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연휴를 산으로...
2006년 12월 22일 금요일
산행지 : 거창 의상봉~매화산
누구랑 : 청솔산악회를 따라서....
산행코스 : 가조~고견사~의상봉~작은 가야산~큰재~단지봉~남산 제일봉~청량사
12월 연말에 찾아든 연휴...
계획만 거창하던 사흘의 연휴는 이런저런 사유로 물거품이 됐다.
아내는 점심때 여고 동창모임 저녁엔 아파트 통로 계모임으로 바쁘다.
덕분에 나홀로
가야지맥중 가장 매력적인 의상봉~남산제일봉 산행에 따라 나선다.
가조면 고견사 주차장
도착하자 마자 순식간 무엇에 쫓기듯 사라지는 등산인들....
맨 후미에서 남은 난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수 없이 변모된 상업적인 건물 사이로
추억속의 옛그림을 회상하며 숲속으로 숨어든다.
산행들머리....
디카를 커내 on 스위치
?????
어째 이상타.
off 에서 다시 on.....
순간 섬광처럼 스치는 어제 저녁의 기억.
디카 밧테리 충전을 위해 콘센트에 꽂아둔 사실이 생각난다.
벌써 치매증샌가 ?
주차된 버스에 디카를 내려놓고 의상봉을 향한다.
고견사로 향한 오름
고즈넉한 산사로 향하는 숲속의 알싸한 숲향이
차거운 겨울바람과 함께 옷깃을 파고듬에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다만
고견사를 향하는 내내
암릉과 산사를 파먹고 설치된 모노레일이 내내 눈에 거슬린다.
문득 모노레일을 타고 오르내리는 스님의 피둥피둥한 비곗살이 연상된다.
역쉬 삐뚤어진 내 심뽀의 한계인가 ?
의상봉 갈림길....
올라설까 말까 망설임도 잠시
한두번 올라선것두 아닌데 뭘~ 그냥 지나치자.
예전엔 상상도 할수없던 게으름..
세월의 흐름은 조급증으로 바쁘게 허덕이던 마음에 넉넉한 여유로움을 안겨줌이 확실하다.
마장재를 넘어 비계산으로 향하는 삼거리를 직진
작은 가야산으로 향한 암릉을 넘는다.
잔설이 긴장감을 자아낸다.
매번 올라봐도 아름다움은 어찌그리 그 느낌 그 감정이 저리도 다른지....
아름다운 풍광이 발목을 잡을때 마다
디카를 무용지물로 만든 건망증이 원망스럽다.
암릉의 작은가야산을 넘어
마령을 앞둔 큰재로 향하는 갈림길에서 우측의 단지봉을 향한 능선은
잔설이 때론 장딴지를 집어 삼키다 때론 질척질척한 진흙탕으로 바뀌며 산객을 귀찮게 한다.
큰재를 넘어 단지봉을 향한 들머리 양지바른곳 묘지앞에서
함께 걷던 산우들과 도시락을 펼처 맛좋은 점심을 먹는 동안
등줄기 흥건히 젖었던 상의로 인해 추위가 엄습한다.
먹자 마자 바로바로 일어서는 일행을 따라 삼각점이 박혀있는 단지봉을 넘어
남산제일봉을 오른다.
남산제일봉...
아주 오래전 열차로 대구역에 내려 버스로 합천으로 다시 청량사로 이동후
콘크리트 가파른 오름을 땡볕을 받으며 찾아들던 그때 투덜거린 불만의 소리들을 잠재운
남산제일봉의 현란한 아름다움에 반해 기회가 되면 찾아들던 이곳은
매번 찾아와도 질리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다.
처음 찾았을때의 그 신선함은 다소 떨어지고
암릉의 거칠음이 계단으로 완화된 지금에도 그 미색은 여전하여 내맘을 잡고 흔들어 놓는다.
남산제일봉을 내려 청량사로 향한 갈림길...
민수대장의 뒤를 따라 금지구간 경고문을 넘어 능선을 더 이어간다.
