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괴산 장자봉~상자봉
산행일 : 2020년 11월17일 화요일
누구랑 : 나홀로
어떻게 : 문광지 주차장~장자봉~상자봉~문광 저수지~주차장
(트랭글에 그려진 실제 동선과 시간)
인생은 각자의 가치관이나 삶의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아무리 그렇다 한들....
하면 된다라는 말이 이젠 쌔빨간 거짓이 돼 버린 사회구조를
탓해야 할지 느닷없이 K.O펀치를 날린 코로나를 원망해야 하는지를 도통
알 순 없지만 그래도 노력하면 되더라는 말 밖엔 할 수 없었던 난 자괴감으로 속이 끓어 오른다.
이럴땐 몸이 고달픈게 제일 좋다.
홀라당 밤을 세운 고단함에 어거지 잠을 청하다 말고 나는 그냥 무작정 길을 떠났다.
얼마후...
가을이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는 문광 저수지에서 발걸음을 시작한다.
그런데....
어쩜 이렇게 깔끔하니 남김없이 모든 잎들을 다 떨구었는지 ?
문광지의 은행잎 가로수길은 그저 내 마음마냥 스산하고 황량하기만 하다.
일단 저수지 한바퀴를 돌아 보려던 마음은 그래서
애시당초 접어 버린채 저길 끝 좌측 능선을 타고 올라 우측 능선으로 내리기로 했다.
처음부터 장자봉을 향한 등로는 보이지 않았다.
무작정 치고 오르는 수 밖에....
문광 저수지를 연계한 등로를 찾다가 장자봉과
상자봉을 연결하면 원점휘귀가 가능할것 같아 오긴 왔는데 초입부터 힘겨움의 연속이다.
이날따라 난 스틱도 가져오지 않았다.
집을 나서며 빠트린걸 알았지만 동네 뒷산이라 깐 본 탓이다.
푹푹 쌓인 낙엽이 미끄러운건 당연지사지만
그 보다는 그간 가뭄에 바짝 마른 경사진 등로가 더 미끄러웠다.
힘겹게 겨우 올라선 무명봉에선 문광 저수지가 발아래 펼쳐진다.
그 무명봉엔 선등자들의 흔적이 있었다.
전국에서 내노라 하는 유명한 산꾼들의 시그널 몇개가 펄럭이던
나뭇가지 옆엔 저 아랫동네의 이름을 차용한 새말봉이라 적힌 코팅지도 걸려 있다.
지금 서있는 무명봉에선 얼마후
내가 걸어야할 코스의 윤곽은 물론 날머리로 정한 반대편 능선이 자세히 확인된다.
다시 시작된 걸음....
2보 전진 1보 후퇴의 연속이다.
저기 소나무가 차지한 봉오리가 장자봉이겠지 ?
그렇게 믿고 꾸준히 올라선 무명봉은 그러나 장자봉이 아녔다.
피곤이 상접한 몸으로 처음부터 힘겹게 올라 그런가 ?
소나무 둥치를 껴안고 난 한참을 쉬어야 했다.
소나무의 기를 받아 그랬나 보다.
그곳에서 장자봉이 가깝기도 했지만 나는 한결 더 수월하게 올랐다.
이곳에선 타는 갈증과 허기를 달랜 후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는데...
장자봉 이후 급격하게 내려 백히던 등로가
다시 또 경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다시 또 2보 전진 1보 후퇴의 반복 끝에
능선 갈림길에 도착하여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상자봉을 향했는데
지금껏 걷던 육산에서 볼 수 없던 암릉의 등로가 맞아 준다.
드디어 올라선 상자봉....
조망은 없다.
오늘은 그저 이름없는 야산의 두 봉오리를 이어 걷는 맛이다.
상자봉에서 문광 저수로로 내려앉은
능선을 따라 걸어 내리다 보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어느새 후줄근하게 젖은 몸이 찝찝하여
그냥 쉽게 마을로 향한 내림길을
택할까란 달콤한 유혹을 겨우 뿌리쳐야 했는데
능선이 문광저수지로 가라앉기 직전에 마지막 힘을 다해
올려놓은 무명봉을 향한 거친 내리막길이 오늘 산행중 제일 거칠고 힘겨웠다.
겨우겨우...
힘겹게 내려선 이후 잡목을 헤치며 무명봉을 넘기자
순간 눈앞엔 내려서야 할 문광 저수지 둘레길이 아주 가깝다.
드디어 다 내려선 문광 저수지에서
둘레길을 따라 양곡정을 지나
걷기 편안한 원목데크길을 따라 걷다보면
빛좋은 가을날 이곳을 찾았던 순례객들이 가을을 만끽했던 풍광을 엿볼 수 있다.
그럭저럭 시름을 잊게 만든 문광지를 연계한 산행을 끝내고 대전을 향하자
그간 잘 참아준 가을비가 다시 또 줄기차게 쏟아진다.
산행지 : 현충원 둘레길
산행일 : 2020년 11월18일 수요일
누구랑 : 나홀로
어떻게 : 아래의 행로대로 둘레길 한바퀴
(트랭글에 그려진 행로와 시간)
베이비 시터로 출근하며 마눌님이 그런다.
"어디든 다녀 오세요."
그럼 비박이라도 갈까 ?
그런데...
많은 비가 예보된 날씨다.
웬지 만사가 다 괴찮고 심드렁하다.
그래도 그냥 홀로 집에만 있슴 더 처질것 같아 물병 하나만 챙겨 길을 나섰다.
오늘은 현충원 둘레길이나 걸어볼 참....
처음부터 난 아주 느리게 걸었다.
다행히 여긴 아직 가을 분위기가 남아있다.
어쩜 저리도 이쁜지 ?
오늘은 그저...
오롯이 그냥 걸으며 헝크러진 내 맘을 달래고
정리하는 시간들로 채우려던 마음였는데 아름다운 자연의 품속에 들자
어느새 모든걸 잊은채 무심히 핸드폰에 풍광을 담고 있던 내자신을 발견한다.
흐미~!
이런걸 모르고 살았다면 그 힘겹던 세월을 어찌 살아 냈을꼬~?
ㅋㅋㅋ
의자
-이 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의자와 같이 자식들이 몸과 마음을 기댈 수 있는게 부모다.
그런데...
어쩔거나~!!!
난 이제 나이를 먹다보니 어느덧 낡고 녹슬어
언제 부서져 버릴지 모를 위태위태한 의자가 되어 버린걸...
그래도 소박한 바램이 있다면 세상은 홀로 살 수 없슴이 진리라
다들 함께 어우러지며 기대고 쉴 수 있는 의자가 되어주는 사회환경이
정착되어 절망의 늪에 빠진 젊은세대와 소외된 계층이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다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하며 졸필을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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