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맛을 찾아 떠난 불갑산 산행
산행지 : 영광 불갑산
산행일 : 2007년 2월 10일 토요일 (흐림)
산행코스 : 주차장~덫고개~노적봉~법성봉~투구봉~장군봉~연실봉
~구수재~용봉~도솔봉~불갑사~주차장 (산행 4시간)
누구랑 : 산찾사.초록잎새.너른숲.황금사과.
(산행지도)
입춘을 넘겼다고는 하나
환경 파괴로 인한 기온 온난화 현상에
겨울이 짧아짐을 피부로 느낄만큼이나 날이 포근하다.
전날 봄을 재촉하는 마른 대지를 적신 단비가 내린뒤의 포근한 날씨는
높은 습도로 이어저 자욱한 안개를 뿌린 이른 아침 먼길을 가야 하는 나그네는 성가시다.
주차하기 좋아 만나기로한 남문광장의 한 귀퉁이에 차를 대고
얼마쯤 기다리자 차문을 두두리는 숲님 부부의 환한 미소가 안개낀 흐린날의
우울함을 밀어내며 신선한 아침공기와 함께 나의 애마 투산이의 품으로 들어선다.
만나면 마냥 기분좋은 숲님부부가
법성포의 굴비맛을 찾아 영광의 불갑산 산행 공지를 올린 뒤
따라 나선 산우가 없어 함께 갈수 없냐는 전화에 선뜻 응한것은
상사화 곱게 피어올린 불갑산이 아님 그저 그렇고 그런 평범한 산행지가
선뜻 내키지 않으나 본지 꽤 오래 된 숲님 부부와 단촐히 걷고 싶은 마음 반에
법성포 굴비 한정식의 유혹 반이 더한 때문이다.
이른 아침의 짙은 안개는 다행히
고속도로를 얼마쯤 달리자 걷히지 시작하나
하늘은 잔뜩 찌프린 채 개일 줄 모르는데 정읍 휴게소에서 잠깐 휴식후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 영광읍을 거처 불갑면 모악리의 불갑사 주차장에 나의 애마
투산이를 잠재우고 산행 들머리를 찾아들때까지도 찌프린 하늘은 여전히 흐림의 연속이다.
(불갑사 입구)

예전 산행의 기억을 되살려
불갑사 주차장에서 좌측의 산 기슭으로 들어선다.
산행초입 돌무덤을 지나 완만한 오름의 끝 능선사거리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들어서자 지속적인 육산의 완만한 오솔길이 길게 이어지는데
전날 내린비로 촉촉해진 부드러운 땅을 밟는 느낌이 좋고 오솔길의 숲향과 함께
훅~끼처드는 소나무의 솔 향이 넘~ 좋아 심신이 맑아짐이 가슴과 머리끝에서 전해저 온다.

(능선에서 내려다본 불갑사 전경)

불갑사가 훤해 내려다 뵈는 능선을 따라 둔덕을 넘어서서
불갑사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나는 사거리 덫고개에서 잠시 힘을 비축후
그렇고 그런 작은 둔덕 정도의 봉오리마다 다른 산 같으면 꿈도 못꿀 거창한
이름 하나씩 꿰찬 노적봉,법성봉,투구봉을 넘는다.

(장군봉을 향한 가파른 오름길)

동네 야산의 푹신한 육산을 밟듯
정겨운 오솔길이 내내 이어지자 평지에선 펄펄나는
황금사과님이 오늘 선두대장을 맡고 암릉길을 만나야 흥에 겨운
초록잎새가 꾸무럭 꾸무럭 한컷 게으름을 피우며 후미에서 사내 둘을 몰아 가는
산행이 이어지다 장군봉을 앞둔 가파른 오름에 이르자 특유의 바지런함을 앞세운
너른숲님 선두를 치고 올라서더니 법성포에 가서 맛있는거 먹을려면 좀 일러도 점심을
일찍 먹어둬야 한다며 자리를 잡곤 점심을 먹잖다.
장군봉의 넓은 자리에
두 부부가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며 나눠먹는 점심은
항상 그렇듯 산에서 먹는 맛은 뭐든 맛있기에 어느덧 도시락은 깔끔히 비워진다.

