 솟은게 고깔봉)
우리 일행은 전망대에서 간식을 나눠 먹고
목을 축여 갈증을 해소함으로 원기를 회복 시킴에 한달음에 신선봉을 올랐다.
신선봉에서의 조망은 압권이다.
신선봉 발아래 구계리의 평화로운 전원풍광을 시작으로
낙동강과 마산의 산줄기로 연상되는 연능이 파노라마로 펼쳐진 모습이 보이고
몸을 돌려 뒤돌아 서면
영취산과 병봉을 향한 능선이 울퉁불퉁 암릉의 근육질이 용틀림을 해대고 있다.
신선봉 정상에 서서 바라보니
구계리의 농촌풍경을 넘어 반대편 우뚝솟은 함박산이 마주 보인다.
저기가 우리가 마지막 올라야 할 산이다 말하니
황금사과님이 누가 이런 무식한 산행에 나를 끌어들였냐며 불만이나
눈빛은 기대감으로 반짝인다.
그런데 여기서 바라보니
우리가 가야할 길이 참으로 멀긴 멀다.
(신선봉에서)
신선봉에서 영취산 가는길은
암릉길로 까탈스럽게 내렸다 올렸다를 반복하며
가는 걸음을 더욱 더 더디게 만든다.
영취산 정상은
병봉을 향한 능선에서 약간 비켜난 위치에 있어
그곳을 올랐다 뒤돌아 내려와야 하는데 한번 올라선 뒤엔
결코 내려오고 싶지 않을 정도로 일망무제의 조망이 펼처진 선경이 반겨준다.
창녕의 모든 산군들이 한눈에 들어서고
낙동강과 몸을 섞는 남강의 흐름이 유려하다.
영취산 정상비 뒤엔 천길 낭떨어지 아래 산중턱에 자리잡은 사찰 구봉사가 내려다 뵌다.
(영취산 가는길)
(구계리의 풍광)
(589봉 옆으로 뾰죽 그 모습을 보인 병봉인 일명 고깔봉)
(영취산 정상을 향한 암릉길 뒤로 구봉사가 내려다 뵌다.)
(사찰 구봉사 전경)
영취산 정상을 되돌아 나와 병봉을 향한다.
병봉을 향해 얼마쯤 진행하다 소나무 그늘아래 자리를 잡아
산상의 부폐를 차렸다.
점심을 먹는 자리에 반주로 너른숲님이 오가피주를 건넨다.
집에서 직접 담근거라는데 한잔 마셔보니 달짝지근한게 맛있다.
거푸 2잔을 마시자 이내 열기가 올라오더니
알딸딸해 진다.
워낙 술을 못하는 체질이긴 하나
고놈 참 생각보다 독하다.
(병봉을 향하는 길)
점심 식사를 끝내고 병봉을 향하는 능선길 첫 갈림길인
능선 삼거리에서 한 100여 미터쯤 진행하자 한그루의 상록수가 자리를 지키는 자리에
가슴아픈 사연을 담은 추모비가 있어 걸음을 멈추게 한다.
고 김한출 영전에로 시작되는 비문은
아주 짧으나 그 뜻은 길가는 나그네의 가슴에 파문을 던진다.
가슴에 와 닿는 애절하고 안타까운 부부의 사랑은 가슴 저릿한 아픔으로 소리없이 스며든다.
고인이시여~
부디 영면 하소서~
(병봉을 향하여)
영취산에서 병봉을 향하는길 내내
오래전 산불의 상흔이 남아 산행내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아름다운 산세와 암릉으로 아주 훌륭한 등산로임에 더욱 옥에 티로 남아 있는 산불의 흔적이
말끔히 치유되길 빌어본다.
(곳곳에 보이는 산불의 흔적들)
병봉의 또다른 이름이 고깔봉인것은
굳이 설명을 안더라도 생긴모습을 보면 금방 알것같다.
고깔봉이란 이름값을 하려는 듯
고깔봉 정상을 향한 등로는 투박하고 거칠고 험하다.
(고깔봉 정상에서 함박산을 배경으로)
고깔봉을 내려서자
등로는 언제 그랬나는 듯 부드러운 육산이다.
지금껏 따겁게 내리쬐는 봄볕을 고스란히 받으며 걷던 수고로움이
일시에 보상받는 듯 시원한 소슬바람과 함께 소나무 그늘이 짙게 드리운 오솔길이 길게 이어진다.
솔숲 오솔길이 송이움막을 지나 임도와 만난다.
당연 임도를 버리고 솔숲을 향한 시그널이 다닥다닥 붙은 길로 들어설걸로 믿었던
너른숲님이 편하게 임도로 걷자며 그길로 향한다.
지금껏 빠른 발목을 족쇄에 물려있던 신셈님은 당연 반기를 들고....
잠깐의 고민끝에
신셈님의 빠른발에 해방을....
그리고 지친 우리일행에겐 편안함을 주고자 임도로 향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제 꾀에 제가 넘어가 버린 꼴이 되어 고난의 서곡이 시작된다.
임도를 따르다 첫번째 능선길의 오솔길로 접어들어 얼마 진행후 다시 임도로 내려선 우린
508봉을 앞둔 능선길 진입을 포기하고 더 진행하여 보름고개에서 진입을 하려다
그냥 지나치는 바람에 급격히 휘돌아 나가는 임도의 끝지점에 서고 보니 너무 내려섯다.
개념도를 꺼내어 확인하니 우리의 위치가
종암산에서 가지친 능선상 아래에 있는게 분명함에
길을 찾아 길도 없는 가파른 산길을 치고 올라 가느랴 죽을똥을 싸야 했다.
그사이
신셈님의 빠른발은 종암산을 넘어 390봉에 도착후
핸폰의 통화로 서로의 위치를 확인뒤 우릴 기다리느랴 한숨 늘어 주무셨다나 어쩐다나.....
(종암산 정상)
종암산 정상에서
부곡하와이로 향하는 삼거리에서 우측길로 접어든 우린
390봉 정상에서 헤어진 오늘의 후미대장 역활을 제대로 못해(?)
우리를 쌩고생 시킨 신셈님을 만나 진달래 만발한 오솔길을 걷고 걸어 510봉을 넘긴후
드뎌 함박산 정상에 선다.
(능선상에서 바라본 부곡 온천지)
(우리가 걸어온 반대편 신선봉을 바라보는 너른숲님)
함박산에서 내려오는 등로는 가파른 계단길이다.
오늘따라 유난히 지친기색에 약한 모습을 보인 너른숲님이 왜 그럴까 생각하니
환절기 독감에 겨우 헤어난게 몇일전임이 생각난다.
몇십년만에 걸린 독감으로
결혼이후 그렇게 아파하는걸 처음 �다는 내 아내 초록잎새의 말처럼
올 겨울 독감은 지독스러웠다.
그런 독감을 피해가지 못한 너른숲님의 바닥권인 체력에
지난 년말 송년산행에 부상당한 이후 처음 장거리 산행인 초록잎새와
역시 처음 장거리 산행인 황금사과님을 생각하면 오늘산행엔 다소 무리가 있슴에도
끈끈한 산우의 정으로 모두들 무사산행을 끝낼수 있어 오늘 산행이 참으로 행복하다.
(산행 날머리 함박 약수터)
(약수터에 만개한 벚꽃)
함박약수터에 도착후
그래도 그중 몸이 성한 내가 보덕사까지 달려가 애마를 끌고와
영산시내의 삼겹살집에 들려 풍성한 뒷풀이로 오늘 산행을 접는다.
함께 하신 산우님들
고생하셨고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