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억산 구만산 육화산 종주산행

산 찾 사 2007. 11. 2. 15:14
 

산행지 : 억산.구만산.육화산

 

어느날 : 2007년 10월 30일 화요일 (맑음)

 

누구랑 : 초록잎새랑 청솔을 따라서...

 

이동경로 : 석골사~딱밭재~범봉~억산~구만산~육화산~장연리

            

               (도상거리 약 26 km......산행시간 6시간 50분)

 

  (산행 개념도)

 

-후기-

 

중앙 마라톤 풀코스 출전 5일전이다.

올 마라톤 결산의 의미를 둔 출전이기에 은근히 욕심이 앞선다.

주주클럽엔 이미 동마와 춘천에서 각각 1명씩 서브3를 달성한 주자가 있어

더욱 기록에 대한 욕망이 끓어 오르나

어디 그게 욕심만으로 이뤄질 꿈인가 ?

 

연습이라곤 겨우 지난달 대전 마라톤 풀코스 출전이

올 6월달 100km 울트라 마라톤 출전이후 최장거리를 뛴 초라한 연습량이라

마음을 비우려 하지만 그게 참 어렵다.

 

보름전 천안 하프마라톤에서

1시간24분의 기록이 속도에선 아직 녹슬지 않는 기량을

말해주나 LSD의 연습 부족량으로 인한 30KM 이후가 문제다.

출전을 몇일 앞둔 시점에서 오버트레이닝은 오히려 역효과...

편안한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지구력에 지대한 도움을 주는 산행에 나선다.

 

도심의 가로수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짙은 가을색으로 변모해 가는것에 비례하여

살갖을 스치는 바람 또한 싸늘해 진다.

 

이른 아침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찬바람이 정신을 일깨워 준다.

세이브존에서 승차한 산악회 버스는 평소와 다르게 많은 산악인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다행히

멀미 심한 초록잎새를 위해

앞자리 특석을 찜해준 원추리님으로 인해

큰 걱정 덜은 난 뒷자석에 자리를 잡았다.

대전을 벗어나며 만차가 된 버스는

석골사로 향한 힘찬 질주끝에 무사히 산행들머리에 도착한다.

 

석골사로 향하는 길 양옆은

사과 농원의 탐스런 사과들이 군침을 돌게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남쪽지방엔 사과농사가 이젠 어렵다더니

어쩐일인지 이곳은 예외인것 같다.

제천을 운행하며 바라보는 충주의 사과보다 이곳 사과가 더 실해 보이고

아삭하니 맛이 좋을것 같다.


 


길옆 좌측의 석골사을 스처지나며

상운암으로 향하는 이정표를 따라 들어서자

숲속의 오솔길이 신선한 공기와 함께 반겨준다.
 

  (석골 폭포)


초반 상운암 계곡과 이별하며

등로가 지능선을 향하자 원색의 물감을 콕콕 찍어 놓은듯한

선홍빛 빛좋은 단풍들이 모든이의 시선을 잡는데

함께 오른던 여인들이 일제히

탄성을 내 뱉는다.
 

 

초반 싸늘함은

오름이 시작되자 곧이어 겉옷을 벗기고 

이내 속옷을 적시더니 이마에 구슬땀을 흘러 내리게 한다.

아내와 함께 앞서 걷는 사람을 따라

세월을 죽이며 걷는 오름길은 능선 사면에 펼처진

아름다운 풍광에 힘든줄 모르고 올라 삼거리에 이르니 딱밭재다.

 

예전 기억에

딱밭재와 상운암이 아주 지척으로 알았는데

범봉을 향하다 운문산을 바라보니 산 중턱에 자리잡은 상운암이 멀리 보인다.

그땐 힘이 넘쳐 그랬나 ? 

 


범봉을 넘어서자

눈앞엔 깍아지른 절벽의 암릉이 떠억 버티고 서있는 모습이

웅장한 모습으로 다가선다.

일명 쪼개진 바위다...

 

예전 나홀로 영남 알프스 종주시

간월재에서 야영할때 텐트를 벅벅 긁어대며 밤새 크렁크렁 대는 짐승에 놀라

먹은게 급체하는 바람에 아침과 점심까지 거의 굶다시피한 상태에서 가지산 운문산을 거처

이곳에 이르자 체력이 다 해 눈물을 머금고 억산을 코 앞에 두고 석골사로 하산해야 했던 기억이 떠올려진다.

 

그때 군침만 질질 흘리며

바라봐야 했던 그 희디 흰 암릉 덩어리를 향한 발걸음이 가볍다.

 

쪼개진 바위를 돌아나가는 우회로를 따라 가다

암릉사이에 희미한 선등자의 자취를 더듬어 오르자

직벽구간에 동아줄 하나가 늘여저 있다.

