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청량산 & 축융봉
산행일 : 2018년 9월17일(월)~18일(화)
누구랑 : 초록잎새랑 단둘이.
(청량산 & 축융봉 등산지도)
제1일차 : 2018년 9월17일 월요일
이동경로 : 입석~응진전~경일봉~자소봉~하늘다리~장인봉~뒤실고개~청량사~입석~밀성대
(트랭글에 그려진 1일차 이동경로)
예전의 청량산은 참 멀고도 멀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전-영덕간 고속도로 덕분에 접근이 수월하다.
내가 처음 청량산을 찾은건 90년대 초반 안내 산악회를 따라서 였는데
그때의 힘겨움(?)이란 말할 수 없었다.
그당시 난 대전의 안내 산악회란 산악회는
죄다 섭렵 하던때 였는데 산악회 선택기준이 산행지였다.
그당시 청량산이란 산행지에 필이 꽂혀 선택한 안내 산악회는 그러나
버스에 올라타자 마자 술잔이 돌아가며 뛰기 시작한 일행들로 내 정신을 쑥 빼놓더니
산행지에 도착해선 산행대장과 서너명만 산행에 나서는 무늬만 산악회였다.
그날 산행대장이란 인간도 믿을건 못 돼 난 홀로
빡시게 정해진 시간에 완주후 귀로에 들었는데 이때부터 시달림이 시작됐다.
술을 권해도 사양하고 나와서 춤추자 해도 꼼짝을 안하자
젊은 새끼가 완전 분위기 조진단 소릴 들어가며 도착할때까지
이놈 저놈은 물론 늙다리 아줌마의 시비까지 견뎌야 했던
악몽의 여정이라 생각만 하여도 그날이 떠올라 끔찍하다.
ㅋㅋㅋ
그날 이후 나는 나홀로 산행의 계기가 되었다.
하긴 안내 산악회 3년이면 사실 갈 곳도 없었다.
이후...
청량산을 한번 더 가보긴 했지만
선학봉과 자란봉을 연결한 하늘다리가
명물이 되었다는걸 확인하게 된 오늘이 그 세번째가 되시겠다.
오늘 첫날은 청량산을 걷고 축융봉아래 밀성대에서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우린 입석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우린 박베낭을 차량에 두고 따로 준비한
베낭 하나만 메고 입석에서 청량사로 향한 원효대사 구도의길을 걸었다.
원효대사 구도의 길은 누구나 부담없이 걸을 수 있는 산책로라 초반 몸풀기엔 최적의 조건을 갖춘 등로다.
숲속의 서늘함이 좋다.
그악스럽던 더위가 한풀 꺽이자 마자
언제 그랬나는 듯 가을이 우리의 곁을 찾아 들었는데
그 더위를 견디고 피어올린 들국화와 쑥부쟁이가 그 어느때 보다 화사하니 이쁘다.
원효대사 구도의 길은 두갈레로 갈린다.
청량사로 향한길은 올때 걷기로 하고 응진전을 향한다.
금탑봉 아래에 자리한 응진전은 외청량사로도 불린다.
의상대사가 창건한 응진전은 공민왕을 따라 피난온 노국공주가
16나한상을 모시고 기도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응진전은 아무도 없는듯 고요속에 뭍혀 있는데
주위 텃밭은 잘 가꾸어져 있어 고추가 실하고 호박이
늙어가고 있는가 하면 갖가지 채소들이 풍성하다.
응진전 뜰을 지나며 축융봉 능선을 바라보자 정자가 조망된다.
디카로 힘껏 땡겨오자 밀성대의 모습이 확인된다.
오늘밤 우리부부가 칠성급 호텔을 지을곳이 바로 저기다.
능선을 걷다 샘터를 만났다.
孤雲(고운) 崔致遠(최치원) 선생이 이 샘물을 마심으로
총명함을 길렀다 하여 聰明水(총명수)라 불리게 되었다는 샘터다.
그러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한바가지 그득 마셔본다.
그 효혐이 좋다니 자꾸만 발동하는 요즘의 그 치매끼 좀 나아질련지 ?
원효대사 구도의길은 두갈레로 나뉜다.
청량사로 향한 길을 외면한 우린 경일봉을 향한다.
그 갈림길의 조망처에선 청량사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3년(663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경일봉을 향한 가파른 오름질을 하다 보면
누구나가 한번쯤 들리게 되는 김생굴을 다녀온다.
신라의 명필 김생이 여기서 10년간 글씨를 연습했다 하며
김생과 縫女(봉녀)가 글씨와 길쌈 기술을 겨루었다는 믿거나 말거나의 전설도 흐른다.
이곳엔 김생의 글씨도 남아 있는데
훗날 이황이 그의 필체를 보고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다.
종요나 왕희지 필법만을 추앙하지 말지어다.
천 년만에 우리나라에서 솟아난 이몸일쎄
기이한 그 필법 폭포수 틈바위에 남았으나
그위 뒤 따를 사람이 없음을 슬퍼 하노라
김생굴을 되돌아 나와
가파른 오름길을 올라 능선안부 삼거리에 이른다.