아기자기한 암릉과 아주 오래된 철계단을 밟아 내리다
치인리로 향한 능선을 버리고 직진하다 청량사 뒷편으로 내리곤 오늘 산행을 접는다.
겨울날의 산행은
예상보다 모두들 빠른 시간내에 무사완주로 끝은 맺는가 싶었는데
산행능력에 따라 도중 탈출로를 무시하고 종주를 고집한 초보 몇명으로 인해
뜻하지 않는 3시간의 지루한 기다림이 있었으나
해박함으로 쉴새없이 이어지는 구수한 입담의 다로님으로 인해 그 지루함이 덜었다.
돌아오는 귀로
피곤함이 밀려 끄덕이는 사이
도심의 현란한 불빛에 눈을 뜨니 어느새 초록잎새 기다리는 따스한 내집이 코앞이다.
(산행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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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그날 산행 사진은
함께 산행한 설송님과 대기만성님의 사진을 허가없이 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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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23일 (토요일)
산행지 : 선자령
누구랑 : 산찾사.초록잎새.시간여행.하늘채
산행코스 : 대관령 휴게소~통신중계소~새봉~선자령~초막골
꿈꾸는 산
.......김 장호
회오리 치는 눈발 속
얼얼하게 취했다가
녹초가 되어 나자빠진
겨울산.
눈감아라.
여름날 주먹비가 안겨준 수모도
봄 가을의 뼈아픈 逢辱(봉욕)도 모두
제것이었거니
이 하늘 아래 그득찬 눈보라 속에
하필이면 내 어깨에 떨어지는
눈송이랴.
산수유 빨간 봉오리 끝에
꿈의 연실을 달아주랴.
놀라지 마라 잠결에도,
이 푹신한 눈이불 아래
네 꿈자리를 다독거려주는
나의 등산화
저 산바람 소리마저
꿈의 무늬를 채색한다.
전날 산행의 피곤함이 노곤함으로
혼곤한 잠에 빠진 날 구원해주는 아내의 불음에 일어나
다시금 산을 향한 준비로 새벽녁은 분주하다.
6층의 하늘채 부부와 함께
강릉을 넘나들던 옛 고속도로 대관령 휴게소를 들머리로
김 장호 시인의 싯구처럼 회오리 치는 눈발속에 얼얼하게 취하고도 싶고
푹신한 눈이불 아래 겨울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맘에 선자령을 오르기로 한다.
이른아침
자욱한 안개를 뚫고 달린 버스는
호법 인테체인지를 지나 영동고속도로를 접어들자
연휴로 나들이에 나선 행락객의 차량으로 많은 지체가 되어
예상보다 늦은 시각에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들머리 옛 대관령 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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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중계소를 오르는 임도엔
눈길에 다저진 빙설이 미끄럽다.
아이젠이 밟히는 느낌의 낮설음이 싫은 난
그냥 갈수있는데 까지 갈 요량으로 그저 조심조심 오름을 오른다.
산도 아니요
봉도 아닌 그저 령이란 이름에서 연상되듯
완만한 구릉지의 선자령을 오르는 길은 소백산의 황소바람 보다
더 억센 바람이 먼저 맞아준다.
바람 한점 막아줄 버팀지대 하나 없는 선자령을 향한 등로는
칼바람을 그냥 그대로 온몸으로 버티며 걷다보니
그야말로 볼때기가 금방 얼얼해 진다.
강릉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뵈는 전망대에서
잠시 발 아래 내려다 뵈는 산의 연릉과 이국적인 느낌의
풍력발전소 모습에 잠시 취해보며 안전산행을 위해 지금껏 버텨온 고집을 꺽고
스패츠와 아이젠으로 무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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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를 뒤로 새봉을 넘긴후
바람이 잠을 자는 양지바른곳을 골라 눈을 다져 자리를 만든후
두 부부가 앉아 늦은 점심을 먹는다.
볼때기 얼얼한 추위에 먹는것도 귀찮은 생각이 드나
따끈한 오뎅국물에 밥을 말아 먹고나니 다소 몸이 풀린다.
