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3 그 15초의 아쉬움
언제 : 2007년 11월 04일 일요일
대회명 : 서울 중앙 마라톤
누구랑 : 초록잎새랑 주주클럽 님들과.
전날 싸우나에 들려
근무로 인한 피로를 말끔히 털어내곤 일찍 잠자리에 든다.
그러나 웬일인지
2시부터 저절로 떠진 눈을 그냥 감은채 시간을 죽이다
핸폰의 알람에 몸을 일으킨다.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해도
어쩐일인지 시간이 빨리도 흐른다.
남문광장으로 향하는데 겨우달려의 전화를 받는다.
"형님이 안 와 차 못 떠나유~"
에공~!!
이런 민폐를...
늦게 갔어도 멀미가 심한 초록잎새는 다행히
맨 앞좌석에 앉아 서울로 향한다.
입장 휴게소에서 찰밥 도시락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서울 공설운동장에 들어서니 일찍 도착한 덕에 시간이 널널하다.
아침일찍 밀어내기를 못한 초록잎새를 위해
경기장에서 아주 가까운 큰곰님의 본사 건물에 들려 해결을 한다.
역시 회사는 크고 좋은데 다녀야 한다.
큰곰님 본사 건물의 화장실은 아주 깔끔하다.
거기에 최신식 비데까지....
그것두 모자라 자판기 커피는 죄다 꽁짜다.
아예
거기서 대회복까지 갈아입어 준비를 갖춘후
주주캠프로 이동하는데 큰곰님 회사의 안온한 분위기에
너무 늘정대다 보니 대회출발이 촉박하다.
주주캠프에 물품을 맡기고 출발선상으로 향하는데 이누보자님이 내 뒤를 따른다.
그러나 이누보자님도
혼잡스런 출발선상에서 순간 헤어지고 홀로 A그룹에 겨우 끼어들자 마자
출발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다.
곧이어...
축포와 함께 우렁찬 함성을 시작으로
주자들이 한꺼번에 밀려 나간다.
초반
싸늘함에 굳은 몸이 5km를 넘기며 열이 올라
부드러워짐이 느껴지나 항상 대회 후반이 돼야 몸이 풀리는 체질이라 힘겹다.
한낮 대도심의 도로를 질주하는 쾌감도
초반 몸이 덜 풀린 고통에 잠식당한 채 그냥 아무 생각없이
큰 무리를 지어 달리는 한떼의 달림이들 틈에 끼어 고통을 견뎌낸다.
어느덧
10km 지점을 통과하며 시계를 보니 40분 45초다.
좀 빠른 듯 하나 큰 부담이 없는 느낌이라
같은 속도의 레이스를 이어간다.
15km를 넘기며
이마에 땀방울이 흐른다.
몸이 이제야 겨우 제 컨디션을 찾은듯 가뿐하다.
자꾸만 질주 하고픈 본능을 억지로 잠재우며 이 시점에서
조랑말님이 꽁짜로 건네준 겔 하나를 짜 넣어 20km 이후를 대비한다.
20km 지점을 앞두고
급하게 짜먹은 겔의 영향인지 왼쪽 배가 결린다.
풀코스를 완주하다 보면 이런 저런 현상의 하나일뿐
크게 신경쓰지 않고 대신 약간의 페이스를 늦춰 조급한 마음에 여유를 준다.
주로 표시점 20 km 지점을 통과한 시각이 1시간 22분을 넘기고 있다.
하프지점에 반환점이 있을거란 예상이 빗나가고
반대편 주로에 선두의 프로선수들이 보인다.
우리나라 선수가 몇명쯤 낄거란 나의 기대완 달리
모두다 씨커먼스 이국의 선수들이다.
결리던 왼쪽배의 아픔이 사라질쯤 24.950km 의 반환점을 1시간 42분에 통과한다.
반환점을 돌아서자
왔던길의 반대편 주로에 길게 꼬리를 문 주자들이
원색의 물결을 이룬 장관이 펼처진다.