진행방향 오른쪽을 향하면 금탑봉이며 그 아래가 응진전이다.
오늘은 갈길이 바쁘니 금탑봉은 그냥 패쓰~
경일봉을 향해 선등하던 초록잎새가 갑자기 기겁을 한다.
?
저런~!
비암이다.
전날 비가 내린탓에 몸을 말리려 길바닥으로 출타 하셨나 보다.
우이씨~!
나의 귀한 마눌님을 놀래킨 죄로
비암은 내 스틱으로 두어번 맞고 길바닥에서 쫒겨났다.
그런데...
비암이 숲속으로 사라지고도
한참을 지났슴에도 마눌님은 옴쭉달싹을 못하고 있다.
그런 마눌님을 추슬러 도착한 경일봉에서...
일단 시원한 캔맥주로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킨 후....
마침 배꼽 알람시계가 사정없이 울려 퍼짐에 바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끝냈다.
배를 불리고 나자.
흐~!
걷기 싫다.
그래도 가야 하기에 느림보 거북기 걸음으로 계단을 밟고 오르자
일망무제의 조망이 펼쳐진 자소봉이다.
자소봉엔 오늘 산행중 처음 만난분이 계셨다.
홀로 오셨다는 그분이 우리 부부의 사진을 담아 주셨다.
자소봉엔 저멀리 우뚝 솟아오른 일월산이 조망된다.
순간 그곳에 고정된 나의 시선이 한동안 머문다.
일월산이 나에겐 미답지로 남아 있다.
그곳 정상엔 수십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원목데크가 있어
가능하면 정다운 산우들과 함께 백패킹으로 가고 싶다.
자소봉 이후엔 연속으로
맞아주는 봉오리마다 번듯한 이름들이 있다.
하긴 청량산엔 12개의 봉오리와 대가 있으며 8개의 동굴까지 있다니 당연하다.
그걸 증명하듯 자소봉을 떠나자 마자 만나게 된 침봉이 탁필봉이며
탁필봉과 이웃한 봉오리가 연적봉이다.
아래 사진은 연적봉에서 바라본 풍광인데
탁필봉 좌측 저멀리 우뚝 솟아 오른 산이 바로 일월산이다.
이번엔 시선을 반대로 돌리자
오늘 우리가 걸어야 할 마지막 봉오리 장인봉이 가깝게 보인다.
우린 곧 그곳을 향한 가파른 계단을 내린다.
그런후 만난 뒷실 고개는
장인봉을 다녀오면 청량사로 향하게 될 중요 갈림길이 되시겠다.
뒷실 고개를 넘겨 거침없이 이어진 우리의 발걸음이
드디어 이곳 명물 하늘다리에 이른다.
선학봉과 자란봉을 연결한 하늘다리의 중간쯤에 서자
오우~!
바람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 아래를 내려보면 높이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높다.
그곳 구름다리를 걷다보면 건너편 능선의 풍광에 발걸음이 멈춘다.
정말이지 한폭의 산수화가 따로 없다.
드디어 올라선 청량산 장인봉의
빗돌에 세긴 글씨가 김생의 필체라 써있다.
장인봉을 조금 넘겨 내려서면 최고의 조망처다.
그곳에선 금강대로 내려서는 능선상에 하트모양의 데크가 관심을 끈다.
오우~!
저곳에서의 하룻밤 ?
당연 정말 좋겠단 생각이 절로 든다.
저곳에선 사행천으로 흐르는 낙동강과 함께 청량산의 조망이 참 좋을것 같다.
예전 기억엔 반대편 능선자락 전체가 고랭지 채소밭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그때의 기억과 많이 다른 모습이다.
민가도 더 생긴것 같고....
얼마후...
우린 왔던길을 그대로
되돌아 걸어가 뒷실고개에서 청량사로 향한다.
마침내 도착한 청량사....
마눌님이 감탄을 한다.
"사찰이 넘 이쁘다~!"
까막득한 자소봉 침봉 아래의
아늑한 터에 자리한 사찰이 고즈넉하여
그 모습만 봐도 저 동자승의 모습처럼 내마음이 차분해 진다.
청량사에서 한참을 쉬었다 발걸음을 옮긴 우린
산악인의 집을 지나
원효대사 구도의 길을 걸어 입석에 도착했다.
입석 주차장의 애마에 보관한 박베낭을 들처맨 우린
퇴계 이황 선생의 이름을 딴 사색의 길을 잠시 걸어
산성 등산로 입구에서 축융봉을 향한다.
축융봉을 향한 길은 넓직한 임돗길이
공민왕당과 밀성대로 향한 길로 갈린다.
진행방향 우측의 밀성대로 향한 우리는
가파른 계단과 성곽길이 연속으로 맞아준 등로를 걸어 올랐다.
아직 갈길은 먼데 힘이 부친다.
이젠 나이듬을 몸이 먼저 알아채고 반응한다.
그걸 무시하면 안된다.