커피까지 마신후 곧바로 선자령을 향한다.
이국적인 풍광이 아름다운 선자령 정상에 서자
발왕산,계방산,오대산,황병산 등 첩첩 산의 연릉과 강릉시내를 넘어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백두대간 주능선 서쪽의 광대한 삼양목장과 한일목장의 목초지에 쌓인 눈밭이
햇빛에 순백의 아름다움이 현란하게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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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령 그 설원의 아름다움도
살을 에이는듯 불어제키는 칼바람에 굴복당하여
초막골로 급히 하산을 결정한다.
초막골로 향하는 내림길...
내 아내 초록잎새가 제일 신났다.
엉덩이가 젖어들던 말던 동상이 걸리던 돌에 채어 멍이들던 말던
무작정 앉아 겁도 없이 엉덩이 미끄럼을 타며 잘도 내려간다.
괴성과 웃음의 호들갑에
고요하던 숲들이 일순 소란스럼에 부시시 깨어난다.
장시간의 이동에
4시간의 짧은 산행은 그러나 짙은 여운을 남기며
여행같은 산행으로 시작하여
동심에 젖은 산행으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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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손도손 걷는길이 지루할새 없이
오랜만에 보는 산우들의 수다로 채워지는 사이
한겹 두겹 겉옷들이 벗겨질수록 마음도 가벼워 지고....
우두령에서 화주봉을 넘긴 백두대간의 능선과 만나는 안부에 올라서자
가야산까지 뚜럿이 조망되는 산 연릉이 반겨주며 우리의 눈을 호사스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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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봉 정상에 선다.
3도민의 화합을 기원하는 탑이라는데
그럼 지금껏 불화가 있었단 말인가 ?
좁디 좁은 땅덩어리에 살면서 뭘 갈등들이 그리 많은지
남과 북,갱상도 전라도,노통과 반 노통등등...지연 학연에 각종 이익집단들의 아우성들...
망망대해를 운행하던 배가
무작정 대들던 또 다른 배와 부딪히는 바람에
그 배의 선장은 화가 머리 끝까지 올랏는데 상대편 배를 처다보곤
스스로 화가 풀렸단다.
그 배는 사실 아무도 타지 않은 빈배였단다.
사실
모든 원인이 다 내 탓인데
모두들 남의 탓으로만 여김에 모든 갈등이 생긴건 아닌지....
나이를 먹든 안 먹었든
산을 찾는 모든이의 마음은 순수하고 아름다운것 같다.
혹 그렇치 못한 이도 산에 든 순간만은 그렇게 변화됨이 확실하다.
삼도민 화합의 탑 앞에서
진짜로 몸과 마음이 순수함으로 화합할수 밖에 없는 우리산우들 모습을 담았다.
보라
저 아름다운 미소를...
그러나 발빠른 덕에 너무도 일찍 삼도봉에 올라
후미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식어버린 땀방울에 그만 얼어버린 바커스님의 미소는 빼야 되것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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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끝낸후 일어서려니
식탐 많은 내 몸뚱아리가 후유증에 시달린다.
식식 대며 겨우 올라선 석기암봉엔 바람처럼 선등한 바커스님이 여긴 내 땅여~ 폼을 잰다.
맞다
석기봉은 석기님 땅이다.
석기봉에선 사방팔방 시원스런 산 연릉이 조망된다.
두 귀를 쫑긋세운 마이산이 반갑고
덕유산의 장쾌한 능선을 비롯하여 대둔산까지 그야말로 온통 산산산...산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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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기암봉의 휴식으로 힘을 충전후
민주지산을 한다름에 올라선후 물한리로 내리는 동안
앞서거니 뒷서거니 도란도란 이이지는 산우들의 정담은 끝이 없다.
산행을 끝낸후
헤어짐이 아쉬운 우린 항상 들리는
해장국집에 들려 주인장이 내주는 막걸리에 뼈 해장국 한그릇을 뚝딱 해치우며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을 맞으며 3일 연이은 산행에 종지부를 찍는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