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허기를 달래듯 다녀온 치악 산자락

산 찾 사 2008. 2. 13. 18:09

어디로 : 치악산

어느날 : 2008년 2월 12일 화요일 (대체로 맑은날 약간의 황사)

누구랑 : 나홀로 안내산악회를 따라서...

어떻게 : 행구동 곧은치 매표소~관음사~곧은치~향로봉~남대봉

            ~상원사 갈림길~영원사~금대분소

 

지난 년말

초록잎새가 다친 이후 산에 든지 참으로 오래다.

아내의 부상도 이젠 그만 하기에 이른 아침 집을 나선다.

 

춘분도 지났는데

봄을 시셈하듯 꽃셈추위가 찾아들어 그런지

산악회 버스가 한가하다.

 

2시간 30분만에 산행들머리에 도착한다.

바쁘게 산속으로 사라지는 님들의 꽁지에서

모처럼 찾은 산사의 풍정을 느끼려 애써 발걸음을 늦춘다.

 

 

시멘트 소도로 옆 관음사를 지나

계곡을 낀 오솔길을 터덜터덜 걸어 오르는데

선두대장의 중책으로 지아비을 잃은 김수환 사모님이 홀로 따라 오신다.

 

항상 함께 다니시던 풍경님 부부는

독한 감기로 못 나오셔서 홀로 외로운 꽁지 산행이라 신다.

그럼 오늘은 제가 맨 후미서 함께 갈테니 걱정 마시라며 앞 세운 후

사모님 뒤를 따라 곧은치를 향한다.

 

 

향로봉에서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곧은치에 이르자 세찬 바람이 불어 제킨다.

얼른 베낭속 벙거지 모자를 꺼내어 머리를 덮어 보온에 신경 쓴다.

 

 

 

이내 향로봉에 도착한다.

능선에 붙으며 시작된 세찬 바람에

뚝뚝 떨어지는 체감온도는 휴식시간을 빼앗아 버린다.

잠시 쉴라치면 엄습하는 추위 탓인지 산행속도가 빠르다.

바삐 서둘러 앞서가는 사모님을 불러 향로봉 등정 증명 사진 한장을 남긴다.

 

 

향로봉을 지나자 마자

돌탑의 무명봉을 뒤로 한차레 가파른 내림길 뒤

평탄한 안부의 갈림길에서 금두계곡으로 가는 내림길을 버리고

남대봉을 향한 숲속의 잔설이 얼어붙은 등로를 아이젠 없이 조심스레 들어서서

걷다보니 바람이 자고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등로 한켠에서 선등하던 우리팀들이

자리를 잡고 중식을 들고 있다.

 

좁은 자리 넓게 파고들어 함께 식사를 하는데

오늘의 점심 메뉴가 본인이 불량주부인 관계로 간단한 백설기 떡이다.

그 모습이 안돼 보였나 ?

영부인(이 순자님)께서 구수한 누룽지를 함께 먹으라 건네 주신다.

이분 저분 건네주시는 간식까지 염치없이 배불리 얻어 먹으니

그간의 추위가 싸악 가신다.

 

 

 

 

 

 

 

 

 

 

 

  

 

식사를 끝낸 일행이 나란히 산행을 이어간다.

약간의 황사가 있을거란 일기예보는 적중하여 오늘 조망은 신통치 않다.

조망좋은 치마바위에서 바라보는 비로봉이 아련하다.

추모동판이 달려있는 바위아래를 지나 개미목을 넘겨 남대봉에 이른다.

 

  

남대봉에서 잠시 휴식후

1187 m 시명봉을 향한 능선을 따라 걷는다.

남대봉에서 얼마 진행하다 능선에서 조금 벗어난 망화대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멋지다.

그곳에서 바라뵈는 아들바위를 가르키며 xx 바위라 농을 치는

어느님(?) 때문에 한바탕 웃음이 산사를 조용히 흔든다.

 

 

상원사와 갈림길에 닿는다.

모두들 상원사 가는길을 생략하고 영원골로 향한다.

 

영원계곡은 눈속에 뭍혔고

꽝꽝 얼어붙은 얼음장 밑으로 간간히 들려오는 물소리가

봄이 가까워 옴을 알린다.

 

 

 

영원사 이후

길게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낯설다.

 

10여년도 더 지난 예전

충북선 열차를 타고 제천에서 접속되는

중앙선 열차로 치악역에 내려 한여름 땡볕을 받으며 힘겹게 걸어 들어온

이곳 영원계곡길은 지금처럼 널널한 시멘트 포장도로가 아닌 정겨운 오솔길로 기억된다.

 

뜨겁던 태양을 가리운 숲속 오솔길에

맑고 차거운 계곡이 너무나 아름답던 기억과 함께

쏘쩍새 마을의 일력스님이 운영한다던 불우아동 집단시설 지구....

그곳을 돌아보며 감동먹은 산우들이

5000원씩 지로를 통해 작은 정성을 보내던 몇년이 흐른뒤

믿고싶지 않던 더럽고 구린내 나는 소식은 장애우를 매개로 한 사이비 땡중의 치부소식였다.

 

한없이 맑고 깨끗함으로 기억되는

영원계곡과 상반되는 구역질 나는 인간의 추악함이 떠올려지는 이곳은

세월의 흐름만큼 내려서는 내내 변모된 모습으로 나를 맞아준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마지막길....

어린 동심이 발동한 산님들이 나이답지 않게 귀엽다.

 

저런 모습만 보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란 노랫말이 맞는것도 같은데

아마도 순수한 자연을 찾다보니 그런 순수를 닮아가는 산우들만 그런건 아닌지 ????? 

 

 

정말 오랫만에 찾은 깊은산이기에

허기진 듯 빠데고 돌아다니고 싶은 욕심 접어두고

걷는 걸음도 아까운 듯 그렇게 여유로운 발걸음을 한 하루다.

 

함께 하신 님들께 감사 드리며....산찾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