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올 여름 마지막 우중산행

산 찾 사 2007. 9. 3. 23:55

산행지 : 원통봉.애기암봉.장성봉

 

산행일 : 2007년 9월 02일 일요일 (하루종일 비)

 

누구랑 : 벽산. 너른숲. 강건너 덕배. 별땅이. 재넘이. 은호. 산찾사.

 

산행코스 : 완장리 마을회관~모래실 고개~원통봉(668.5)~잣밭재~애기암봉(732)~장성봉(915.3)~버리미기재

 

 

 (산행 지도)


장마가 끝난 뒤 오히려

연일 장마같은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오랜기간 기획된 이번 산행은 길게 능선을 밟는 종주 산행으로

새벽에 출발하기로 된 애초의 계획이 폭우로 출발시각이 늦춰지며

결국엔 산행코스가 반토막으로 조정된다.

 

그러나 

모래실 고개에서 장성봉을 잇는 능선만 못 가본 난

그럭저럭 만족한 산행코스다.

 

신탄진 나들목에서 산우들을 만나

증평을 거처 쌍곡계곡을 들어서자 길 양편의

군자산과 칠보산을 휘감은 운무가 장관을 연출하자

너른숲님 입이 벌어지며 중국 황산보다 더 멋지다 감탄사를 연발하고

강건너 덕배는 몽환적인 풍광이 환상이라며 오늘 산행의 기대치를 한껏 올린다.

 

오늘 일기예보엔 분명 오후 개임이다.

작년 속리산 동릉의 우중산행때 천황봉에 올라 바라본

운무의 장관을 떠올리며 오늘도 그런 행운을 기대하며 제수리치에 도착한다.

 

산행들머리 제수리치에 차량 한대를 놓고

완장리로 떠나려는데 오늘 산행을 기획한 재넘이 대장이

늦게 시작한 산행과 우중을 감안하여 날머리를 버리미기재로 수정한다.

순간 산행코스가 더 짧아진다.

그래도 누구하나 불평 한마디 없다.

 

와우~!

 

산행대장의 카리스마에 나 또한 기냥 쭈구러든다.

 

나의 차량을 버리미기재에 남겨놓고

7인승 재넘이 차에 옮겨 타는데 비좁은 공간에

그 조그만 체구가 뭔 큰 공간을 만들것다구 낼름 땅이가 짐칸으로 넘어간다.

체구는 작아도

남을 배려하는 땅이의 마음은 땅만큼 바다만큼 넓고 넓다.

 

    (완장리 마을 회관에서)

 

오늘은 초반부터 알바다.

5만분의 1지도의 한계인가 ?

분명 지도엔 도로가 마을을 지나도록 돼 있건만

얼마 못가 도로끝....

 

모래실 고개로 향하는 거리를 단축해 보려던 욕심을 접고

마을회관에 차를 주차후 완장교를 되돌아 나와 개천을 끼고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올라간다.


 

 


 

시멘트 포장도로가 끝나는곳의 두갈레 길에서

오른쪽길을 택하여 오르다 다리 하나를 건너 인삼밭을 낀 오솔길을 오른다.

 

오솔길은 개천을 네번을 건너야 하는데

물어난 물로 징검다리를 도저히 건널수 없어 모두들 양말을 벗고

등산화를 들고 개울을 건너는데 초반부터 은호는 등산화채 첨벙 첨벙 뛰어든다.

 

 


첫번째 개천은 바짓단만 걷어 올려도

무난하게 도강 하는데 지장이 없었는데

두번째 개천은 도저히 안되겠던지 너른숲님과 벽산님 바지를 벗어

우리에게 흰빤쭈와 싯꺼먼 빤쭈를 보여준다.


 


찝차 하나가 폐차되어 흉물스럽게 방치된곳을 건너는 것을

마지막으로 우리팀의 도강작전은 그런대로 무사히 끝을 맺는다.

땅이가 솟다리임에도 그중 수월히 도강에 성공한것은 짧은 반바지의 공이 컷다.

그러나 디카를 담은 비닐봉투를 움켜쥐고 건너는 모습이 참으로 불안스러워 보인건

순전히 땅이의 값나가는 보물1호 디카 때문이다.


 


개천을 앞두고

길이 두갈레로 갈린다.

좀더 뚜렷하고 시그널이 달려있는 직진길은

반점을 거처 애기암봉을 향한 길임으로 우린 진행방향 우측의

인삼밭을 낀 오솔길로 향한다.


 (반점과 모래실 고개로 갈리는 갈림길에서....)


모래가 많이 쌓여있다 하여

모래실이란 이름을 얻은 모래실 고개를 찾아가는 길은 희미하다.

그간 선등자도 없었던듯 낡은 시그널 하나 볼수 없다.

 

모래실 고개로 향하던중

도중에 뚜렷한 임도수준의 등로와

희미한 길이 나오는 갈림길에서 의견이 분분하나 결국엔

재넘이 대장이 선택한 희미한 소롯길로 향하는데 결론은 버킹검이다.