이쯤에서
다시 보충제 겔 하나를 입에 문다.
그런데...
오른쪽 칩을 메단 발등이 언제부턴지 불편한 느낌였는데
묵직한 통증으로 변해 새로운 심적부담으로 나를 압박한다.
좀 견디면 나아 지겠지란 생각으로
페이스를 좀 늦춰 잡아 오늘 서브3 나의 기록을 갈아치우리란 욕심에
제동을 걸어본다.
속도를 좀 늦추자
지금껏 잘 달리던 리듬이 깨지며 페이스 다운....
30km를 2시간 2분이내 통과 할수 있을거란 예상이 빗나가며
2시간 5분에서 6분을 넘기고 있다.
풀코스 2:55 기록을 염두에 둔 나의 결심에 먹구름이 드리운다.
그러나 다행히 아직 힘이 넘친다.
30km를 넘긴 주로가
일직선상 변함 없슴의 지루함이 레이스에 힘을 뺀다.
그러나
크게 힘이 딸리지 않는 체력을 믿고
다시 속도를 올려 1km 쯤 속도를 내다보니
묵직한 느낌이던 발등이 마치 바늘로 콕콕 쑤시는 통증이 전해저 온다.
머리끝 까지 전해저 오는 통증의 고통을
더이상 감내하기엔 나의 인내가 한계에 다달았다.
여기서 주저 앉아 신발끈을 풀러 다시 메면 나의 기록갱신은 물 건너 간다는
생각에 더 참아 보지만 그건 나의 생각뿐
내몸은 이미 주로를 벗어나 한발을 견주로 턱에 발을 올리고 있다.
마음은 급해 죽겠는데
신발끈은 왜 이리 더디 풀리는지....
신경질이 머리끝까지 뻗처 오르며 화가 부글부글 끓어 오른다.
대충 끈을 넉넉히 늘여 잡아 메고 일어서는 순간
오른쪽 종아리가 굳어지며 돌아가는게 보인다.
예전 쥐에 물려 그 괴로운 고통의 맛을 기억하고 있던 난 더럭 겁이 난다.
기록갱신이고 뭐고 다 집어치고
일단 쥐 퇴치작업에 몇분을 더 할애 후 일어서니 더이상 뛸 마음이 사라진다.
그러나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서브3 기록만큼은 아직 시간이 여유롭다.
초반 그 만큼의 오버페이스 일수도 있으나 내 신체에 느껴오는 힘의 느낌은
아직 싱싱함 그대로다.
대략 35km를 지날쯤인가 ?
다시 전해저 오는 발등의 고통....
이왕 늦은거 다시 쭈구려 앉아 아예 끈을 왕창 늘여 메고
일어서는데 주주의 유니폼이 획~ 지나간다.
유니폼 뒷면에 세겨진 이름을 보니 이눔의시키이따보자의 이누보자님이시다.
이따가 볼것 없이 당장 보자구
얼른 일어서서 뒤저라 뒤를 따라 동반주를 하자
아주 반가워 하며 200여 미터 앞에 레인보우님이 가고 있다 알려준다.
이누보자님의 레이스가 좀 힘겨워 보인다.
같이 달려보는데 자꾸 처진다.
좀 미안한 감이 드나 잠시의 동반주에서 탈피 앞서간 레인보우를 향해
마지막 힘을 쏟는다.
39km지점
저 멀리 레인보우님이 보인다.
얼른 따라잡아 옆에서 동반주를 하고 싶은데
오른쪽 발등의 아픔에 이어 종아리에 쥐새끼가 들락날락 나를 괴롭힌다.
40km지점에 이르자
아주 가까이 다가온 레인보우의 뒷 모습은 힘에 부쳐 보인다.
나 역시 이젠 힘이 다한 느낌이다.
마지막
휘니쉬 라인 운동장이 보인다.
시계를 보니 잘 해야 턱걸이 서브3 가능권이다.
이젠 쥐가 날 잡아 먹든 말든 마지막 힘을 쏟아 붓는다.