중식후 장군봉을 내려서자
22번 도로에서 올라선 임도 끝의 통신시설이 반긴다.
예전 산행기억에 이곳은 대 여섯 마리의 멍멍이가 그악스럽게 짖어댔는데
그간 모두 다 잡아 멕혔나 ? 오늘은 아주 조용하다.

통신시설을 지나 오름길을 앞둔 이정표엔
친절하게도 위험한길,쉬운길를 인도 한다.
와본적 없는 황금사과님 미리 겁을 먹고 쉬운길로 들어선
발길을 잡아 위험한 길로 안내를 한다.
사실 말로만 위험한 길이지 결코 위험한 길은 아니기에.....

불갑산 산행코스중 하이라이트의 위험한길인
칼바위 능선은 시원하게 내려다 뵈는 조망이 일품인데 오늘은
아쉽게도 희뿌연한 안개에 잡아먹혀 내주질 않은 산 아래 풍광이 못내 서운하다.
이내 올라선 불갑산 정상 연신봉의 조망 또한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두 부부 각자 정상 정복의 증명을 남기는 기념사진을 박고 구수재를 향한 내림길로 들어섰다.
(불갑산 정상에서...)


구수재로 향한 능선의 내림길은
초반 암릉사이를 비집고 내리자 이내 소나무 오솔길과
반짝 반짝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산죽길이 반기며 완만하게 이어지다
구수재에 닿는다.
구수재에서 널널하게 넓은 좋은길 불갑사로 향할까 하다
짧은 산행이 아쉬운 우린 용봉 용출봉 도솔봉을 밟아 불갑사로 내리는 코스로 결정한다.
작은 둔덕마다 이름을 지은 용봉 용출봉 도솔봉의 거창한 이름값도 못하는
그저 그런 볼품없는 봉오리를 밟은 후 급격히 떨어지는 내림길을 내려서자
구수재에서 이어지는 등로와 만난다.

이후 이어지는 등로는
완만한 오솔길로 불갑사제의 저수지를 지나 불갑사까지 이어진다.
등로 양편엔 지천으로 자라는 꽃무릇의 푸르름이 불갑사까지 이어저
따뜻한 날과 함께 남녁의 봄을 느끼게 만든다.
상사화의 꽃대가 올라오면 천상화원을 연출할 풍광을 그리며 불갑사로 향한다.





佛甲寺(불갑사)는 호남의 名刹(명찰)로 由緖(유서) 깊은 고찰이다.
삼국시대 백제에 불교를 처음 전래한 인도스님 마라난타 존자가 남중국 동진을 거쳐
백제 침류왕 1년에 영광땅 법성포로 들어와 모악산에 최초로 사찰을 창건하였는데
이 절이 諸佛寺(제불사)의 始原(시원)이요 으뜸이 된다 하여 불갑사라고 이름 지었다 한다.
예전보다 더 거창하게 절의 규모가 커진 지금도
중창불사가 한창인 사찰은 중장비와 인부들로 어수선하다.
사찰의 커다란 규모 만큼 불심도 커진다면야 뭔 할말이 있겠냐만은
아름다운 우리의 산하를 제일 많이 훼손시키는 주범의 하나인 사찰 증축이
난 참으로 못 마땅하다.
오늘도 불심 깊은 너른숲님은 그냥 지날칠순 없는지
시퍼런 배춧잎 몇장을 들곤 대웅전을 향한다.
사찰의 이곳저곳을 살피는 동안도 무슨 치성이 그리 지극한지
너른숲님 내려올줄 몰라 우린 먼저 사찰을 벗어나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지런한 숲님

식사를 하기엔 좀 이른 시각이라


팔각정을 내려와 해안가를 낀 법성포구의


얼큰하게 초 한잔까지 곁들인 굴비정식으로 배를 불린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