정확히 우린 모래실 고개에 당도한다.

 

그러나...

모래실 고개는 이정표 하나 없고

기억될만한 뚜렷한 지형지물 또한 없는데

완장리 마을 뒷쪽의 능선에서 내려오는 등로에 표지기 하나가 메달려 있다.

 

모래실 고개는 곧바로 내림길로 이어지는데

우리가 진행해야 할 능선엔 길도 없고 온통 잡목뿐이다.

좀더 내려가면 좋은길로 올라서는 우회로가 분명 있을거란 짐작이 드나

우직한 오늘 산행대장님

가는 방향과 능선과 능선을 잇는 마루금은 이곳이 확실하니

그냥 치고 오르자 결정을 내리곤 산우들을 향한 외침이 도스께끼다.

 

뚜렷한 능선을 만나기까지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잡목을 헤치며 가파른 산길을 이리저리 헤치며 오르느랴

뿌연 김이 서린 안경을 닦으며 갖은 고생을 다해 능선을 오르자

이내 뚜렷한 등로가 반기고 운무에 휩싸인 건너편 산 능선이 아름답게 다가선다.

 

   (모래실 고개 반대편 산능선 모습)


 


  (능선에서 바라본 모래실 마을)


뚜럿한 등로를 만나자

마음이 놀놀해지며 비로소 안도감과 함께 시장기가 감돈다.

 

원통봉을 향한 능선중 첫번째 만나는 암봉을

가느다란 동아줄에 의지해 올라보니 사방팔방 운무가 삼켜먹어

우린 구름위의 신선이 됐다.


 (첫 암봉을 선등하여 내려다보는 너른숲님)






암봉에 올라서니

너른 너럭바위가 여러명 앉아 점심을 먹기에 적격이다.

 

오늘 생일을 맞은 덕배를 위해

땅이가 케익을 정성스레 준비했고

酒神 덕배를 위해 모두들 술 한병씩을 내놓는데

겹치는 종목이 없이 주류가 참으로 다양함에 생일 맞은 덕배가 아주 흡족해 한다


 






덕배의 생일 축하송이 산정에 울려 퍼지고

달콤한 케익과 향긋한 온갖 주류로 몸을 데운후

준비한 도시락으로 산상의 만찬을 펼치니 온갖 행복이 다 여기 모였다.

 

배를 불린후

관세음 보살의 호를 따 이름 젓다는 원통산을 향한다.

이곳에서 원통산까진 대략 1km 남짓 거리라 늦게 시작한 산행시간을 벌충하랴

서둘러 바삐 걸음을 옮긴다.


 

 (능선상 첫 암봉에서 중식후 단체사진)

 


원통봉까지 등로는 완만한 능선이 지속되다

별 뚜럿한 이정표나 특징없는 원통봉을 스처지나며 내림길이 이어진다.


 

   (산 채송화)

 


원통봉 내림길의 끝 안부에 도착한다.

옛날 잣나무가 많아서 잣밭재라 하는데 지금 잣나무는

눈 씻고 봐도 한그루도 발견할순 없고 그 대신 아주 고약한 안내문만 눈에 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니들은 내땅 절대 밟지 마라 이며

알리는이는 문경군수와 봉암사 주지다.

 

그런데 웃긴다.

그냥 봉암사 주지 하나만 써 넣지

왜 문경군수는 꼽사리 껴다 넣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거 사실이면 문경군수 할일 디게 없는놈이다.

 

희양산 지름티재 처럼

지켜서지 왜 이곳은 보초병이 없는지 ?

 

너른숲님  한마디 하신다.

 

"우리 오늘 비도 오고 그러는데

그냥 잣밭재 넘겨 봉암용골로 내려 봉암사나 가볼까 ?

내려서면 지들이 죽일겨 살일겨~ 아님 도로 올라가라구 할거여~"

 


   (잣밭재에서...덕배손에 든게 뭐냐구여~? 덕배에게 무러바바~)

 


잣밭재를 뒤로 애기암봉을 향한다.

산 모양이 장군이 나올만 하다 하여 애기암봉이란다.

운무가 그득하여 산세를 볼수 없으니 장군이 나올지 졸병이 나올지

알아볼순 없으나 애기암봉을 오르는 길은 참으로 가파르고 험하다.

미끄러운 암릉과 가파른 등로는 빗물을 머금어 오르는 내내 긴장감을 자아낸다.

 

애기암봉을 오르던중

등로 한켠 못생긴 사람형상의 바위를 보며 모두들 한마디....

 

"혹 저게 애기바위 아녀~?"

 

 

  (왼쪽의 못생긴 사람형상의 바위)

 

 

 


가파른 등로를 겨우 올라서자

진행방향에서 약간 벗어난 좌측으로 무명봉이 있어

그게 애기암봉인줄 알고 올라서니  바로 앞에 좀더 높은 봉이 보인다.