그 줄을 잡고 올라서는데 내 뒤를 따르던 초록잎새는

직벽구간 옆  대슬랩의 암릉을 겁없이 달려들더니 순식간에 올라선다.

 

우리 뒤를 따라 오르던 일행들에게

다소 위험하니 이리 오르지 말고 우회로를 이용해 오라 소리처도

모두들 들은척 만척 모두들 암릉과 사투를 벌인후 다행히 무사히 쪼개진 바위정상에 안착한다.

 


   (억산의 쪼개진 바위 전경)



 



 



 



 



 


 



 



 


쪼개진 바위를 지나

정상빗돌 아래 평평한 자리를 골라 함께 점심을 먹는데

내 베낭을 열어보니 800리터 수통이 하나뿐이다.

갈길은 아직 멀고도 먼데 식수가 벌써 다 떨어지려 하니 큰일이다.

아내에게 왜 겨우 물 한통뿐이냐 은근히 비난조로 말을 붙였다 혹만 더 붙인 꼴이 됐다.

 

"그렇게 똑똑한 당신이 직접 좀 챙기지  아침에 일어나 뭐했수~"

 

할말 없다.

나야 일어나서 챙겨주는 밥이나 먹고

세수하고 찾아주는 옷입고 나오는것도 바뻣으니...

 

점심후

아주 아껴가며 겨우 목만 살짝 축이곤 일어나

구만산을 향한다.
 



 



 



 



 



 

 
 
억산에서 길게 뻗어 내려간 동릉이 불끈 솟구친 785m 구만산은
임진왜란때 구만명의 피난민을 수용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답게 멀고도 멀다.
 
선등자의 뒤만 따라 가는 안내산악회는 마음이 편하다.
굳이 신경을 써가며 지도정치를 할 필요가 없기에....
 
구만산 정상을 뒤로 육화산을 향하는데
이상하게 계속 계곡으로 떨어저 내리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길을 잘못 든것 같은 예감에 앞서서 잘도 걸어가고 있는
아내를 불러 세운후 베낭속에 구겨 넣은 개념도와 나침반을 꺼내어 확인을 하니
능선에서 한참을 벗어났다.
구만산 정상에서 능선을 이어 산행하려면 정상에서 뒤돌아 나와 능선을 이어야 되는데
지금 이길은 계곡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우야튼
선등자 가는길만 모두다 따라가면 문제될건 없다.
 
계곡에 내려서자
제일 반가운게 흐르는 물소리다.
얼른 수통을 꺼내어 물소리 나는곳으로 달려가
우선 실컨 물을 들이킨후 수통에 하나 가득 물을 채웠다.
 
선등자의 시그널은 다행히 계곡을 건너
구만산에서 이어저 온 능선을 향한 가파른 오름길로 안내를 한다.
그제야서야
산행시작전 구만산에서 육화산을 잇는 능선길이 희미하고 잡목이 많아
직등으로 잇는 등로로 진행 할거라는 원추리님의 안내산행 설명이 생각난다.

 

 

 
육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완전 육산이다.
자연 발걸음도 빨라지는데 금방 나올것 같은 육화산 정상은
바로 코앞의 봉오리 이겠거니 하고 올라서면 저 멀리 더 높은 봉이 나타나고....
 
몇번째의 무명봉을 타 넘은 뒤에야
드뎌 육화산에 올랐다.
오늘 5시간 산행의 예상 거리치곤 너무나 멀은 거리다.
아무래도 이상해 베낭안의 개념도를 꺼내어 대충 거리를 측정해보니
도상거리만 26 km가 넘는다.
예상한 하산시간에서 벌써 1시간을 넘긴 시각이다.
우리부부가 선두권임을 생각하면 후미는 아무래도 야간산행은 피할수 없을것 같다.

 


 

 
장연리가 시원스레 내려다 뵈는 하산길은
암릉과 어우러저 아름다운 풍광을 마지막으로 선사한다.
 
오후 6시도 못된 시각임에도
하루해는 벌써 하루를 마감할 준비를 하며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드리고 있다.

 
 
장연리 마을은 온통 감나무 천지다.
마을 들녁도 담장도 가지가 찢어질 정도로 잘 익은 감은
또 다른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우리가 하산 후 2시간을 더 기다려
기력이 쇠진한 한분의 하산이 마지막으로 완료된 뒤
구만산에서 구만폭포를 경유한 도중 탈출로로 일찍 하산한
후미일행이 있는곳을 향하며 오늘의 산행을 끝낼수 있었다.
 
예상에서 빗나간 뜻밖의 장거리 산행이
암릉의 절벽에서 바라봤던 억산의 빼어난 풍광과
고운단풍으로 물든 산하와 함께 우리부부에겐  그저 아름다운 한편의 추억이다.
 
심성고운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함이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무사산행에 함께 하신 산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