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1일차 : 2016년 11월07일 (월요일)
오후...
이제서야 알았다며
직접 농사를 지은 고구마 한상자를 들고 고은님이 찾아 오셨다.
어찌나 고맙던지..
여기저기 모든분들께 신세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어찌 다 갚고 살아야 할련지 ?
바쁜틈에 짬을 내 찾아 오셨다는
고은님이 돌아가신 후 바로 한의원에 들려 함께 치료를 받았다.
마눌님 덕분에 나도 계속 한의원에서 침과 물리치료 그리고 부항을 뜬 효과가 있어
완전 고질병으로 자리 잡아 가던 팔꿈치의 엘보우 증세가 완치 단계까지 호전 되었다.
치료를 끝내고 집으로 향하던 길...
어제 길게 걸었던 후유증이 남아 있는 초록잎새가
오늘은 아파트 주위를 몇번 돌아 보는 것으로 오늘 운동을 대신 하려한다.
그런데..
그것도 좋지만 지루하지 않게
을지병원까지 걸어가서 힘들면 택시를 타고 되돌아 오는건 어떻냐 물으니 좋덴다.
그래서 나선길...
마눌님 병간호를 하면서 집에서 병원을 오고 가던 그길 그대로 따라 걷는다.
그길은 어느새 도심의 가로수가 단풍으로 곱게 단장 하고 우리 부부를 맞아 주었다.
시청옆 가로수 오솔길의 노견엔 우레탄이 깔려 있다.
초록잎새가 푹신하게 밟히는 촉감이 좋은가 보다.
단풍도 아름답고 걷기도 좋아 오길 참 잘햇다며 흡족해 한다.
시청을 지나 첫 신호등에서 직진하여 만난 우체국에서
좌회전을 하면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소녀상을 볼 수 있다.
항상 이곳을 지날땐 차마 볼 수 없어 그냥 지나치고 말았는데
오늘은 그 앞에서 나라 잃은 서러움에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처절한 수모를
당해야 했던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그들의 한을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 일본 놈들보다 그 사실을 왜곡하고 숨기며
능욕을 일삼던 친일 정부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라 잠시 화를 누그러 트린다.
지금...
들불처럼 번지는 민초의 힘이 어디까지 닿아서
이놈의 더러운 사회를 변화 시킬지 자못 기대가 크다.
소녀상을 지나 샘머리 공원 까지는 정말 아름다운 숲길이 이어진다.
나는 항상 이길을 통해 병원을 오가며 언젠간 초록잎새랑 이길을 걸어 봐야지 했었다.
그때 그 푸르던 가로수 잎들이 이젠 아름다운 단풍으로 화려한 변신을 했다.
저 잎들이 낙엽이 되어 떨어지기 전 퇴원을 했슴 하던 소망을 안고 걸었던
이길을 이젠 그 꿈이 이루어진 지금 난 이길을 걷고 있다.
그길을 통과하여 도착한 샘머리 공원....
그곳에서 을지대학 병원 건물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저 병원 15층 창가의 입원실에서
한달 보름간을 누워 지내며 초록잎새는 항상 이곳 샘머리 공원을 내려 보았었다.
그때 그곳은 항상 시민들이 조깅을 하거나 로울라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나는 언제 저들처럼 저곳을 내발로 걸어 볼 수 있을까 부러워 하던게 불과 일주일 전인데
이렇게 빨리 그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게 믿기지 않는다는 말을 하며 행복해 한다.
이 또한 지나 가리란 만보 형님의 말씀처럼
죽을것 같던 고통도 지나고 보니 잠시 찰나로 느껴짐은 왠일인지 ?
ㅋㅋㅋ
그러나 정말이지 다시 생각조차 하기 싫다.
한치앞도 볼 수 없을만큼 컴컴한 터널속에 갇힌 우리에게
한줄기의 빛을 내려 길을 안내하던 수많은 나의 지인들이 있어
우린 그 힘든 고통을 견딜 수 있었슴에 다시 한번 이글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되돌아 가는길...
그냥 택시를 타자는 나의 말에 초록잎새가 고개를 흔든다.
그냥 걷고 싶단다.
아름다운길에 아름다운 연인들이 셀카를 찍는 모습도 이쁘고
이길을 걷는 모든 소시민들의 모습들이 다 아름답고 정겹다.
다만...
선거철만 되면 으징이 뜨징이 가릴것 없이 가던길을 멈추고
애써 눈을 맞추며 입가에 미소를 띄운건 기본에 배꼽인사를 하던 대전의
전 시장이 비서인듯 꼬붕을 데리고 산책을 하는데 꼿꼿하게 대갈빡 처들고 화가 난 듯
씩씩대며 쌩~까며 지나치는 꼬라지는 보기 싫다.
이젠 선거철 지났다 이거지 ?
하긴 똥누리 인간들이 다 저렇지 모~!
막바지 집을 얼마 앞두고...
초록잎새가 심하게 다리를 전다.
이런~!
어제 오늘에 이어 좀 무리를 했나 보다.
은근 걱정이 된다.
오늘밤도 또 몰려든 통증에 괴로워 하지는 말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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