그래야
경기후 짙은 미련을 떨굴수 있기에....
최선을 다한 질주....
경기장 진입을 앞두고 레인보우를 제치고
휘니쉬 라인을 향해 무섭게 돌진하며 수많은 주자를 제킨다.
전광판의 시계를 보니
이제 막 1분을 넘기고 있다.
장내의 아나운서 목소리가 내 귀를 파고든다.
이미 서브3는 실패했으나 최선을 다하는 저 주자에게 박수를 어쩌구 저쩌구~.....
우이씨~
니 나 약올리냐~?
휘니쉬 라인을 밟으며
한가닥의 기대....
좀 늦게 출발 했으니 혹시 ?
그러나
내 스톱워치 마라톤 시계는 이미 22초(공식기록은 15초)를 넘겼다.
칩 반납을 위해 운동장을 돌아 나오며
서운함도 아쉬움도 미련도 칩과 함께 다 반납하자 거듭 다짐을 한다.
칩 반납처에 이르러
칩을 풀기위해 쭈그려 앉았다 일어서려는 순간
지금껏 슬슬 약만 올리며 들락날락 하던 쥐새끼가 기여이 덤썩 물어버린다.
그래
물어라
당해도 싸지
자책인지 자괴감인지 ?
그냥 운동장에 나뒹굴어 고통을 삭히고 있으려니
의료요원과 자봉님들 달려들어 나 대신 아주 멀리 쥐새끼를 몰아 낸다.
순간
몰려드는 생각은
아픔보다 왜그리 쪽팔리단 생각이 더 드는지 원~!!!
주주 캠프에 도착
옷을 갈아입고 갈증을 삭히는 시원한 맥주 두어잔 연거퍼 들이키자
행복쟁이님 처다보며 하는말
"산찾사님두 술 잘 드시네"
컵라면 하나 더 위장에 채워
배고픔 보단 허망함을 메우려 노력해 보지만
어찌 내맘을 내맘 대로 하리요....
시간을 보니
사랑하는 아내 초록잎새가 들어올 시각이 임박하다.
마중을 나가 들어서는 주자가 잘 보이는 잔듸밭 가장 자리에 주저 앉는다.
순간
쭉쭉빵빵 미녀 하나가
앉아 있는 내 곁에 쓰러지며 비명을 질러댄다.
얼른 일어나 응급조치로 쥐를 몰아 내는데 요놈의 쥐새끼가 미녀가 좋아던지
이다리에서 저 다리로 저 다리서 다시 이 다리로 왓다리 갓다리....
할수없이 지나는 다른사람을 불러세워 함께
그 미녀의 종아리 허벅지 사정없이 꺽어도 보구 만지구 두두려
쥐를 �아 내자 거듭 감사하다구 인사를 한다.
아마도
세상에서 생면부지 여인의 종아리 허벅지까지
죄다 주물러준후 따귀 안맞구 고맙단 소릴 듣는곳은
마라톤 경기장외엔 없을거란 생각이 든다.
잠시후...
환하게 웃으며 나를 향하는 아내가 보인다.
42.195km를 달려온 여인답지 않게 생생한 초록잎새가 자랑스럽다.
자신의 기록이 4시간 03이란다.
좀 더 노력해서 03분 단축해 서브-4 하지 라고 말하자
절대 그런소리 말란다.
자신은 그저 즐기며 달리는게 좋으니 강요말란다.
영원히 죽을때 까지 하며 건강하게 살려면 저래야 하는데...
말톤의 명인은 바로 내 아내다.
저런 마음이 난 언제나 들까 ?
언젠가
나두 모든것 다 비워내고
즐달의 명인이 될날이 올테지.
그날을 위해 난 오늘도 내일도 묵묵히 달려가련다....
그리고...
오늘 15초의 아쉬움은 내년에 되갑아 주련다.
(휘니쉬 라인의 전광판 시계를 바라보며...)
(그래두 최선을 다해 마지막 질주)
(즐달의 명인 초록잎새)
(앗싸~!! 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