즉각 박짐을 내려놓고 한동안 다리쉼을 한다.
아~!
옛날이여~!!!
축융봉은 미답의 길이다.
비록 가파른 계단과 성곽길이긴 해도 걷기엔 차~암 좋다.
사실 내 속마음은 힘이 남아 있거나
시간이 여유롭다면 북문 사거리까지 걸어가
조망좋은 원목데크에 보금자리를 꾸려보고 싶었다.
그래서 은근살짝 마눌님께 물어보긴 햇지만 내 예상대로 역시나 였다.
"더 갈까~?"
"그곳이 훨~ 좋은데..."
"서방니임~!"
"갈라믄 차라리 날 죽이고 가세용~!"
헐~!!!!
그래서 밀성대에 우리의 보금자리를 꾸몄다.
다만...
밀성대가 균율을 어긴 죄수들을 절벽
끝에서 밀어 처형 시키던 장소란건 마눌님께 얘기 안했다.
마눌님은 겁쟁이라 그걸 알았다면 아마도 원목 데크까지 더 올라 갔을 수도....
ㅋㅋㅋ
무리하게 더 올라가지 않은건 잘했다.
밥상을 차리고 얼마되지 않아
맛나게 남의 살을 구워먹다 문득
서쪽하늘을 바라보자 어느새 해는 꼴까닥 넘어간 뒤였다.
어느덧....
달빛이 성곽에 밀려든 어둠을 살그마니 밀어내는 밤이 깊어간다.
밤이 깊어갈 수 록....
우리부부는 오랫만에 별들의 잔치를 맞이한다.
하아~!
이런맛에 중독되면 헤어나기 참 힘들다.
힘 닿을때까지 우리 부부는 그래서 백패킹은 계속 될거다.
제2일차 : 2018년 9월18일 (화요일)
이동경로 : 밀성대~북문 삼거리~축융봉~북문 삼거리~공민왕당 경유~산성등산로 입구~입석 주차장.
(2일차 트랭글에 그려진 이동경로)
이른아침...
어느새 날이 밝았다.
밀성대에선 일출을 기대하기 힘든곳이라 일찌감치 포기...
얼마후...
집에서 싸온 찬밥에 찌게만 끓여 아침을 해결후 밀성대를 등진다.
계속된 성곽길의 오름길 우측으론
청량산이 일목요연하게 조망된다.
그렇게 30여분을 올라서자 만나게 된 조망데크...
윗층과 아랫층으로 데크가 있는데 아주 넓직하니 좋다.
무엇보다 바로 코앞엔 청량산이 마주하니 비박지론 최고다.
바로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고 싶었는데 떠나려 하니 미련이 진하게 남았다.
조망데크를 뒤로 한동안 숲속길이 이어진다.
그길을 걷다 얼굴을 드니 축융봉이 이젠 아주 가깝게 조망된다.
드디어 도착한 삼거리...
베낭을 이곳에 놓고 축융봉을 다녀오기로 했다.
축융봉은 암봉 두개로 되어 있다.
그 암봉 사이 가파른 철계단을 밟고 올라선 이후엔
진행방향 우측의 암봉에 올라섰다.
순간 펼쳐진 황홀한 풍광들....
전문 사진작가가 올라 왔다면 작품사진 여러컷 건질 수 있는 풍광이다.
맨 우측의 청량산 장인봉 뒤로 시루엣을 그리고 있는 연능이 도솔봉과 죽령으로 이여진 소백산 줄기로 보인다.
이번엔 반대편 암릉에 올라섰다.
망망대해의 운해속에 펼쳐진 선경에 우린 한동안 이곳을 떠나지 못했다.
청량산의 하늘다리 뒤로 문명산과 그너머 태백산 줄기는 물론 일월산까지 조망이 정말 좋다.
오랫만에 흡족한 조망을 만끽한 우린
베낭을 두고온 삼거리에서 이번엔 공민왕 사당이 있는 방면으로 길을 떠났다.
등로옆에서 살짝 올라야 했던 공민왕 사당에 들린다.
이곳이 고려 공민왕이 1361년 제2차 홍건적 난을 피해 1년간 숨어 지냈던 곳이다.
훗날 신하들의 손에 비운의 죽음을 맞이한 공민왕을 위해 산성 주민들이 사당을 짓고
제를 지낸 유적지가 지금의 공민왕당으로 남았는데 주민들에게 민심을 잃지 않은 군주란걸
증명하고 있는것 같아 새삼 지도자가 어떤 처신을 해야 하는가를 말해 주는것 같다.
공민왕당을 경유한 내림길은 넓직한 임돗길이다.
그길 옆 허름한 민가엔 개새끼가 이방인을 향해 그악스럽게 짖어댄다.
개놈에게 환영받지 못한 인물인 지라 황급히 내려선 우리 부부는
돌덩어리가 하나 불쑥 솟아 있어
입석이란 이름이 붙은 입석 주차장에서 1박2일의 여정을 끝냈다.
다녀가신 흔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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