 

무명봉 끝엔

천길 단애절벽이 자리하고 있어

맑은날 이곳에 서면 조망과 경치가 아주 좋으리라 생각된다.



  (무명봉)

 

 

무명봉을 뒤로

몇 걸음 올라서자 애기암봉이 반긴다.

애기암봉 정상엔 조그만 돌을 몇개 쌓아 놓고 매직펜으로 애기암봉이란 글을 적어 놓았다.

 

그 초라한 정상의 돌탑위론

설치한지 얼마 안돼 보이는 정상표시를 단 팻말이 보이는데

반갑게도 같은 직장인 철도공사 소속이 설치한 팻말이다.

 

저 정도의 성의와 열성이면

아주 잘 운영되는 산악회가 분명함에

한편 부러움이 든다.

 

나혼자 활성화 시키려

발버둥치고 노력해도 소용없어 결국엔

20년 가까이 끌어오던 대전기관차 사무소 산악회를 공식 해체 시킨일이

못내 아쉬움과 서운함에 가슴 사무치는데 기관사들의 산악회 모임인 영주기관차 산악회 팻말을 보니

하염없는 부러움이 밀려든다.


    (애기암봉 정상 팻말)

 

 

 

애기암봉을 올랐으니

모처럼 길게 휴식에 든다.

휴식엔 알콜을 위장에 털어넣어 완전 홀딱 젖은 몸에 찾아든 한기를 떨친다.

 

장성봉 가는길은

애기암봉을 오를때완 달리 가파름은 없고 육산과 암릉이 어우러진 등로다.

진행하는 곳곳에 간혹 까탈스런 암릉이 앞을 막아서나 그 또한 우리에게 또다른 산행의 즐거움일뿐....


 


 

장성봉을 향하는 등로엔 여러 암릉이 맞아 주는데

아래의 암릉은 그 모양이  달팽이를 닮아 달팽이 바위라 이름을 지었다.

날이 좋은 맑은 날이라면 저 달팽이 등껍데기를 올라타구 놀다 오련만 올라�자

뵈는건 희뿌연 개스라 그냥 사진한장 담는걸로 만족하고 가던길을 재촉한다.

 


 (달팽이 바위)



   (요건 산부인과 바위라 할까유~?)

장성봉을 향하는 등로마다

문경군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전화 하라는

일련 번호가 메겨진 안내판이 가는 곳곳에 세워저 이정표 역활을 한다.

 

진행할때 마다 등로상 안내판의 번호가 줄어들면서

드디어 대야산에서 장성봉을 거처 희양산 백화산 이화령 조령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상의 능선과 만난다.

 

여기서 915.3봉인 장성봉은 10여분거리다.

이곳의 산군들을 몇번씩 와본 난 장성봉을 향하다 말고

비는 주룩주룩 내리지 가 봐야 조망도 없을거란 생각에 괴찮은 생각이 들어

발길을 돌린다.

 

땅이와 너른숲님과 함께

장성봉을 향한 길을 버리고 버리미기재로 향한다.

 

버리미기재로 향한 내림길 도중

단애절벽의  평평한 암반에 올라서니

암반의 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소나무에 반가운 시그널이 눈에 뛴다.

나의 모교이름이 세겨진 시그널이다.

숱하게 여러 산지를 돌아 다녀�는데 오늘 처음 보는 시그널이라 더더욱 반갑고 정겹다.


 

 (나의 모교 시그널)

버리미기재에 도착

재넘이와 함께 차량회수를 하러 떠난 동안

산우들 올 여름 마지막 알탕을 즐긴다.

 

하루종일 젖은몸이라 꿉꿉한 몸이 불편하여

차량회수후 갈아입을 옷을 들고 계곡에 들어가

온몸 소름이 오소소 일어서는 추위도 아랑곳 없이 텅~벙  계곡에
뛰어드니 그간 산행의 피로가 살아지는듯 하다.

 

대전을 향하는 귀로...

오후 늦게 개일거란 일기예보를 비웃듯 비가 나린다.

오늘 생일을 맞은 덕배를 위해 뒷풀이는 명줄을 길게 해준다는 의미로

둔산동의 칼국수집을 찾았다.

 

회사직원을 안내산행후

대전에 도착한 문필봉님까지 합류한 뒷풀이는

삼합을 곁들인 홍탁과 두부 두루치기에 칼국수까지

식성들도 좋아 접시들을 깔끔히 비워내는 동안 정담과 웃음이 시간을 잡아먹는다.

 

늦은밤

정겨운 산우와 헤어지는 밤공기는

지겹게 내리는 비가 후텁지근한 공기를 몰아낸듯

선듯 선듯한 바람이 피부를 스친다.

 

이 비가 그치고

그리고 이밤이 지나면

계절은 분명 가을로 성큼 다가서겠지 ?

 

아~!

어느새 가을이다.

그렇담 오늘 산행은 분명

올 여름 마지막 추억의 우중 산행이 될것이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